학익천+용현갯골 - 해안친수공간 만들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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학익천+용현갯골 - 해안친수공간 만들 수 있다
  • 편집부
  • 승인 2021.06.24 14: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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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추홀 시민로드 역사를 거닐다]
(8) 인천과 미추홀의 하천 - 장정구 인천 환경특별시 추진단장

 

 

- 인천의 산줄기와 물줄기

우리 선조들은 우리나라의 산줄기를 산자분수(山自分水, 산은 스스로 물을 나눈다) 개념에 의해 1대간(백두대간) 1정간(장백정간) 13정맥으로 나누었다. 산은 물줄기가 시작되는 곳으로, 물과 산은 따로가 아니라는 것이다. 태백시 구봉산에 백두대간과 낙동정맥이 나뉘는 삼수령이란 고개가 있다. 우리나라 바다 3면이 시작되는 곳이란 뜻이다. 우리나라의 모든 물은 이 고개를 중심으로 서쪽으로 떨어지면 남한강-충주댐-팔당을 거쳐 인천앞바다 등 서해바다로 가고, 남쪽으로 떨어지면 낙동강을 거쳐 부산앞바다를 비롯해 남해로, 나머지는 오십천을 거쳐 동해로 흐른다는 것이다. 

백두대간은 속리산에서 갈라져 북측으로 올라가 안성 칠현산에서 다시 금북정맥과 한남정맥으로 나뉜다. 3차 산맥으로 남북방향인 한남정맥에 인천의 계양산을 비롯, 천마산, 원적산, 만월산, 성주산, 소래산, 가현산, 문수산이 속해있다. 해발 300m 이하의 낮은 산들이다.

 

한남정맥 구간
한남정맥 구간

인천의 물줄기는 국가 하천 2개(굴포천과 인공천인 아라천)와 지방하천 30개(강화 14개), 소하천으로 나뉜다. 대부분 유로연장(流路延長) 10㎞ 내외의 작은 하천이다. 한남정맥에서 발원하는 한강 지류로 굴포천(복개된 상류인 청천천, 갈산천, 계산천, 귤현천)과 계양천, 나진포천(대곡천)이 있으며, 서해와 합류하는 하천으로 검단천(대포천), 시천천, 공촌천, 심곡천, 승기천, 장수천(만수천), 운연천이 있다.

복개되어 눈에 안띄는 하천으로 굴포천 지류인 구산천, 동수천, 산곡천, 세월천, 목수천과 만수천, 가좌천, 가정천이 있다. 이외 용현천, 학익천, 서부간선수로가 있다.

인천 하천의 특징으로 5대 하천(굴포천, 나진포천, 장수천, 승기천, 공촌천) 살리기 사업을 들 수 있는데 이를 통해 상당히 좋아진 사례다. 낮은 지하 수위와 좁은 유역 면적으로 상류지역의 건천화가 진행되고 있는 것도 인천 하천의 특징이다. 또 대부분 하천의 중상류 구간이 복개됐다는 점, 하천의 변형이 심각하다는 점(굴포천 본류, 굴포천 방수로-경인아라뱃길, 수도권쓰레기매립지, 청라지구, 시천천)도 들 수 있다.

그리고 갯벌 매립으로 조성된 하천(검단천, 공촌천, 심곡천, 학익천, 승기천 등)도 인천 하천의  주요 특징으로 꼽을 수 있다. 갯벌 매립 과정에서 갯고랑을 하천으로 조성한 것인데, 이렇게 조성된 하천은 갑문이 없는 곳에서 조류에 따라 내륙으로 물길이 역류가 일어나는 현상을 목도할 수 있다. 장수천에서 남동구청 인근 담방마을까지 역류하는 물줄기를 볼 수 있는 것이 대표적이다.

인천의 하천은 38%가 복개돼 있다. 복개 구간은 주로 도로와 주차장으로 쓰인다. 만수천은 93%가 복개됐고 굴포천 지류는 82%, 본류 18%, 계산천 66%, 청천천 51%가 복개됐다. 이외 승기천 37%, 심곡천 20%, 검단천 14%, 나진포천 14%, 장수천 6%, 공촌천 6%가 복개됐다.

복개되지 않은 하천은 도시 열섬 현상을 저감하고, 바람길 역할을 하여 쾌적함을 선사한다. 또 미세먼지를 저감하며 생물 서식지를 제공한다.

 

인천의 하천
인천의 하천

 

- 미추홀의 하천; 승기천

승기천의 발원지는 수봉산, 문학산, 승학산 등으로 추정되나 정확히 확인은 어렵다. 승기천은 인천 하천살리기 사업 1순위로 주목받았던 곳이다. 그러나 버스터미널 있는 곳부터 하류만 정비되고 상류지역은 그대로 복개구간으로 남아있다. 하류는 남동공단 등 갯벌 매립 과정에서 하천 형태로 조성됐는데, 만수하수처리장에서 정화된 물이 흘르고, 나름 관리가 돼 살아난 하천으로 볼 수 있다. 이 승기천 하류 제1남동유수지에 저어새섬으로 불리는 인공섬이 2개가 있다.

