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
《삼거리 양복점》
《세상에 무해한 사람이 되고 싶어》
《I’ve been to Europe only twice》
딴뚬꽌뚬 추천; 《아옌데의 시간》, 카를로스 레예스, 아모르문디
장 지글러의 책 『왜 세계의 절반은 굶주리는가』라는 책을 통해 아옌데를 알게 된 저에게, 아옌데라는 사람은 배고픈 아이들에게 매일 마실 수 있는 우유를 주려고 했던 다정한 사람으로 마음에 남아 있습니다. 또한 “그런 건 말도 안 되는 발상이야. 내가 왜 그게 헛소리인지 알려주지”라며 계산기나 두드리는 차가운 세상에 맞서 싸운 용감한 사람으로 기억하고 있지요. 그런 아옌데가 결국 그 잔인한 세상을 이겨내지 못하고 실패하는 이야기를 생각할 때 마다, 칠레로부터 지구 반대편에 살고 있는 유권자인 저는 이름도 얼굴도 모를 어느 칠레 시민에게 저도 모르게 감정이입을 하고는 합니다.
『아옌데의 시간』은 바로 그 아옌데 집권기 칠레를 배경으로 하는 만화입니다. 전에도 아옌데를 생각할 때마다 저는 “과연 인간은 더 나은 세상에서 살 자격이 있는가?”하는 괴로운 질문에 사로잡히곤 했는데, 이 만화를 보고서 더욱 그랬습니다. 이 만화는 아옌데 대통령 본인보다는 그가 집권했던 시기, 그러니까 ‘아옌데의 시간’을 살았던 사람들이 누렸던 것, 지키고 싶어 했던 것, 그리고 그 시간이 끝났을 때 잃게 된 것들에 대한 이야기들을 다루고 있습니다. 왜 사람들은 아옌데의 시간을 충분히 누리지 못했을까요? 그것을 누리기는커녕 왜 결국 잃어버리고 말았을까요? 우리를 둘러 싼 현실들을 돌아볼 때마다 빠져들게 되는 이런 회의적인 생각들을 어떻게 이겨내야 할까요? 그것은 이 책을 읽은 독자들이 용기 내서 답을 찾아내야 하는 숙제라고 생각합니다.
‘동네 책방 시방’ 추천 : 《새》, 오정희, 문학과지성사
《새》는 1996년에 출간된 작품으로 오정희 작가의 첫 번째 장편 소설입니다. 인천 시민들에게 《중국인 거리》로 더욱 친숙한 작가죠.
작가는 지난 2003년 《새》로 제13회 독일 ‘리베라투르 상’을 수상하였는데 이는 한국인 최초이자 한국 문학 작품으로 해외 문학상을 받는 쾌거를 이루었다는데 더욱 의미가 있습니다.
가정불화로 집을 나간 엄마, 주인공 나(우미)와 남동생 우일이를 외할머니 집에 맡기고 먼 곳으로 일을 찾아 떠난 아버지. 어린 남매는 풍을 맞고 쓰러진 외할머니의 품을 떠나 외삼촌과 큰집에 짐짝처럼 떠넘겨지며 어디에도 의지할 수 없는 서러움을 감당해야만 했습니다.
하지만 아버지는 예기치 않은 순간, 언제나 먼 곳으로부터 돌아온 존재로 어느 날 집을 마련하였다며 남매를 새엄마와 살게 될 새집으로 데리고 갑니다.
새집이라 불리는 그곳에는 안집할머니와 몸을 못 쓰고 누워 있는 딸 연숙아줌마 내외를 비롯해 화물트럭 운전사 이씨아저씨, 과자 공장에 다니는 문씨아저씨 부부, 외판원이라는 정씨아저씨가 세들어 살고 있습니다. 등장인물들의 사연은 하나같이 기구하고 다사다난하여 그들의 굴곡진 이야기를 읽고 있노라면 침울한 세상에 잠식되어 가는 것 같습니다.
‘우일이와 나는 소리 지르는 일에 익숙지 않다. 우리는 물을 삼키듯 쓴 약을 삼키듯 소리를 삼킨다.’ 남매가 황폐하고 비루한 세상을 견뎌내는 유일한 방법이었을까요. 새집에서 맞이한 평온함도 잠시, 결국 남매는 다시 날개 꺾인 새처럼 상실의 상처를 텅 빈 내면으로 우악스럽고 무심하게 삼켜버립니다.
