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강 - 뿌리이자 볕이며 바다인 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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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강 - 뿌리이자 볕이며 바다인 강
  • 장정구
  • 승인 2021.05.07 11: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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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정구의 인천 하천이야기]
(39) 강화와 김포의 한강이 만나는 하구, 조강
보구곶리는 널직한 논 옆에 농수로가 있고 그 옆으로 제방과 철책이 있고 그 너머가 염하다
보구곶리는 널직한 논 옆에 농수로가 있고 그 옆으로 제방과 철책이 있고 그 너머가 염하다

 

“한강물이 도성 남쪽을 지나 금천 북쪽에 이르러 양화도가 되고, 양천 북쪽에서 공암진이 되며, 교하 서쪽으로 오도성에 이르러 임진강과 합하고, 통진 북쪽에 이르러 조강(祖江)이 되며, 보구곶에 이르러 나뉘어 둘이 되었으니, 하나는 곧장 서쪽으로 흘러 강화부 북쪽을 지나 하원도가 되고, 교동현 북쪽 인석진에 이르러 바다로 들어가니, 황해도에서 배로 실어 온 곡식이 모두 이곳을 거쳐 서울에 다다른다. 다른 하나는 남쪽으로 흘러 강화부 동쪽 갑곶진을 지나서 바다로 들어가니, 전라․충청도에서 배로 실어 온 곡식이 모두 이곳을 거쳐 서울에 다다른다.” (『세종실록』 「지리지」 ‘경기’

 

한강하구 혹은 림진강하구의 원래 이름은 조강(祖江)이다. 김포의 조강리라는 이름에서 알 수 있듯 김포와 강화의 한강이 바다를 만나는 한강하구 그 어디까지를 조강이라 불렀다. 한국전쟁 이 후 남북이 분단되고 철책으로 출입할 수 없는 지금은 잊혀진 강이다. 조강은 임진강과 한강이 만나는 오두산성에서부터 북한 개풍군과 김포, 강화 사이의 물길, 예성강을 만나는 교동도와 연백 사이의 강이며 바다인 수역을 부르는 이름이라고 추정한다. 조강은 5백㎞ 한반도의 대표 물줄기인 한강의 시작이며 끝으로 한민족의 뿌리이며 볕인 강이다. 또 조강은 밀물과 썰물이 있는 바다인 강이다. 조강의 한줄기는 염하로, 다른 하나는 석모수로로, 또 하나는 교동와 연백 사이로 서쪽으로 이어진다.

강화대교를 건너기 전 김포 성동검문소가 있다. 대중교통으로 문수산을 찾는 사람들은 이곳 성동검문소 교차로에서 내린다. 문수산성 남문 앞이기도 하다. 보구곶리로 향하는 도로에는 파란색 실선이 선명하다. 올리브 가지를 문 비둘기 그림에서 평화누리길 표시임을 알겠다. 좁은 외길인데 주말이라 승용차들도 많고 어딘가 공사 중인지 덤프트럭까지 쉴 새 없이 드나든다. 마땅한 인도가 없어 걷는 사람들이 위태롭다. 문수산 삼림욕장 입구를 지나서도 한참을 가야 한적한 농로로 접어들 수 있다. 냉이꽃, 벼룩나물꽃, 애기똥풀꽃, 봄맞이꽃 등 봄꽃들이 한창인 논두렁을 따라 오른쪽으로는 문수산 산등성이를, 왼쪽으로는 염하 제방 위 철책을 두고 걸어서 올라간다. 기러기가 북으로 떠난 지 제법 되었을 텐데 논두렁 곳곳에 기러기똥이 여전하다. 농수로에는 알에서 깨어난 올챙이들의 군무가 답사객들의 발길을 잡는다.