상류는 인주대로 신기사거리부터 시작된다고 볼 수 있다. 대부분 복개됐는데 이 지역은 하천이었던 저지대라서 상습 침수지역이다. 이 옛 물길에 구월펌프장이 있어 홍수를 관리하고 있다. 

승기천 상류 일부 구간에 복원 계획이 추진 중이다. 복원이라기 보다 물길을 만드는 일이다. 옛 물길은 지금의 인주대로 보다 살짝 윗쪽에 위치해 있다. 도시개발을 하면서 물길을 틀어 하수관망(下水管網)을 만들었는데, 물길을 하수구화 한 것이다. 

복개된 승기천의 상부 토지는 대부분 도로이며 문화예술회관 공원, 구월동 옛 농산물도매시장도 있다. 주차장이 많은 굴포천과 대비된다. 복개 연접지는 건물들로 둘러싸여, 복원할 경우 청계천처럼 옹벽 형태가 될 것으로 보인다.

 

복개된 승기천 상류(신기사거리~옛 구월농산물시장)
복개된 승기천 상류(신기사거리~옛 구월농산물시장)

- 미추홀의 하천; 학익천

학익천은 문학산, 승학산 일대에서 발원해 문학IC~문학지하차도~인천지방법원~개발이 진행중인 용현학익1블럭(이상 복개구간)을 지나 용현갯골수로와 연결된다. 하류는 갯벌을 매립해 동양제철화학 등 이 일대 공업지역을 조성할 때 이어진 물길이다. 상류가 복개된 지는 얼마 되지 않았다.

미추홀구에 해안이 없다고 실망할 지 모르지만, 학익천과 용현갯골수로를 해양친수공간으로 활용할 수 있다. 학익천과 용현갯골수로를 연결하고 바다로 이어지는 골든하버(인천항신국제여객터미널)까지 닿도록 하면 된다. 용현갯골수로가 옹암지하차도 앞 갑문에 막혀있지만 이전에는 바다물이 드나들던 곳이다. 학익천 복개구간 부터 용현갯골수로~골든하버까지 함께 걸어보면 어떨까.

수인선(숭의역~인하대역~송도역) 라인을 따라 서쪽 아래는 모두 갯벌이었다가 매립된 지역이다. 용현갯골수로도 이때 조성됐다. 이 일대는 동양제철화학 부지인 용현학익1블럭 도시개발이 진행중이다. 앞으로를 위해 이 지역의 환경문제도 짚어봐야 한다. 이곳은 동양화학 폐석회, 매립생활폐기물 등으로 토양 오염이 논란이 됐으며, 인접한 문학산(문학터널) 서쪽 산자락도 10여년 전 문학산 미군유류저장시설의 유류 유출 사건이 발생한 학골(학익동), 옥골(옥련동)이 위치해 있다.

학익천은 방송국과 인연이 깊다. 1956년 방송을 시작한 극동방송, 2001년 개국한 TBN경인교통방송, 1997년 개국한 iTV인천방송DML 라디오 방송인 경인방송FM이 모두 학익천 유역에 집중됐다. 제1, 2, 3경인고속도로와 제1, 2외곽순환도로로 우리나라 교통이 시작되는 곳, 인천의 진산인 문학산에서 황해로 나아가던 곳에 학익천이 있다.

갯벌이 매립되고 건물이 빼곡하게 올라 바다가 멀어졌지만 아직 학익천 물길이 남아 있다. 복개되지 않은 학익천 일부가 덮어진다고 해서 속 상하다. 미추홀구가 관심을 갖고, 잘 지키고 맑은 물이 흐를 수 있도록 했으면 좋겠다.

 

학익천과 용현갯골수로 일대
학익천과 용현갯골수로 일대
학익천 열린 구간
학익천 열린 구간

 

- 도시에 활력을 불어넣는 하천 복원

하천복원은 단순한 물길 복원이 아닌, 공동체를 복원하고 도시에 활력을 불어넣는 사업이다.

인구 유입에 아파트와 건물들이 빼곡이 들어서며 도시는 메말라 갔다. 우리는 도시를 건설하며 하천을 덮었다. 겉모양은 말쑥해 졌다. 그러나 그 아래 물들은 썩어가며 상태는 더 나빠지고 있다. 하천이 있었던 그곳은 아이들의 물놀이터였다. 

하천은 지역의 생활기반이었다. 하천은 빨래터로 주민이 만나는 커뮤니티 공간이었다. 지금 하천은 도로가 되버렸다. 하천은 또한 어린이 놀이터였으나 주차장으로 변모해 공간이 단절되고 접근할 수도 없다.

