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수청, 해경도 못말리는 장봉도 항로 밥그릇 싸움... 피해는 주민 몫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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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수청, 해경도 못말리는 장봉도 항로 밥그릇 싸움... 피해는 주민 몫
  • 윤종환 기자
  • 승인 2021.06.08 18: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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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종~장봉 항로 2개 선사 승객 유치 경쟁으로 운항 간격 일정치 않아
첫 배와 다음 배 운항 간격 10분에 불과, 출근 승객들 지각 일쑤
주민들 민원에도 개선책 '감감'... 해수청, 해경은 서로 책임 떠넘기기
인천 중구 영종도 삼목선착장
인천 중구 영종도 삼목선착장

인천 영종국제도시에서 장봉도로 출퇴근하는 A씨는 아침마다 걱정이 가득하다. 섬에 있는 회사로 출근하기 위해선 선박에 차량을 싣고 가야 하는데 어느 배를 타야 할지 미리 알 수가 없어 지각한 것이 한두번이 아니다.

문제는 영종(삼목선착장)~신도~장봉도 항로를 운항하는 여객선과 도선의 운항 간격이 일정하지 않은데 있다.

현재 이 항로엔 세종해운의 도선 2척(세종1·7호)과 여객선 1척(세종9호), 한림해운의 여객선 1척(북도고속페리호) 등 총 4척의 선박이 운항되고 있다.

운항 시간표를 보면 장봉도행 선박은 오전 6시50분(세종7호)과 7시(북도고속페리호), 8시10분(세종9호), 8시50분(세종7호)에 각각 삼목선착장에서 출발하는데, 첫 배와 두 번째 배의 운항 간격이 10분으로 매우 짧다.

이로 인해 두 번째 배인 북도고속페리호는 승객을 다 태우지 못한 채 출항해야 하는 경우가 다반사다.

 

삼목선착장 및 장봉도에서 각각 출발하는 배편의 운항 시간표

북도고속페리호가 삼목선착장에 접안하는 시각은 6시50분으로 승객들이 배에 오를 수 있는 시간은 약 10분가량 밖에 되지 않는다. ‘10분이면 충분치 않나’라고 생각할 수 있으나 실상은 그렇지가 않다.

삼목·장봉도 선착장은 장소가 협소해 배에서 타고 내리는 차량들이 한줄로 움직여야 한다. 때문에 한 선착장에 두 척의 배가 접안돼 있더라도 먼저 한 배의 차량 탑승이 끝난 뒤에야 다음 배의 탑승이 시작되는 식으로 운영되고 있다. 차량티켓 발권도 현장에서만 가능하고, 대기 순서대로 승선하는 형태다.

상황이 이러하니 승객들은 자신이 어떤 배의 티켓을 사야 할지 가늠할 수가 없다. 첫 배인 세종7호에 차량이 다 찼는지 안 찼는지는 승선이 시작돼야만 알 수 있으며, 자신의 차례 바로 앞에서 만선이 되는 경우도 허다하다.

첫 배를 놓친 시민들은 급하게 북도고속페리호 티켓을 사야 하는데, 두 해운사의 매표소는 100m 정도 떨어져 있어 시간 소요가 상당하다. 세종7호 티켓 환불 시간까지 포함하면 매표에 걸리는 시간은 더욱 커진다. 첫 배인 세종해운의 배는 늘 만선이지만 다음 한림해운 배는 채 절반도 차지 못한 채 떠날 수 밖에 없는 이유다

A씨는 “영종~장봉도 간 여객선 운항 시간이 약 40분인 것을 감안하면 7시 배를 놓치면 지각할 수밖에 없다”며 “삼목선착장에 서둘러 와도 이미 많은 차량들이 줄지어 있어 갈피를 잡을 수 없고 결국 몸만 배에 싣는 경우가 부지기수”라고 토로했다.

 

만선된 장봉도행 도선(세종7호)의 모습. ©주민제공(하늘사랑여행노트)  

이같은 불편은 지난해까지는 없었다. 문제가 되고 있는 두 해운사의 운항 시간표는 지난해 말에 정해져 올해 초부터 적용되고 있다.

지난해 운항 시간표엔 첫 배가 오전 7시10분(세종7호)에 삼목선착장서 출발하고, 두 번째 배가 8시10분(세종9호). 다음 배가 8시40분, 9시10분 순으로 출항했다.

그런데 당시에 보조선인 세종1호가 세종7호에 이어 7시10분에 연달아 승객들을 태우는 경우가 많았다. 세종1호가 도선이라 수시 운행을 할 수 있는데다 한림해운의 북도고속페리호와도 배차간격이 길어 영업권 침해 논란이 발생하지 않았기 때문이다.

게다가 작년 4월까지는 현재 여객선인 세종9호가 도선면허를 갖고 운항하던 시기라 오전 6시50분에도 세종9호에 오를 수 있었다. 같은 해운사의 도선이 최대 3척까지 연이어 접안했으니 현재처럼 매표를 다시 할 필요도, 승선을 하지 못하는 일도 없었다.

하지만 도선의 경우 여객선과 같은 정시성이 없기 때문에 운항 시간표대로 출항하지 않아 두 해운사의 최소 운항 간격인 30분이 지켜지지 않고 중복되는 상황이 빈번히 발생했다.

이에따라 인천해수청이 두 해운사 운항 선박의 정시성을 확보하기 위해 여객선(세종9호, 북도고속페리호) 2척은 1시간 이상 간격으로 운항하도록 하면서 북도고속페리호의 출발 시간을 1시간40분씩 앞당겨 삼목선착장 첫 배 출발 시간을 7시로 맞췄다.

그러나 영업 피해를 우려한 세종해운이 즉각 반발, 도선이 정시성을 가질 필요는 없다고 주장하며 세종7호의 출발 시간을 7시10분에서 6시50분으로 20분 앞당겨 만들어지게 된 것이 현재의 운항 시간표다.

 

삼목선착장~신도~장봉도 항로

결국 해운사 간 밥그릇 싸움으로 이용 주민들만 피해를 입게된 꼴이다.

A씨는 "잦은 결항에 비효율적인 승선 과정까지 더해져 출퇴근 시간마다 10년은 늙는 것 같다"며 "주민들이 서명운동까지 진행하며 민원을 제기했지만 해수청, 해경, 옹진군 등 관계기관은 묵묵부답"이라고 호소했다.

이와 관련 인천해수청 등 관계기관은 회의를 거듭하고 있지만 대책을 찾지 못한채 서로 책임을 미루는 듯한 태도마저 보이고 있어 주민들의 비난을 사고 있다.

8일 인천해양경찰서의 한 관계자는 “해경 등 관계기관과 두 해운사가 모여 협의를 하고 있지만 진전 사항은 없다”며 “이 문제는 해수청이 운항 시간표 조율을 통해 해결해야 할 문제로 알고 있다”고 말했다.

반면 인천해수청 관계자는 “여객선 운항 시간 조율은 해수청의 관할이 맞지만, 도선의 운항 등을 규제할 책임은 기본적으로 해경 측에 있다”며 “해경이 영종~신도~장봉도 항로의 도선도 정시성이 있어야 한다는 점을 인식하고 있으나 아직 행정명령 등의 후속조치를 취하지 않고 있다”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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