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생 3막, 집현전 책방을 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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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생 3막, 집현전 책방을 열다
  • 강영희 시민기자
  • 승인 2021.05.18 19: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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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상봉 사진공간배다리 관장의 새로운 도전

 

'집현전' 이상봉 대표@강영희 

이른 봄이었던가 늦은 겨울이었던가 오랜만에 친구와 배다리 책방거리 산책을 하다가 '집현전'을 책방으로 꾸미고 있는 이상봉(전 사진공간배다리 관장)씨를 만났다.

 

"여기에 뼈 묻으시게요?" 

책을 정리하는 모습을 보고 나도 모르게 튀어나온 한 마디. 

"그렇게 됐네~" 라는 답이 돌아왔다.


책방을 열다니 ...

책방은 여는 것도, 지속하는 것도 쉽지 않다는 걸 안다. 게다가 수 많은 사람을 만나고, 수익을 내야하고. 그 지점까지 가려면 적지 않은 시간과 노력이필요하고, 자기만의 색과 모양을 체득해야만 가능한 일인걸 안다.

이전에 책방을 시작했던 이들이 나름의 뜻과 철학을 갖고 엄청난 노동을 쏟아부었다는 것을 '아벨서점', '삼성서림', '나비날다책방', '한미서점' 그리고 '대창서림(모갈1호)' 사장님들의 모습에서 보아왔기 때문이다.

 

간판을 달기 전 @사진_ 집현전

지난 해 북성동 헤이루체(사진공간 배다리 2관)을 정리하고 '집현전'에 책방과 문화공간을 마련하는 작업중이라 했다. 물론 지난 1월 중순부터 이미 문을 열었지만 장사를 하면서 공간정비를 계속하고 계셨던 것. 

4월 중에 1, 2층을 먼저 열고, 전시공간이 될 3층은 천천히 정비해나갈 예정이라셨다. 정식으로 문 여는 날에 다시 오겠다며 연락을 주십사 했는데 4월이 다 지나도록 연락이 없었다. 무슨 일인가 싶어 다시 들르니 공사 마무리가 늦어졌고, 5월 15일에 정식오픈을 하니 그때 한번 오라고 했다.

 

인천in의 집현전 기사(2015년11월)가 이 공간의 역사에 한 쪽을 설명하는 의미로 인쇄되어 전시중에 있다. 옛 사장님 사진 앞에서 이상봉 대표@강영희
3층 전시장에는 인천in의 집현전 기사(2015년11월)가 이 공간의 역사에 한 쪽을 설명하는 의미로 인쇄되어 전시중에 있다. 옛 사장님 사진 앞에서 이상봉 대표@강영희
집현전을 리모델링 하는 과정을 담아 3층에 전시중이다.@강영희

이미 외양은 우각로 경관조성 사업때 제 모양을 잡고 있었지만 내부는 계속 공사중인지 주로 닫혀있었다. 1-2년 거의 SNS를 거의 하지 않았던 터라 그 외관을 보고 '집현전(책방)을 하시려나보다' 정도로만 알고 있었다. 

사진전시공간 '사진공간 배다리'를 운영하시며 배다리에 자리잡은 이상봉씨가 중구 북성동 '헤이루체'를 열고 '사진공간 배다리 2관'을 개관했을때 적지않게 서운하기도 했었다. 물론 1관도 가끔 전시도 하고, 사진가들의 네트워크 공간으로 사용하고 있었다고 하지만 아무래도 닫힌 느낌이 역력했다. 집현전도 공사를 하는 흔적이 보였을 뿐이고, 지난해 말까지 닫혀있었던 기억이 있는데 무슨 일이 있으셨길래 사진전용 공간에서 일반 헌책방을 열기로 하신걸까?

 

@사진_집현전
1층 책방공간@사진_집현전

 

'집현전'은 배다리 책방 1세대 중에 거의 2010년대까지 남은 세곳의 책방(삼성서림, 대창서림, 집현전) 중 하나로 오태운, 한봉인 부부가 60년 이상 운영해 오셨었고, 2015년 전후로는 소일거리로 문을 연다고 하셨다. 이곳저곳 옮겨다니다가 1992년 지금의 공간을 구입해 운영하셨다고 한다. 2018년 봄 할머니(한봉인 88세)께서 건강이 많이 나빠지셨고, 더 이상 운영할 수 없어 문을 닫게 된 사연이 있었다. 그해 한봉인 여사께서 향년 88세로 돌아가셨고, 다음해 오태운 어르신도 향년 92세로 귀천하셨다. 