하천과 어울어진 도시를 만들어 보자는 구호는 어제 오늘 일이 아니다. 이제 도시의 활력이 필요하다. 발상을 전환하자. 자동차를 위한 공간에서 주민을 위한 공간으로, 공동 이용이 가능토록 해 볼 것을 다음과 같이 제안한다.

단기적으로 하천이 있던 공간(복개된 도로나 주차장)을 어린이, 주민 여가공간으로 돌려주고, 장기적으로 물길을 복원해가도록 힘을 모은다. 복개지역에 먼저 차 없는 거리로 만들어 무허가 건물을 정비하고, 청소년 문화거리 ‘놀이터’로 조성하는 것이다. 이어 주민 참여거리 ‘나눔터’를 조성하고, 하천 복원을 위한 주민공감대가 형성되면 하천 복원 계획을 수립하는 것이다. 도로를 축소(도로 다이어트)해 사람들이 산책할 수 있는 녹지를 확보하는 사업도 시도해 보자.

도로에 물이 흐른다는 것 자체가 도시의 활력소다.

 

하천 복개거리 차없는 거리 만들기 3단계, 이후 하천복원 계획수립
하천 복개거리 차없는 거리 만들기 3단계, 이후 하천복원 계획수립

 

- 산과 하천, 갯벌은 생명을 품는다

하천이 복원되면 ‘생명’이 되돌아 온다.

멸종위기 2급 양서류인 맹꽁이는 도시의 확장과 농약 살포 등으로 개체수가 급감했다. 하천변에 집이 있는 맹꽁이는 평소에는 조심성이 많아 땅속에서 생활하나 장마철에 나와 웅덩이에서 산란하며 맹~꽁~ 요란한 소리를 낸다. 인천의 주요 서식지로 계양산, 굴포천변, 부영공원, 청라지구, 서창지구로 압축되는데 학익천, 승기천에도 있다. 모니터링 하시는 분도 그렇게 조사했으며, 저도 승기천에서 직접 들은 적이 있다. 하천이 복원되면 도시 한복판으로 맹꽁이를 부를 수 있다.

한국 고유종인 금개구리(Korean Golden Frog)도 개체수가 급감했다. 농지 주변 웅덩이나 물이 항상 고여 있는 논에만 제한적으로 서식한다. 인천에는 부평 삼산4지구, 청라지구, 남동구와 계양 일부 지역에서 볼 수 있고 강화, 김포에서도 물론 볼 수 있다. 참개구리와 달리 배가 노랗고 등에 두줄이 그어진 금개구리 역시 하천이 복원되면 우리 곁으로 돌아올 수 있다.

 

금개구리
금개구리

숲속에 사는 두꺼비와 도룡뇽은 계양산 등 한남정맥을 중심으로 관찰된다. 두꺼비는 문학산에서도 볼 수 있다. 두꺼비와 도룡뇽도 자연환경이 복원되면 충분이 우리의 이웃으로 되돌아 올 수 있다.

하천은 양서류 뿐 아니라, 새들의 서식지이기도 하다. 저어새는 승기천 하류인 남동유수지 인공섬에서 2~3백마리가 관찰된다. 전 세계 5천마리의 0.5%를 차지하는 수치다.

승기천, 학익천은 새들의 서식처였다. 지금도 일부 새들이 서식하고 있다. 칠게를 잡아먹을 수 있게 특화된 긴부리의 철새 알락꼬리마도요는 용현갯골수로로 이어지는 골든하버쪽 수로에서 관찰할 수 있다. 인천 앞바다 갯벌이 없다면 이들 새는 당연히 볼 수 없다. 인천앞바다가 매립되면서 많은 바다새들이 섬지역으로 멀어져갔다. 멸종위기종인 검은머리갈매기, 노랑부리백로, 검은머리물떼새가 그들이다.

 

(위, 왼쪽부터) 노랑부리백로, 검은머리갈매기, 학, 검은머리물떼새
(위, 왼쪽부터) 노랑부리백로, 검은머리갈매기, 학, 검은머리물떼새

특히 문학산에는 학(두루미)이 많이 서식했다. 문학산 앞 갯벌이 매립되면서 지금은 강화에서 일부 관찰된다. 학익천이 살아나고 갯골이 제대로 기능한다면 학들도 원래 있었던 곳으로 돌아올 수 있을 것이다.

물길을 연다는 것은 그 이상의 의미가 있다. 도시의 활력을 되찾는 사업이며, 뭇 생명들이 계속 살 수 있는, 돌아올 수 있는 환경을 만드는 것이다. 양서류나 새가 살 수 있어야 시민들도 건강하게 살 수 있다. 이웃 생명들과 함께 살 수 있는 환경을 위해 산과 하천에 관심을 갖고 개선할 수 있도록 목소리를 내는 게 필요하다.

 

알락꼬리마도요
알락꼬리마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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