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와 인간의 남향집, 학익에코테마파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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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와 인간의 남향집, 학익에코테마파크
  • 유광식
  • 승인 2021.06.07 09: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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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천 유람일기]
(56) 남항근린공원(학익에코테마파크) 일대 - 유광식 / 시각예술 작가

 

학익에코테마파크 입구, 2021ⓒ유광식
학익에코테마파크 입구, 2021ⓒ유광식

 

올해의 최고 히트상품 자리에는 단연코 백신이 선정될 것이다. 그런데 아직도 6개국에는 백신이 도달하지 않았다고 한다. 부작용을 우려해 꺼리던 접종은 자고 일어났더니 선착순 예약으로 주가가 상승해 버렸다. 바깥 상황이 그렇다고 하면 나의 생활은 어떻게 되어 가는가? 잠시 점검하고 나갈 일이었다. 아니 자주 점검하며 살아야 한다. 늘 추스르지만 잘 안 되어 걱정 방석이 높아진다. 조금 먼 남쪽으로 가 보았다.

 

공원 내 산책로(수풀에서 새소리 혹은 맹꽁이 울음소리가 줄기차게 들렸다), 2021ⓒ김주혜
공원 내 산책로(수풀에서 새소리 혹은 맹꽁이 울음소리가 줄기차게 들렸다), 2021ⓒ김주혜
학익에코테마파크 중앙 산책로, 2021ⓒ김주혜
학익에코테마파크 중앙 산책로, 2021ⓒ김주혜

 

낙섬사거리를 지나 아래쪽에는 갯골유수지가 자리한다. 그 옆에 남항근린공원(중구 신흥동)이 있다. 그런데 이 이름보다는 ‘학익에코테마파크’라고 사람들에게 알려져 있다. 가만히 보면 미추홀구일 듯하지만, 엄연히 중구 지역이다. 누가 공원 이름에 뻐꾸기 탁란의 짓을 했을까? 이곳은 접근로가 용이하지 않아서 시민들이 많이 찾는 곳은 아닌 것 같았다(그래도 도시 인구는 많다). 겉으로 봤을 때는 아무도 없겠지 했지만, 차를 세우고 공원에 들어서니 나무를 중심으로 찾아든 무리가 많았다. 드넓은 공원 평지에는 토끼풀이 천적 없이 쑥쑥 자라고 있었는데, 놀러 온 아이들이야말로 마스크 낀 토끼 같았다. 

 

공원 광장(토끼풀이 무성하게 자라고 있었다), 2021ⓒ김주혜
공원 광장(토끼풀이 무성하게 자라고 있었다), 2021ⓒ김주혜

 

코로나 사태지만 사람들은 공원에서 잠시나마 마스크와 거리 두기를 하며 주말 휴식을 취하고 부모의 백신 접종을 예약 중일지 모를 일이다. 공원에는 부모와 함께 온 아이들의 모습과 함께 반려동물들도 많이 보였다. 함께 걷기도 하고 뛰기도 하고 잠을 자기도 하는 한가롭고 평온한 주말 오후다. 하늘이 조금 흐렸지만, 기온은 여름 아니랄까봐 꽤 높았다. 공원 옆으로는 갯골유수지가 있다. 유수지 중간에 건너다닐 수 있는 다리가 놓여 있는데, 주변 시민들에게는 일몰의 전망대가 될 수도 있겠다 싶었다. 그 시간의 단어를 모아 만든 사연을 바로 옆 경인방송(90.7MHz)에 부치면 어떨까? (바로 옆이니 금방 전파 타겠지) 

 

