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역언론, 바닥권의 신뢰성 높이려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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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역언론, 바닥권의 신뢰성 높이려면
  • 전영우
  • 승인 2021.07.12 07:3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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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영우의 미디어 읽기]
- 지역언론에 대한 태도와 방향성에 관하여

영국 옥스퍼드 대학의 로이터 저널리즘 연구소에서 매년 조사해서 발표하는 로이터 조사에 의하면 우리나라 언론의 신뢰도는 조사 대상국 중 최하위를 기록하고 있다. 어제 오늘의 일이 아니니 새삼스러운 일도 아니고, 한국 언론의 행태를 볼 때 당연한 결과이다. 편파적이고, 선정적이고, 윤리의식도 찾아보기 어려운 언론으로 전락한지 오래이다. 

미디어 오늘에서 위 조사결과를 보도하며 한국 사회가 한번 생각해봐야 할 문제를 제기했는데, 지역 언론에 대한 태도와 방향성에 관한 제안이다. 조사 결과를 보면 조사 대상국들 중 지역 언론에 대한 신뢰도가 최하위였고, 국내의 다른 언론 즉 방송이나 중앙지에 비해 지역 언론의 신뢰도가 더 낮았다. 반면 한국인들이 느끼는 지역 밀착성은 다른 국가에 비해 높은 편이었다. 

지역 밀착성은 자신의 생활이 지역 사회와 얼마나 밀접하게 연관되었다고 느끼는지를 나타내는 것인데, 우리나라 사람들의 지역 밀착성은 다른 국가들보다 결코 낮지 않았다. 우리나라 사람들이 인식하는 지역사회 밀착성은 약 63%로 일본(37%)이나 영국(48%)보다 한참 높았고 독일(64%), 노르웨이(69%)와 같은 60%대 구간에 있었다. 

그러니까 지역 언론이 신뢰성을 회복하고 역할을 제대로 수행한다면 오히려 이미 바닥권의 신뢰성을 보이고 있는 중앙 언론을 대체할 수 있는 가능성을 보여주는 조사 결과이다. 자신이 살고 있는 지역에 밀접하게 연결되어 있는 사람들은, 지역의 소식을 전해주는 믿음직한 지역 언론이 있다면 충분히 지역 언론을 이용하고 지역 언론에서 정보를 얻을 가능성이 높다는 의미이다.

물론 전반적으로 언론에 대한 신뢰가 바닥권인 한국의 특성상 쉬운 문제는 아닐 것이다. 그러나 왜 지역 언론은 중앙 언론보다 더 낮은 신뢰도를 보이고 있는지 그 원인을 생각해 볼 필요가 있다. 왜 한국에서 지역 언론의 신뢰도는 그렇게 낮을까?

지역 언론의 영세성으로 인하여 제대로 된 취재를 하지 못한다는 구조적 측면을 무시할 수는 없겠지만, 보다 더 근본적인 문제는 지역 언론이 정확한 정보를 전달하지 못한다는 인식이 더 큰 문제이다. 그런 인식이 광범위하게 자리 잡고 있는 이유는, 지역 언론이 지역 사회의 조직이나 인물과 인간적인 관계를 맺고 있다보니 날카로운 비판에 약하고, 결국 제대로 된 언론의 역할을 하지 못하고 있다는 측면이 주요 원인이다.

예컨대 지역 정치인들이나 자치 정부와 관련한 신랄한 비판 기사를 지역 언론에서 찾아보기 어려운데, 지역 언론의 주요 수입원으로 관공서와 정치인들이 자리 잡고 있기에 구조적으로 발생할 수 밖에 없는 일이다. 재정적으로 열악한 상황으로 인하여 지역 언론 기자들이 생계를 위해 부수입을 찾아 나서야 하는 경우가 많고, 사이비기자를 양산하는 원인이 되는 경우도 있다. 지역 언론사의 기자들이 비판적 기사를 무기로 협박을 하여 사회적 물의를 빚는 일이 종종 발생하다보니 자연스럽게 지역 언론은 신뢰하지 못할 언론이라는 인식이 강하게 자리 잡게 되었다.

물론 지역 언론이 이런 처지가 된 것이 전적으로 지역 언론사의 책임은 아니며, 과거 독재 정권에서 의도적으로 지역 언론을 탄압하고 정리한 결과이기는 하다. 그러나 지역 언론이 지역 사회와 밀접하게 관계를 맺고 올바른 언론의 역할을 충실하게 하지 못한 책임도 결코 무시하지 못할 원인이다

그런 의미에서 미디어 오늘의 기사는 지역 언론사들이 한번 곱씹어볼 의미가 있는 기사이다. 다른 국가들, 특히 이웃 일본에 비해 독자들이 느끼는 지역 밀착성은 매우 높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일본의 지역 언론은 상대적으로 높은 신뢰성을 보이는 것에 비해 한국 지역 언론의 신뢰성은 최하위라는 사실은, 한국의 지역 언론들이 자신을 뒤돌아보고 새로운 방향성을 생각해봐야한다는 것을 의미한다. 지역 언론이 신뢰성을 되찾아 제 역할을 한다면 전체적인 한국의 언론 신뢰도도 높아질 것이니, 그런 날이 오기를 기대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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