GTX-D '김부선'은 사실상 서울7호선 연장선
상태바
GTX-D '김부선'은 사실상 서울7호선 연장선
  • 윤종환 기자
  • 승인 2021.04.28 17:36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기자수첩]
서울 강남행 급행 노선이 김포~부천 단거리 노선으로 둔갑
개통되도 서울9호선 비해 '강남권 이동' 메리트 없어
기대 부풀린 국토부 발뺌, 뿔난 주민들은 내년 선거 별러
GTX-A·B·C·D 노선도
GTX-A·B·C·D 노선도

인천 서구·김포 등 수도권 서북부와 서울 강남권 연결이라는 기대감을 증폭시키며 부동산 호재 역할까지 톡톡히 해왔던 GTX-D 철도망의 윤곽이 마침내 드러났다.

하지만 당초 예상과는 달리 노선은 김포시 장기동에서 부천시 종합운동장역까지만 이어지는 것으로 발표됐다.

이로써 수도권 서부 주민들이 고대하던 ‘강남권 논스톱 이동’은 멀어지게 됐다. 이 노선을 이용해 강남권으로 가려면 부천에서 서울7호선으로 환승하는 수밖에 없다.

그러니 광역급행철도라는 허울을 벗겨 내면 이 노선은 사실상 부천종합운동장역에서 분기해 장기까지 이어지는 서울7호선의 연장선 또는 GTX-B의 지선에 불과한 셈이다.

인천 검단, 경기 김포 주민들에게는 김포공항역(공항철도)에서 서울9호선으로 환승하는 기존 강남권 이동 방식에 더해 선택지가 하나 더 생겼다고도 볼 수 있다.

다만, 현재로선 기존 방식에 비해 차별화된 메리트가 없어 보여 이 노선이 교통수요를 흡수할 수 있을지는 의문이다.

지금까지 공개된 GTX-D 노선의 기점~종점 간 이동 시간은 약 15분 가량으로 매우 짧은 편에 속한다. 하지만 이를 감안하더라도 목적지인 서울 강남권까지의 소요 시간은 기존 방식과 비교해 큰 차이가 없다.

실제로 네비게이션을 통해 보면 현재 김포 장기역(골드라인)에서 서울 고속터미널역(7·9호선)까지 9호선으로 가는 경우 약 1시간20분 정도가 소요되는 것으로 나온다. 같은 기기로 GTX-D를 이용해 7호선에서 환승하는 경우를 가정했을 땐 약 1시간10분 정도 걸릴 것으로 추산됐다.   

서울7호선(165%)의 출퇴근 시간대 혼잡도가 전체 1~9호선 가운데 세 번째로 높다는 점도 주목할 요인이다. 혼잡도가 가장 높은 9호선(234%)에 비해서는 낮은 편이나, 7호선 역시 ‘지옥철’로 불리는 만큼 실제 체감에선 큰 차이가 나지 않는다는 평이다. 게다가 7호선엔 급행열차도 없다.

이러한 이유로 GTX-D 김포~부천 노선의 효용성과 이용률이 그리 높지 않을 것이라는 우려는 한동안 계속될 전망이다.

특히 인천 서구 청라·루원·영종 주민 입장에서는 인천시가 건의한 인천공항행 GTX-D 분기 노선이 아예 사라지기까지 했으니, 청라·영종지역을 거치는 공항철도를 제쳐 두고 굳이 장기·검단·계양 등으로 이동해 GTX-D 노선을 탈 이유가 전혀 없기도 하다.

출퇴근 시간대 서울지하철 7호선
출퇴근 시간대에 붐비는 서울지하철 7호선 (자료사진)

국토부는 지난 22일 진행한 제4차 국가철도망 구축계획(2021-2030) 공청회에서 △지자체 건의 노선별 사업 타당성 △수도권-지방 간 투자 균형 △기존 노선(서울2·7·9호선) 영향 등을 종합해 인천시·경기도 등이 제안한 GTX-D 노선안을 축소할 필요가 있었다고 설명했다.

기재부의 국가균형발전 원칙에 따라 서울시와 직결되는 노선은 신설치 않기로 했고, 김포~부천 구간만 건설할 경우 공사비가 대폭 절감된다는 점 등이 노선 축소의 구체적인 이유였다.

