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주주의는 총칼에 지지 않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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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주주의는 총칼에 지지 않습니다"
  • 송정로 기자
  • 승인 2021.04.16 17: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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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뷰] 소모뚜 미얀마 독재타도위원회 한국지부장
소모뚜씨가 자신의 매장 앞에서 미얀마 민주주의를 상징하는 '손가락 세개'를 들어보이고 있다.

 

미얀마 군사쿠데타가 발생한 지 두달 반이 지나고 최악의 유혈 사태는 여전하다. 아직 유엔을 비롯한 국제사회는 ‘그러면 안된다’는 성명 수준의 미온적 대응뿐이다. 군인의 총에 맞아 희생된 시민들이 이제 800명에 이른다는 소식이 날아든다.

인천 부평지역은 미얀마인들의 ‘심장’으로 불린다. 노동자와 유학생 등 2만5천명에 이르는 국내 미얀마인들의 공동체 활동, 교류, 축제, 행사가 부평을 중심으로 이뤄진다. 미얀마 군사쿠데타에 대한 국내 미얀마인의 저항 활동을 위한 교류도 부평을 중심으로 이뤄진다.

부평구 부평동에서 항공여행사과 스마트폰 가게를 운영하고 있는 소모뚜(46) ‘미얀마 독재타도위원회’ 한국지부장 겸 미얀마 민주주의네트워크 공동대표와 15일 밤 인터뷰했다. 1995년 한국에 온 ‘불법체류자’ 출신의 소모뚜씨는 26년째 부평에서 ‘미얀마 노동자복지센터 공동대표(현재는 운영위원장) 등을 지내며 미얀마 및 아시아 이주민들을 위해 노동, 인권운동을 벌여왔다. 2011년에는 대법원 판결을 통해 난민으로 인정받았다.

 

- 미얀마 독재타도위원회와 민주주의네트워크는 어떻게 조직됐나.

지난 2월1일 미얀마에서 군사쿠데타가 발생한 이후 조직한 것이다. 지난 2004년 ‘버마행동한국’이라는 단체에서 총무로 일하면서 공동체 활동을 해왔는데, 노동자, 활동가, 유학생들로 구성돼 주로 고국에 자연재해 등으로 어려움을 겪을 때 봉사활동을 해왔다.

이후 노동자복지센터를 통해 노동자 인권보호 활동과 최근에는 코로나19에 따른 지원사업을 벌여왔는데 쿠데타가 터지자 다시 뭉친 것이다. 3월초에는 독재타도위원회를 서포트하기 위해 한국 시민사회단체들과 미얀마 민주주의네트워크를 결성했다.

 

- 어떻게 활동을 하나.

한국의 중국대사관, 미얀마대사관 앞 등지에서 벌어지고 있는 규탄·지지 시위나 기자회견에 참여하며 미얀마에서 시민불복종 운동나 총파업을 벌이고 있는 공무원, 노동자들의 생계를 모금을 통해 후원하고 있다. 지난 2달간 총 6억원을 모금했다. 한달 봉급을 통털어 내는 미얀마 노동자들도 적지 않다. 빨리 사태가 종식되길 바라는 마음에서다.

미얀마에서는 지금 3개 축으로 쿠데타 세력에 저항하고 있다. 지속적으로 시위에 나서고 있는 시민들, 시민불복종 운동(CDM)에 참여하여 총파업에 돌입한 공무원들, 그리고 임시정부 활동이다. 임시정부는 지난 2015년 수지 여사를 중심으로 선거를 통해 국정에 참여해온 문민정부와 소수민족이 연합하는 형태를 띨 것이다. 이른바 ‘미얀마 민족통합정부’다. 다음주 쯤 이 임시정부가 공표될 것인데, 우리는 국제사회(한국)에 이를 공식 인정할 수 있도록 노력할 것이다.

우리가 이 임시정부 지도자들과도 직접 소통하는데 한국의 정치인, 시민사회단체 관계자와 만나 서로를 연결하고 지지를 요청하고 있다. 

 

- 현재 미얀마 피해 상황은.

희생자 수는 확인이 어려운데, 현재까지 800명 넘게 사망했을 것으로 본다. 10대 아이들도 40명 넘게 살해됬다. 희생자 중 60% 이상에 머리에 총탄을 맞았다. 군인들이 조준해서 쏜다는 것이다. 가택으로 침입해 상관없는 젊은 남자를 끌고가 무자비하게 폭행하기도 한다. 다쳐서 치료해주려는 의료진을 병력을 동원해 가로막고 방치하게 하거나 구급차를 부숴버리는 일도 벌어진다. 괴물이자 테러집단이다. 

평화시위가 군의 발포로 무력해지면서 요즘은 젊은이들이 시위대 보호를 위해 수제 총으로 무장하기도 한다.

 

- 수지 여사의 문민정부가 지난 5년간 국정에 참여했는데.