등단 50년이 넘은 오정희 작가는 그동안 여성성이 짙은 섬세한 묘사와 구체적인 문장을 구사하며 문단의 대표 작가로 추앙받고 있습니다. 특히 《새》는 작가들도 문장력 강화를 위해 필사하는 작품으로 알려져 있습니다. 좋은 작품은 오랜 세월이 흘러 다시 읽어도 밑줄을 긋게 만드는 힘을 지니고 있음을 《새》를 통해 되새기게 되었습니다.
마쉬 책방 추천도서 《삼거리 양복점》, 안재선, 웅진주니어
<삼거리 양복점>은 ‘양복점’이라는 작은 상점이 겪어낸 100년의 경제, 문화, 역사의 변화를 담고 있습니다. 끊임없이 변화하는 세상 속에서 한 가지 ‘업’을 지키는 진정한 장인 정신과 시대의 변화에 따라 성장하고 때로는 위기를 맞이하며 이를 극복하는 감동적인 순간을 한 편의 드라마처럼 보여 주는 그림책입니다.
100년 전에 양복점이라니! 낯선 것, 비주류를 선택하는 용기, 폐허가 된 곳을 묵묵히 지켜내는 마음, 힘든 순간들을 묵묵히 견디며 누군가의 희노애락, 인생을 함께 나누는 감동, 삼대에 걸쳐 100동안 한 자리를 지킨 삼거리 양복점 이야기를 읽는 내내 인천 배다리 책방 거리의 많은 책방들이 떠올랐습니다. 토지의 박경리 작가님이 처음 노상으로 헌책을 팔기 시작했다는 배다리 책방 거리는 예전에는 책방과 문구점에 학생들이 가득했다고 해요. 학년이 오를 때마다 참고서를 샀을테고 삶의 순간순간에 남아있는 책들을 이 거리에서 만난 분들이 많았겠지요? 현재는 나비날다, 집현전, 모갈1호, 아벨서점, 아벨시다락방, 한미서점이 오랜 시간을 지켜나가고 있어요. 그리고 커넥더닷츠와 제가 운영하는 그림책방 마쉬가 몇 해 전부터 자리를 지키고 있습니다. 저도 아주 오래오래 이곳에서 책방을 지키고 웃음과 울음을 나누며 누군가의 인생 역사 속 한 페이지로 남고 싶습니다.
“배다리 책방은 오늘도! 문을 엽니다.”
출판스튜디오 <쓰는하루> 추천; 《세상에 무해한 사람이 되고 싶어》 허유정, 뜻밖
우리가 사용하는 패트평 분리수거율은 80%이라고 합니다. 높은 수거율임에도 잘못된 분리수거 방법 때문에 고작 40%만 재활용된다고 해요. 올바른 분리수거 방법을 배우는 것도 중요하지만 관점을 바꿔 쓰레기를 만들지 않는 방법에 익숙해지는 건 어떨까요? 「세상에 무해한 사람이 되고 싶어」 는 일상 속 쓰레기를 줄여가는 저자의 작은 노력들이 담겨있습니다. 텀블러 사용하기, 장바구니 들고 다니기, 배달음식에 일회용 수저는 받지 않기 등 내가 할 수 있는 만큼의 작은 노력이 모이면 세상을 바꿀지도 모릅니다. 제로 웨이스트 삶이 궁금하다면 이 책을 추천합니다. 유쾌하고 가벼운 제로웨이스트(zero+waste) 라이프 에세이와 함께 각자의 방식으로 지구를 지켜봐요.
서점 안착 추천; 《I’ve been to Europe only twice》, 최기훈,
『I’ve been to Europe only twice 』는 최기훈 작가가 유럽에 두 번 다녀오면서 찍어 온 120여 장의 장면들과 서로 다른 시기에 서로 다른 이유로 유럽에 다녀온 사람들의 글 15편이 담겨있는 사진집+에세 이집입니다. 책의 대부분이 사진인 이 책에 담긴 짧은 글들은 사진과 별개인듯하면서도 사진의 여운을 계속 가져가도록 이끌어 줍니다. 사람마다 다른 ‘이방인의 필터’를 거쳐 바라보면 세상 모든 여행지는 그것이 일상의 모습일지라도 낭만 적으로 보이기도 하고, 아련하기도 때론 경애심이 들게 하기도 합니다.
어떤 이유로든 좋은 사진은 동영 상에서는 주기 어려운 보는 사람의 개성대로 장면을 읽게 하는 능력이 있는 것 같습니다. 여행을 하고, 여행 사진을 찍는 이유는 각기 달라도 이 책 속의 사진은 여러 의미로 감성을 자극하고 쉼을 줍니다. 아트북에 가까운 사진의 질감과 책의 만듦새가 여러 사람에게 추천하고 싶게 만드네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