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와 꽃차로 마을 어디든 달려갔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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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와 꽃차로 마을 어디든 달려갔지요"
  • 정혜진
  • 승인 2021.05.25 17: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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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혜진의 마을 탐험기]
(27) 꽃차 ‘마실’ 민후남 대표를 만나다 - 정혜진 / 마을교육 공동체 ‘파랑새’ 대표

마을에서 꽃차을 통해 사람들과 교류하고 소통하며 향기 나는 활동을 이어가고 있는 마을 활동가 꽃차 '마실' 민후남 대표. 영화동아리 '하품학교' 교장으로 잘 알려지기도 했던 그가 마을에서 전개해온 공동체 활동에 대해 이야기 나누어 보았다.

 

100가지도 넘는 꽃차와 민후남 대표
100가지도 넘는 꽃차 앞에서 민후남 대표

2004년부터 마을활동을 시작한 민 대표는 학산문화원과의 연으로 지금까지 활동하게 되었다며 이야기를 풀어 놓는다.

"어느 날 지나가는데 영화동아리 모집이란 글이 보였어요. ‘하품학교이라고……. 제가 어렸을 적부터 영화를 엄청 좋아했는데 IMF가 터지고 집안 상황이 안 좋아 졌을 때여서 영화에 대한 갈증이 있을 때였죠. 마침 학산문화원에서 영화를 보는 동아리가 생긴다고 해서 얼른 가서 신청을 하고 한 달에 한번 영화를 보는데 그게 너무 좋은 거예요. 힘든 내 삶에 힐링 같은 그런 시간을 문화원에서 만들어 주니까 너무 좋잖아요, 그래서 열심히 하다가 여기까지 왔어요.”

민 대표는 하품학교 교장선생님으로 활동하다 꽃차 마실의 대표가 되셨다. 학산문화원은 문화예술을 주민들 속에서 확장을 기하기 위해 '하품학교'를 설립하였고 영화, 연극, 여행 등 다양한 문화행사를 진행하였다.

"하품학교 교장선생님이 되고 하루도 하품학교 이야기를 안 한 적이 없었던 것 같아요. 처음엔 내가 아니고 다른 분이셨는데 그 분이 직장의 일로 계속 나오실 수가 없게 되서 갑자기 맡게 되었어요. 교장이 되고 나니 진짜 학교 교장은 아니지만 책임감도 생기고 일들이 너무 좋기도 해서 더 열심히 했던 것 같아요.”

그렇게 처음엔 3~5명모이던 하품학교는 결국 100명이 넘게 나오는 모임이 되었다. 미추홀구 곳곳을 다니며 스크린에 영화를 상영해 주며, 마을주민과 함께 영화를 볼 수 있도록했다. 또 문학기행도 함께 가는 단체가 되었다. 그러다 이같은 노력들이 지자체 최초로 구에서 운영하는 영화관(영화공간 주안)이 미추홀에 생기게 된 계기가 되었다.

그 영화관이 생길 때 너무 좋았어요. 저렴하게 예술영화를 볼 수 있는 곳이 생긴 거니까.”  민 대표의 이야기 속에서 영화와 하품학교에 대한 애정이 피부로 느껴진다.

하품학교를 시작하며 민 대표는 가지고 있는 재능을 마을에 기부하기 시작했다. 어디든 부르면 달려가서 차 자리를 펴주고 자원봉사를 펼쳤다. 그리고 이같은 활동은 마을에서 그의 '트레이드 마크'가 되었다.

마을에서 일이 있다고 이야기만 하면 무조건 갔어요. 내가 문화원 덕분에 힘들 때 위로를 받았고, 다시 뛸 수 있었고, 또 다양한 사람도 만나고 활동도 할 수 있었다고 생각해요. 그래서 고마운 마음을 다시 마을에 나눈다 생각하고 필요하다고 하면 미추홀구 어디든 갔습니다.”

민 대표가 구청 문화예술사업의 일환으로 문화공간을 마련한 숭의평화시장에 입주하며 처음 마실을 시작할 때도 쉽지 않았다. 그는 청년들이 입주하는 공간들을 청년들과 함께 의미있게 활동할 공간으로 만들고 싶었다. 입주한 후에도 지역주민들과의 의견 차이를 극복해 가며 꾸준하게 활동할 수 있었던 건 차와 나눔, 그리고 그만의 친화력으로 가능했다.