2015년 선거에서 문민정부가 압도적인 승리를 거뒀다. 국회에서 숫자의 우위로 일부 법개정을 통해 경제, 외교면에서 나아진 부분도 있다. 그러나 공권력은 국방장관이 움켜쥐고 있다. 내무장관도 국방장관이 임명한다. 중요 살인사건, 마약 범인을 못잡는다. 문민정부 인사(변호사)가 공항에서 뒤통수에 총 맞아 살해됐는데도 제대로 조사가 이뤄지지 못하고 있다. 실제 민주주의라는 측면에서 문민정부는 허수아비라 할 수 있다.

사실, 이번 쿠데타는 터질 게 터진 것이다. 작년 11월에 치러진 선거에서는 2015년 보다 더 압도적으로 문민정부가 승리했다. 이를 받아들이지 못한 군부가 3개월만에 쿠데타를 일으킨 것이다. 쿠데타가 안 일어났더라도 군은 국회에서 계속 대치하며 문민정부를 압박했을 것이다. 수지 여사가 정치적 압박을 거부하자 쿠데타를 일으킨 것이다.

 

 

- 소수민족과 연합한다는데 어떻게 전망하나

군부정권이 그간 탄압해온 소수민족들이 이번 사태로 문민정부와 결합하고 있다. 그들 병력이 10만에 이른다. 미얀마 젊은이들이 그들 군대에서 훈련받기도 한다. 그 수가 현재 수천명에 이른다고 한다. 지금은 미얀마인들이 평화시위를 벌이고 있지만, 많은 이들이 이번 사태를 미얀마의 민주화를 위한 마지막 싸움으로 인식하고 있다. 내전의 경우도 생각하지 않을 수 없는 것이다.

미얀마는 60년 군부독재 끝에 10년전 민주화의 길에 들어섰다. 군부는 2012년 군복을 벗고 선거에 임했으나 당시 수지 여사는 보이콧하고 2015년 선거에 참여했다. 지난 5년 숫적 우위로 일부 법개정을 이뤄냈다. 그리고 지난해 선거에서 확인된 게 하나 있다. 처음으로 군 투표를 군 막사에서 벗어나 시행했는데 군대가 있는 지역에서도 큰 표차로 문민정부 쪽이 승리한 것이다. 

미얀마군이 5만 정도로 알려져있는데, 실제 전투력은 이에 못미치 못한다. 군부의 상층부가 부패한 이유도 있다. 오히려 소수민족의 병력이 낫다. 무엇보다 온 국민이 민주세력이며 소수 군인이 나라를 혼란스럽게 하는 형국이다.

투표 결과가 그렇듯이 군내에도 민주주의를 지지하는 쪽이 많다. 쿠데타 세력이 분배한 공영주택에 군인 가족들이 볼모로 잡혀있어 전투에는 참여하겠지만 군의 사기는 떨어질대로 떨어져 있다. 최근까지 군인, 경찰 2천여명이 국경 넘어 도피했다. 군부가 국민을 죽이라는 명령을 거부한 것이다.

 

- 내전으로 치달을 수 있나

UN이 평화유지군을 파견한다면, 이 사태는 멈추리라 본다. 지금도 정부군이 소수민족 군대에 비해서도 사기와 전투력에서 뒤지고 있는데, 미얀마 국민이 싫어하는 군대의 공격 명령에 누가 목숨을 바치겠는가.  

UN의 역할에 대해 지금 국민의 시선이 싸늘하다. 냉소적이다. 한 나라의 무고한 시민들이  1천명 가까이 모든 국제사회가 보는 앞에서 무자비하게 죽어가는데 아무 것도 안하고 '우려한다'는 성명만 낼수 있냐는 것이다.

 

- 미얀마 사태에 한국의 반응은 어떠한가

5.18 같은 아픔이 있어서 그럴 것이다. 세계 어느 나라보다 맨 앞에서 미안마의 민주화를 지지하고 있다. 미얀마 임시정부 지도자들도 감사하다는 말을 꼭 전해달라고 한다. 우리가 모금한 6억원 중 2억원은 한국인이 기부한 것이다.

무엇보다 정신적인 지지가 크다. 학생부터 대통령까지, 국회, 시장, 여성단체, 연예인, 교수, 상인들에 이르기까지 마음으로 부터 지지한다는 사실을 느낄 수 있다. 자기 일처럼 생각하고 지지한다. 힘들 때 함께 있어야 진정한 친구다.

 

- 미얀마 사태에 마지막으로 하고 싶은 말은

한국의 전문가들도 미얀마 사태를 접하면서 군대가 총만 쏘면 1달내 끝날 것으로 보았다. 그러나 틀리지 않았나.

무엇보다 '민주주의는 총칼 앞에 지지 않는다'는 사례를 국제사회에 남겨야 한다. 저희를 보면서 민주화를 희망하는 다른 국가들도 가능하겠구나, 민주화를 위해 노력하면 국제사회도 도와주고 보호해준다는 것을 알게 해주고 싶다. 이를 과제로 삼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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