헌데 두 어르신께서 자녀분들에게 책방을 갤러리관장(이상봉씨)에게 넘기면 좋겠다는 말씀을 하셨고, 이에 2018년 5월 집현전을 인수했다고 한다. 영화 <극한직업>을 촬영할 당시 치킨집 앞 조폭들의 아지트 입구로 세팅해 몇 달 촬영을 했고, 촬영이 끝난 후에도 계속 그 세팅으로 유지되다가 2019년 배다리 경관조성사업때 지금의 외관을 갖추었고, 헤이루체(카페겸 사진공간배다리 2관)가 운영이 어려운 와중에도 집현전을 만들기 위해 전문적인 목공 공부도 하고 계셨던 모양이다.  

 

@사진_집현전
집현전을 다듬기 위해 직접 목공을 배웠다고 한다@사진_집현전
@사진_집현전
공간작업중인 이상봉 대표@사진_집현전

사진공간배다리 1관과 함께 가끔 전시 등을 진행하다가 지난해 말 코로나19의 여파를 이기지 못하고 북성동 공간을 정리하면서 본격적으로 내부 정비에 힘을 쏟아 지난 1월 16일 임시로 책방을 열게 되었다고 한다. 책방을 운영하며 책장을 짜는 모습, 책을 정리하고 닦는 모습에서 아벨서점 사장님의 모습이 떠올랐다. 평생 이곳에서 공간을 다듬고, 책장을 짜고, 책을 정리하고, 책을 사고 팔아오신 모습이 겹쳐보였기 때문이다. 

정식 오픈 전이지만  둘러보라 해서 2층, 3층을 보았다. 2층은 쉼터이자 레지던시 공간으로 사용할 수 있도록 만들고 있었는데 내 눈에는 커다란 맨소레담 로션(근육통완화제)이 더 기억에 남았다. 이 대표는 2층을 북카페로 운영할 계획이었는데 혼자 운영해보니 어려움이 있어서 책쉼터로 운영하기로 했다고 했다. 3층은 전시나 강좌등을 진행할 공간으로 만들고 계신다 하셨는데 원형톱과 매장용 청소기가 있었지만 얼추 모양을 다 갖추고 있었다. 

 

@강영희
2층 공간은 북쉼터와 레지던시 공간으로 운영될 예정이라고 한다@강영희
@강영희
책값은 정가의 40%@강영희

임시 오픈 이후 책을 마련하고, 분류하고, 정리하고, 구입하고 모으는 고단한 과정이 지속되지만 간간히 그의 고단함에 마음과 생각과 노동을 나누는 이들이 있어 힘이 난다는 말이 SNS에 담겨있었다. 정식 오픈이라 해도 이미 임시 오픈 이후 자리를 잡은 상황이었다. 

 

@강영희
5월 15일 토요일, 정식 오픈하는 날 비가 나렸다 @강영희

- 새 집현전은 어떻게 운영하실건가요? 

▲ 정가의 40%를 원칙으로 정했어요. 이 공간 운영이 가능한 수준인지 아직 알 수 없지만 일단 그렇게 했어요. 새책도 헌책값으로 팔생각이구요.  또 '집현전 선물 꾸러미'도 만들어 어여쁜 책 선물이 될 수 있는 방법도 배웠어요. 
집현전에 오시면 편하게 머물다 갈 수 있도록 하려구요. 그런 공간이 될 수 있도록 저도 다양한 노력을 펼치고 있습니다. 2층 쉼터에서 차를 마시며 책을 읽을 수도 있고, 3층에서 전시도 할거예요. 
 

이상봉씨는 시각장애인 학생들을 가르치던 교사에서 사진공간 배다리전시관 관장으로, 다시 헌책방 집현전의 주인으로 어떤 일이 벌어질지 모르는 두려움과 기대속에 '인생 3막'을 시작한다. 

배다리의 가치와 의미를 더해 옛 것과 새로운 것의 가치를 조화롭게 만들어가고자 하는 고민과 노력이 많으셨다. 이젠 책방과 전시관을 찾는 이들과 함께 만들어갈 이상봉 대표의 집현전의 모습이 어떨지 기대된다.    
 
<집현전>
인천시 동구 금곡로 3-1 (배다리 책방 입구 위치) / 문여는 시간 정오 부터 오후 6시까지 / 인터넷 판매도 진행.

*인문학, 소설, 사진, 예술, 종교, 경제, 취미 등등 5천여권 구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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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층 북쉼터. 이름은 '쉼터_21분'@강영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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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매품이지만 해외/국내작가 작품집을 볼 수 있다@강영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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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 코너는 작가나 작품에 대한 다양한 서사를 담고 방문객이 생각이나 느낌을 담을 수 있도록 하고 있다@강영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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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집현전 선물꾸러미' 책값 외에 포장비만 내면 선물꾸러미를 만들어준다고 한다.  @사진_집현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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