 

강원도 고성에서부터 한강하구까지 평화누리길이 이어져 있다
강원도 고성에서부터 한강하구까지 평화누리길이 이어져 있다
보구곶리 농수로에서 만난 뱀
보구곶리 농수로에서 만난 뱀

 

막대기마냥 느긋하게 큰 뱀이 일광욕을 즐기는 따뜻하고 쾌청한 봄날, 북녘땅이 지척이다. 저 멀리 개성송악산도 보인다. 농수로 너머 제방 철책, 철책 너머 염하, 염하 건너 저만치 자그만 정자가 눈에 들어온다. 연미정이다. 몇 년 전 태풍에 양 옆 근사한 풍치를 자랑했던 느티나무 중 한그루가 완전히 뿌러졌다. 남은 느티나무 또한 피해가 작지 않아 철책 너머 멀리에서도 왜소해졌음이 느껴진다. 문수산은 한남정맥의 시작이기도 하고 끝이기도 하다. 보구곶리 군초소 옆 산기슭으로 한남정맥 종주시점을 알리는 표지기들이 여럿 붙어있다. 철책이 이어지는 곳까지 문수산 산등성이가 이어진다. 접경지역이라 더 이상 가까이 갈 수는 없지만 자세히 보면 분명 한남정맥은 끝났는데 바로 또 산이다. 섬이다. 유도다.

육지에서 약 3백미터 떨어져 있는 유도(留島)는 홍수에 떠내려오다가 이곳에 머물러 머무루섬이라 불린다. 이 전설을 뒷받침하듯 1996년 7월 홍수 때 북에서 떠내려온 것으로 추정되는 황소 한 마리가 유도에 발견되었다. 부상을 입은 상태였고 먹을 것도 부족하여 1997년 1월 김포시와 해병대가 대대적으로 구출작전을 펼쳤다. 평화의 소라 불린 이 황소는 이후 제주 우도의 암소를 짝으로 맞이했다. 여러 후손을 남겼고 지금은 남북의 평화통일 염원을 간직한 채 그 유골이 김포 통진읍 두레문화센터에 납골형태로 보존되어 있단다. 뱀이 많아 사도라고 불리는 유도에는 큰 동굴이 있고 그 속에는 이무기가 살고 있다는데 주변에서 큰 뱀들이 어렵지 않게 관찰되는 것을 보면 단순히 전설만은 아닌듯하다. 육지가 지척이지만 수십년 간 사람의 발길을 허락하지 않은 유도는 국제적 멸종위기종인 천연기념물 저어새를 비롯하여 흰꼬리수리, 검독수리 등 멸종위기 야생생물 등이 찾아오는 생태계보고이다.

 

‘한강하구의 수역으로서 그 한쪽 강안이 일방의 통제하에 있고 그 다른 한쪽 강안이 다른 일방의 통제하에 있는 곳은 쌍방의 민용선박의 항행에 이를 개방한다. 첨부한 지도에 표시한 부분의 한강하구의 항행규칙은 군사정전위원회가 이를 규정한다. 각방 민용선박이 항행함에 있어서 자기 측의 군사통제하에 있는 육지에 배를 대는 것은 제한받지 않는다’

 

1953년 7월 27일 체결된 정전협정 제1조 5항의 내용이다. 2021년 올해는 한국전쟁 발발 71년, 정전협정 체결 68년이 되는 해이다. 중립수역이라는 표현하지 않았지만 육지의 비무장지대(DMZ)처럼 파주 만우리에서부터 강화 말도까지 약 67km 구간의 완충지대로 두었다. 또한 민간선박은 항행이 가능하다 분명히 했다. 이곳이 바로 조강이다. 보구곶리, 용강리, 조강리, 가금리, 마근포리, 시암리로 이어지는 조강은 지금도 흐른다.

 

보호수 느티나무. 철책으로 조강이 닫히기 전까지 조강 일대에는 많은 사람들이 모여 살았다
보호수 느티나무. 철책으로 조강이 닫히기 전까지 조강 일대에는 많은 사람들이 모여 살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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