사실 국토부는 공식 석상에서 이 노선을 GTX-D라고 부른 적이 없다. 구체적인 노선 경로를 밝힌 적이 없으니 원안이라는 것도 실은 존재하지 않는다.

때문에 정부 안팎에서는 지자체와 언론, 주민들이 김칫국을 마셨다는 반응도 나온다.

다만 그렇다고 해서 현재 김포·인천 서구 각지에서 발생하고 있는 주민 반발을 모두 무마할 수 있다고 받아들이는 것은 곤란하다.

앞서 지난 2019년 말 최기주 대광위 위원장은 ‘김포 등 2·3기 신도시 출퇴근 시간 단축을 위한 서부권 급행철도’를 언급했고, 이후 광역교통 2030 비전 발표에선 “GTX 수혜 범위를 확대하기 위해 수도권 서부권 등 신규 노선을 검토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게다가 이후 여러차례 진행된 발표에서 서부권 광역급행철도가 기존 GTX 사업과 다르다는 점을 명확히 언급하지도 않았다.

베드타운 색채가 강한 수도권 서부지역 신도시 주민들로서는 이 노선이 서울과 연결되는 네 번째 GTX라고 생각할 수 밖에 없었을 테다.

심지어 지난해 11월엔 김포지역을 부동산 조정대상지역으로 지정하며 그 이유에 대해 ‘GTX-D 교통 호재가 있으며’라는 내용을 적시한 적도 있다. 이로 인해 ‘강남직결 GTX-D’라는 문구가 사실상 확정시 되며 인근 지역의 부동산 시세 상승을 부채질 해 왔다.

KB국민은행 리브부동산에 따르면 김포 아파트값은 지난 1년간 28.77% 상승했고, 인천 서구지역은 평균 14.09% 올랐다.

 

인천시가 국가철도망 구축계획에 반영을 요청한 GTX-D Y자 분기 노선

그러니 ‘GTX-D 노선을 강남과 직결하라’는 인천 검단·청라·루원·영종 및 경기 김포 주민들의 반발은 거세질 수밖에 없다.

이들 주민의 입장에선 정부가 먼저 운을 떼 잔뜩 기대하게 해 놓고선 이제와서 예산 탓을 하며 발을 빼는 모습으로 비쳐질테니 말이다.

현재 이들 주민은 국민청원과 단체 피켓시위, 차량시위는 물론 욕설을 연상시키는 ‘18원’을 여당 의원들에게 보내는 등 갖가지 방식을 통해 불만을 표출하고 있다.

일각에서는 당장 내년에 진행될 대선·지선 및 향후 예정된 총선을 거치며 결국에는 강남 직결 요구가 수용될 것이란 기대도 나온다. 선거를 앞둔 정치권이 지역 현안과 주민 요구를 외면할리 없다는 이유에서다.

예상과 같이 박남춘 인천시장을 비롯한 정하영 김포시장, 이정훈 강동구청장 등의 지자체장들은 벌써부터 입장문이나 건의문을 발표하는 식으로 정부에 GTX-D 노선 서울 연장을 촉구하고 있다.

특히 박 시장은 전날 정부세종청사를 직접 찾아 기재부 등 중앙부처 관계자들에게 서울 연장 및 Y자 노선(인천공항행·김포행) 동시 추진안을 반영해 달라고 요청하기도 했으며, 오는 29일엔 최기주 대도시권광역교통위원장, 전해철 행정안전부 장관, 황성규 국토교통부 제2차관 등 정부 고위 관계자들과의 만남도 가질 예정이다.

오는 6월 제4차 국가철도망 구축계획 확정고시 시점까지 아직 한 달 이상의 시간이 남았다. 앞서 모든 행정 절차를 마치고 착공에 들어간 시점에 사업 계획이 변경된 ‘GTX-A 창릉역 신설’ 사례도 있어 주민들의 강남 직결 요구는 당분간 사그라들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


시민과 함께하는 인터넷 뉴스 월 5,000원으로 소통하는 자발적 후원독자 모집