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심 속의 고성, 계양산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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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심 속의 고성, 계양산성
  • 박상희
  • 승인 2021.06.21 10:00
  • 댓글 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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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빛으로 읽는 도시, 인천]
(18) 계양산 팔각정에 앉아
박상희_계양산에서_종이 위에 수채_21x30cm_2021
박상희_계양산에서_종이 위에 수채_21x30cm_2021

 

계산역 지하철을 내리자마자 개표소 앞 좌판에 펼쳐진 간식들과 통로에 잔뜩 내어진 편의점 물건들부터 심상치 않은 역의 모습이었다. 5번 출구로 나오자 대형 산악 스포츠 매장이 바로 앞에 자리 잡았고 계양산으로 올라가는 10여 분 거리의 대로의 모습은 산행의 퍼즐이 딱딱 맞아떨어지는 구성이었다.

등산로 입구 왼편으로는 부추전과 막걸리 집, 콩나물 국밥, 쌈밥 집 등 등산 후 먹을 맛집들이 늘어섰고 대로 오른편의 계양국민체육센터에서는 등산만 빼고 모든 운동 종목의 회원 모집을 하는 플래카드가 걸려있었다. 계양산을 둘러싼 동네 전체가 등산과 건강을 위한 그 자체였다.

산을 오른지 10여 분 남짓 벌써 도시가 훤히 내려다보이는 산의 평평한 중턱에 올라섰다. 나무는 없이 잔디가 넓게 깔린 완만한 구릉지는 마치 양떼 목장처럼 아름답고 녹색의 평야를 펼쳐 놓은 듯했다. 계양산 정상으로 향하는 등산로는 계양산성 일부분으로 등산로 아래를 내려다보니 꽤 가파르게 생겼다. 안내판을 보니 계양산성은 삼국시대에 축조된 것으로 둘레가 1,937()(1,184m) 정도이나 현재 성곽 대부분이 훼손되고 성벽 일부만 남아 있다고 한다. 도시 한 가운데 계양산이 있는 것도 대단한데 그 산 중턱에 오래된 성터가 남아 있다는 게 참 놀라웠다.

 

박상희_계양산 둘레길_종이 위에 수채_21x30cm_2021
박상희_계양산 둘레길_종이 위에 수채_21x30cm_2021

 

계양산성은 해발 394m의 계양산 정상을 둘러싸고 있으며 5~6세기경 축조되었고 삼국시대, 통일신라와 고려 시대 초까지 사용되었지만, 그 이후 고성이나 폐성이라 하여 사람들의 기억 속에서 점차 잊혀갔다. (네이버 인천관광 100선 중 발췌)발굴조사가 시작된 건 2000년대 초부터로 조사 당시 이곳에서는 논어를 적은 목간(종이 대신 나무에 쓴 책)을 비롯해 산성 내에서 쓰이던 도자기와 철기, 기와 그리고 숫돌 등이 출토되었다.

작년 20205월에 계양산성은 국가사적 제556호로 지정되었으며 계양산성 국가사적 지정 1주년을 맞아 계양구는 '계양산성' 복원에 공을 들이며 문화재 정비사업을 통해 역사적 가치를 보존할 계획하에 있다고 한다. 이를 시민들에게 교육하고 알릴 목적으로 작년에 개관한 계양산성 박물관 우리나라 최초의 산성 전문박물관이다.

박물관은 지하 1층과 본관 1층에 세 개의 전시관이 운영되고 있는데 친절한 그림 설명과 함께 발굴된 유물들과 발굴과정을 상세히 설명해주고 있었다. 계양산성뿐 아니라 전 세계 산성의 모습과 산성 발달사 그리고 성의 축조과정도 다양한 매체를 이용하여 잘 보여주고 있었다. 박물관 1층에서는 계양구에 산성이 축조될 수밖에 없는 지리적 중요성을 설명하느라 계양구 주변의 고지도들이 전시되었는데 19세기 말경까지 계양산은 서해에서 5km 정도 밖에 떨어져 있지 않은 해안선 가까이에 있었다. 지금의 청라지구를 비롯해 서구 대부분 지역이 섬이었고 모두 간척지로 메꿔진 땅이라니 신기하기만 했다.

계양산은 위로는 한강, 좌로는 서해, 우로는 한양, 아래로는 부평평야가 있어 일찍부터 정치적으로 중요한 지점이었고 계양산은 마침 산성으로 적합한 지형을 갖춰 군사적 요충지 역할을 할 수 있었다고 한다. 고지도에서 현재 건물들의 위치를 찾아보는 것도 또 다른 재미였다.

계양산을 오르는 등산의 뿌듯함과 역사의 단면을 실제로 볼 수 있는 사적 계양산성이 도심에 가까이 있다는 게 매우 감사한 시간이었다. 그러나 더 좋았던 점은 산성 위에 올라가서 내려다본 인천시의 시원한 전경이었다. 대기가 깨끗한 날은 아라뱃길과 김포, 영종대교와 월미도 그리고 서울의 북한산, 인왕산까지 볼 수 있으니 마음이 답답한 날에는 산성 위를 걷고 도시를 내려다보는 힐링의 시간을 가져보기를 바란다. 넘실대는 너른 포부가 마음속에 차곡히 쌓이는 기분이 들 것이다.

 

2021.06.18 글 그림 박상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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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진우 2021-06-22 11:36:38
인천사람이면 누구나 계양산에 대한 추억은 다들 있을 것입니다.
계양산에 롯데가 골프장을 짓겠다는걸 반대하는 단식농성을 세번했었습니다. 뭐 일일단식이었지만 그래도 그만큼 계양산을 지키겠다는 마음들이 다들 있었습니다. 서명도 엄청 받았구요. 그래서 지금 골프장이 생기지 않아서 좋습니다. 롯데가 언제든 골프장을 짓겠다고 하면 또다시 연대단식을 하겠습니다. 암튼 그뒤로는 롯데의 과자 음료 등을 거의 사먹지 않는데 아마도 평생 롯데는 ㅎㅎㅎ 불매대상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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