갯골유수지 전경(멀리 좌측으로 송도 석산이 보인다), 2021ⓒ유광식
갯골유수지 전경(멀리 좌측으로 송도 석산이 보인다), 2021ⓒ유광식
갯골유수지 중앙을 가로지르는 산책로를 찾은 아이들, 2021ⓒ유광식
갯골유수지 중앙을 가로지르는 산책로를 찾은 아이들, 2021ⓒ유광식
갯골유수지를 잇는 목조 다리(시공 마감 디테일이 다소 떨어진다), 2021ⓒ유광식
갯골유수지를 잇는 목조 다리(시공 마감 디테일이 다소 떨어진다), 2021ⓒ유광식

 

공원은 드넓은 직각삼각형 모양이다. 그 꼭짓점 맨 꼭대기에는 중구문화회관과 중구국민체육센터 건물이 있다. 뭉툭한 네모 모양의 큰 눈을 뜨고 문학산 방향을 바라보고 있는데, 중구문화회관의 위치가 조금 아리송했다. 이용객 입장으로 보자면 이 험준한 장소감은 무엇일까 할 것이다. 괴물 같았다. 혼자 두면 더 괴이해질 전망인데, 코로나로 이용이 저조한 것이라 위안해 본다. 국민체육센터 앞 야외 축구장에서는 성인과 유소년부가 각각 시합하고 있었다. 

 

중구국민체육센터와 중구문화회관(괴이한 모양새다), 2021ⓒ유광식
중구국민체육센터와 중구문화회관(괴이한 모양새다), 2021ⓒ유광식
중구국민체육센터 앞 야외 구장에서의 축구 시합, 2021ⓒ유광식
중구국민체육센터 앞 야외 구장에서의 축구 시합, 2021ⓒ유광식

 

황량한 벌판을 걸어도 힐링은 된다. 관찰하면 도시가 보이고 마음이 질서를 꾸린다. 딸아이와 함께 걷는 어떤 가족의 뒷모습이 푸르렀고, 왜 이러는지 의문이 드는 나물 뜯는 아주머니 셋을 지나치기도 했다. 갯벌이 근방에 있고 조류서식지란다. 의아할 새도 없이 대포 같은 카메라를 세워두고 조류를 찍고 계시는 분을 발견했다. 그리고 조류관찰소가 시선의 뒤를 이었다. 이 모든 장면이 공원의 식구들인 셈이다.

 

공원을 찾은 어느 가족(가족의 뒷모습이 아름답다), 2021ⓒ김주혜
공원을 찾은 어느 가족(가족의 뒷모습이 아름답다), 2021ⓒ김주혜
조류서식지를 알리는 표지판과 촬영하는 한 분, 2021ⓒ유광식
조류서식지를 알리는 표지판과 촬영하는 한 분, 2021ⓒ유광식
공원 내에 있는 조류관찰소(6월은 맹꽁이 산란 시기다), 2021ⓒ김주혜
공원 내에 있는 조류관찰소(6월은 맹꽁이 산란 시기다), 2021ⓒ김주혜

 

이러쿵저러쿵 세상 돌아가는 생각 하다가 바닥을 보니 조개껍질이 바닥의 조명을 감싸고 있었다. 그 옆으로 감추지 못한 새 발자국도 있었다. 자연이 아니라 비자연적 인공의 작품이었다. 콘크리트 타설 시 박아 둔 것으로, 디테일은 투박했지만 재미나고 중한 경험이었다. 남동유수지에 저어새 서식지가 있듯이 이곳도 조류의 따뜻한 집이 되어 가는 것 같다. 인천환경공단 남항사업소 건물은 문이 굳게 닫혀 있어 휑했지만, 조만간 각지에서 몰려든 새(이용객들)들로 채워질 날을 기대하게 했다. 이 모든 생각과 움직임을 소나무 위 새 한 마리가 아닌 척 지켜보고 있었다.    

 

산책로 바닥에 꾸며진 새 발자국과 식사한 자리, 2021ⓒ유광식
산책로 바닥에 꾸며진 새 발자국과 식사한 자리, 2021ⓒ유광식
소나무 위에 새 한 마리, 2021ⓒ유광식
소나무 위에 새 한 마리, 2021ⓒ유광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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