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트북, 어버이날 선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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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트북, 어버이날 선물
  • 유병옥
  • 승인 2021.05.14 17:3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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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자칼럼] 유병옥 / 전 인천여고 교장

 

어버이 날, 아들이 노트북을 사 가지고 왔다. 80이 훨씬 넘은 노모(老母)에게는 잘 어울리지 않는 선물이지만 무척 반갑기만 하다

나는 작년에 노인종합문화회관에서 운영하는 소통의 글쓰기반에 들어가서 일주일에 한 번씩 글 쓰는 법을 배우고 있었다. 코로나 사태가 나는 바람에 중단된 지 오래되었지만 무료한 나날 나름대로 산문을 써 오고 있었다.

30여 년 전 아이들이 쓰던 컴퓨터를 이용해서 떠듬거리며 글 쓰는 것을 본 아들이 나를 격려해 주려고 노트북을 사 왔다.

“내가 쓰면 얼마나 쓴다고 이 비싼 걸 사 왔어?” 하는 나에게 “어머니 이거 기능이 단순한 것이여서 비싸지 않아요. 거실에 놓고 편하게 자주 쓰세요“ 한다.

남편의 건강이 점점 좋지 못하여 하루 일과의 대부분을 남편 돌보는 일을 하다 보면 종종 슬픈 마음이 들기도 한다. 이젠 최소한의 집안 일을 하는 것도 힘에 겹다. 그러던 중 우연히 노인종합문화회관에서 운영하는 프로그램 ‘소통의 글쓰기반’에 등록해서 일주일에 한 번 나름대로 산문을 써 보게 되었다.

오랜만에 해보는 일이라 집에서도 누가 볼까봐 몰래 쓰기도 하고 써 놓은 것은 남의 눈에 띄지 않게 감추어 두곤 했다. 아들은 어떻게 눈치를 챘는지 글 쓰는 것을 지지하고 응원한다. 관심을 가져주니 그 일에 더욱 의욕을 갖게 되었다

지도교수님께서 인터넷 신문 독자칼럼에 내 글을 투고해 보라고 일러 주셨다. 코로나바이러스가 답답하게 일상을 조여올 때 나는 글을 써서 세상과 소통하게 되었다. 그런데 생각지도 않게 이것이 나의 생활에 큰 활력소가 되었다. 글을 인정받아 세상에 발표하는 기쁨을 몇 번이나 경험하고 보니 글 쓰는 일은 나를 어두운 일상에서 탈출시키는 놀라운 힘이 되어 밝은 표정도 되찾게 되었다.

이제부터는 글의 소재가 생각나면 놓치지 않고 쓸 것이다. 선물을 받고 떠오른 첫 번째 소재는 바로 이 노트북이다. 이것으로 어버이날인 오늘 내가 글 쓰는 것을 전폭적으로 지지해 주고 응원하는 아들을 첫 소재로 삼아 글을 쓰는 것이 자랑스럽고 고맙기만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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