재개발을 하고 싶은 지역주민들 사이에서 우리가 입주하면 재개발이 안 된다고 소문이 나서 입주하고 행사도 못하고, 꽃도 못 심고했었죠. 먼저 나서서 솔선수범하고 먼저 인사하고 또 상가 분들이랑 점심 때 음식 만들기 수업도 하고 차도 함께 만들어 마시고... 그러다 보니 친해지고 서로를 이해하게 되었어요. 먼저 다가가지 않으면 관계가 아무것도 변화하지 않아요.”

 

왼)정성스레 차를 따라주고 계신 민후남 대표와 명장인증패(오른쪽 위)마실 내부(우른쪽 아래)
정성스레 차를 민들어 따라주고 있는 민후남 대표와 명장인증패(오른쪽 위), 마실 내부(오른쪽 아래)

 

민 대표는 25년 전 전통차에서 꽃차가 막 나오기 시작한 시기부터 지금까지 다양한 차를 연구하고 만들고 있다. 한방차 명장으로 인증 받을 정도로 차에 대한 남다른 애정과 실력을 갖추었다.

차의 종류는 다양하고 무궁무진해요. 꽃에는 독소가 있는 것도 있고, 없는 것도 있고, 잎을 먹는 것도 있고 꽃을 먹는 것도 있고요. 한방차로 사용하는 재료에도 독소가 들어있는 것이 있어서 바로 먹으면 안 되는 것들이 많아요. 그럴 때 법제라고 독소를 빼주는 작업을 해야 해요. 그런데 법제의 방법이 다 달라요. 소금에 절이는 것도 있고, 데치는 것도 있고, 막걸리에 담그는 것도 있고…… 아주 다양한 방법으로 그 식물에 맞는 법제를 한 후 덕음을 하여 차를 만듭니다. 그러니 차의 종류가 얼마나 많겠어요. 한번은 바로 앞에 있는 술을 빚는 마을선생님께서 대회에 나가신다고 100가지 꽃을 추천해 달라고 한 적이 있어요. 그래서 제가 100가지 꽃을 드렸는데 그걸 가지고 백화주를 만들어서 상을 받아 오신적도 있어요. 그러니 최소100가지는 넘는 꽃차가 있겠지요...”

민 대표는 요즘 젊은 사람들은 모든 것을 돈으로 환산하며 다 쥐려고 해요. 과거에는 그냥 마을이 온 마을학교이고 온 마을 놀이터였어요. 니집 내집 할 것 없이 애들이 오면 먹이고 잘못하면 혼내고 가르치고……. 그런데 요즘은 내 아이만 돋보여야 한다는 생각을 가진 엄마들이 많은 것 같아요. 또 내 아이를 누가 건드릴까봐 곤두서 있는 엄마들이 많아요. 아이가 톡톡 건드리는 건 놀고 싶다는 건데. 아이들을 다양한 여러 이유에서 놀지 못하게 해요."

"엄마들이 좀 지혜로워 졌으면 좋겠어요. 어렸을 적 어떻게 컸는지도 좀 생각하고 아이들이 알건 알고, 지킬 건 잘 지키며 감성적으로 키워야 하는데 그게 되지 않는 것 같아 많이 안타까워요. 아이들이랑 손잡고 마을공동체 활동에 참여하기도하고, 함께 어우러져 사는 걸 많이 경험하게 해 주었으면 해요."

마을 이야기를 이어가다 대화 말미에 둘의 대화가 좀 진지해졌다. 

우리가 자라던 시절에는 공부만 강요하진 않았다. ‘사람이 먼저 되어야 한다.’ 늘 이야기 했던 부모님과 마을 어르신들의 이야기도 생각나는 순간이었다. 지속가능한 마을, 지속가능한 지구가 되기 위해 나부터 할 수 있는 것이 무엇인지? 실천할 수 있는 것을 실천해 나가야 한다고 생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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