최명자 도예전 '그리움으로부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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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명자 도예전 '그리움으로부터'
  • 강영희 시민기자
  • 승인 2021.04.14 16: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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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1갤러리'(부평공원길)에서 30일까지
@그리움에 대하여
@최명자 작품
@최명자 작품

 

실눈처럼 가늘고 얇게 뜬 눈이 먼저 들어왔다. 눈부신 빛을 뚫고 멀리 있는 무엇인가를 보기위해 최대한 동공을 좁히는 눈모양의 하나다. 카메라의 딥 포커스를 떠올렸다. 밝은 날 조리개를 최대한 조이면 피사계 싶도가 깊어져 멀리 있는 것까지 선명하게 초점이 맞는다. 

그 다음 쑤-욱 내민 빨간 입술이 들어왔다. 귀엽게 뽀뽀해달라며 입술을 쑤욱 내민 모습 같았다. 그리고 머리카락, 바람에 흩날리듯한 머릿결이 느껴지는 머리카락이 제각각의 모양으로 흩어져 있었다. 

코로나로 움직임이 적어진 엄마를 오랜만에 모시고 부평공원 산책을 핑게삼아 전시소식을 전해온 최명자 작가의 도예전을 보러 나왔다. 봄비 덕에 황사를 씻어낸 하늘은 그야말로 청명했고, 봄빛에 부드러워진 바람을 타고 꽃을 피우고, 싹을 틔우는 부평 공원도 오랜만이었다. 

 

@최명자 작가
@최명자 작가

 

전시는 그 원 옆 부평공원길에 '61파크에비뉴카페'건물 2층 카페와 1층 갤러리에서 동시에 진행하고 있었다. 부평공원이 내려다 보이는 천정 높은 넓직한 카페에 여인의 얼굴이 담긴 네모난 작품이 10여점 곳곳에 배치되어 있었다. 마치 거기에 계속 있었던 것처럼 익숙하고 편안한 느낌이었다. 

생각보다 작품이 적어 확인해보니 건물 바로 옆 1층이 메인 갤러리라고 했다. 내려다보니 잔디가 깔린 정원을 짧게 가로지르는 곳에 햇살을 맞으며 작가가 책을 읽으며 앉아 있었다. 넓은 카페를 보고 내려가니 <갤러리61>은 작은 공간이었다. 입구에는 2층에서 본 여인들의 다양한 변주들이 있고, 방처럼 꾸며진 안쪽 공간에는 가족 주제의 작품이 있었다. 

 

@최명자 작품

 

실눈과 쑥 내민 입술만으로는 주제를 가늠키 어려워 작가와 이야기를 나눴다. 사십 평생을 고통 속에 살다 20여년 전 하늘로 간 언니에 대한 그리움, 그리고 가족의 평온을 생각하며 진행한 작업이라고 했다. 

임종을 앞둔 언니 옆에서 우느라 사랑한다는 말, 잘 가라는 인사 한 마디 전하지 못한 것을 후회한다고 했다. 그런 작가의 말을 듣고나니  가늘고 길게 뜬 눈은 아스라히 먼 곳에 언니를 보았으면 하는 마음이 담긴 것이 아닐까, 전하지 못한 인사를 대신해 뽀뽀해달라며 입을 내민 어린 동생같은 작가의 모습이 아닐까 싶었다.

 

@61갤러리 - 1층
@61파크에비뉴카페(2층)

 

도자기법으로 캔버스 위에 그림을 그리듯 여인들의 모습을 다양한 색깔과 같은 듯 다른 표정으로 담아낸 모습은 도자기의 무게를 잊게 했다. 그리고 팔십이 넘은 엄마의 손을 잡고 돌아오면서 당신이 떠나기 전에 해야할 것들에 대한 생각도 더해졌다. 

 

부평공원도 거닐고, 작가의 작품도 감상해보시길...

 

@부평공원
@부평공원 

 

 

최명자 도예전

2021. 4. 1. ~ 30.  61갤러리(1층), 61파크에비뉴카페(2층) / 부평공원로 61

2021. 5. 6. ~ 12.  계양아트갤러리 / 계산새로 88 (계양구청 1층 로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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