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럴 수 밖에 없었다?... 안하무인 서울시의 궁색한 변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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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럴 수 밖에 없었다?... 안하무인 서울시의 궁색한 변명
  • 윤종환 기자
  • 승인 2021.07.23 17:38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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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시, 협의도 없이 부평역 인근에 생활치료센터 설치 추진
27일 가동 목표로 토요코인호텔에 600병상 센터 조성 진행
부평구 강력 반발에 내놓은 해명은 ‘궁색’, ‘어폐’ 일색
부평역 인근 토요코인호텔 전경
부평역 인근 토요코인호텔 전경

“협의도 없이 이럴 수 있느냐고 물으니 ‘그럴 수 밖에 없었다’라고 하더라고요. 황당한 상황이었죠”

최근 서울시와 인천 부평구 사이에서 일어난 일련의 사건을 두고 부평구 공무원은 혀를 쯧 찬다. 서울시의 해명으로 사건은 해프닝 차원에서 끝났지만, 구 공무원은 뒷맛이 영 개운치 못한 모양세다.

지난 22일, 서울시가 인천시·부평구와는 어떠한 사전 협의도 없이 부평 도심에 600병상 규모의 코로나19 생활치료센터 설치를 추진 중이라는 사실이 부평구의 입장문을 통해 드러났다.

서울시가 생활치료센터로 지정하려 한 곳은 프랜차이즈 호텔인 토요코인호텔 인천부평점으로, 매일 10만명 이상의 승객들이 이용하는 부평역 출구에서 불과 50여m 떨어진 곳에 위치해 있다.

부평구는 차준택 구청장 명의의 입장문에서 “서울시가 일방적으로 생활치료센터 설치를 강행하고 있는데, 구는 그 어떤 내용도 전달받은 적이 없다”며 “서울시는 지방정부에 일언반구도 없었을 뿐 아니라 주민 설명·설득, 도심·주거지역으로부터 이격된 장소 확보 등 기본 지침마저 무시하는 안하무인격 불통 행정을 벌이고 있다”고 강하게 비판했다.

그러자 서울시는 곧장 보도자료를 내 “인천시·부평구가 동의하지 않으면 센터 설치는 불가능하고, 서울시가 일방적으로 설치하겠다는 것이 결코 아니다”라며 “공동 운영할 센터를 만들자는 제안을 담은 공문을 어제(21일) 보냈고, 이에 대해 오늘(22일) 부평구가 재검토해 달라는 답신을 보내는 등 서로 공문을 주고 받으며 협의 중인 단계였다”고 해명했다.

 

토요코인호텔 위치도. 부평역 3번, 5번 출구 인근 빨간색 테두리 안 위치에 있다.
토요코인호텔 위치도. 부평역 3번, 5번 출구 인근 빨간색 테두리 안 위치에 있다.

하지만 서울시의 해명엔 어폐가 있다.

부평구 관계자에 따르면 구가 서울시의 계획을 처음 알게 된 것은 21일 오전, 중대본 회의 자료를 검토하면서다.

서울시에 전화로 문의해 이 내용의 진위 여부를 물었고, 사실로 확인되자 직접 현장을 방문해 보다 자세한 진행사항을 파악했다. 이 때의 시각이 오후 1~2시께다.

구 공무원들이 토요코인호텔에 도착했을 때 현장엔 복수의 서울시 관계자가 있었고, 호텔 측과 관련 협의를 진행 중이었다.

이에대해 구 공무원들이 ‘협의도 없이 어떻게 이럴 수 있냐’고 물었더니 ‘그럴 수 밖에 없었다’는 답변이 돌아왔다는 것이 이 관계자의 설명이다.

서울시의 공문은 양 측 공무원들이 조우한 뒤 약 3시간이 지난 오후 4시30분께 부평구청으로 전달됐다.

서울시의 해명 보도자료는 관련 정보를 부평구에 미리 알렸다는 뉘양스지만 실상은 구가 사실을 파악하기 전까지 모른 체 했던 것으로, 지역사회선 몰래 일을 벌이다 덜미를 잡히니 부랴부랴 급조 공문을 만들어 보낸 것이 아니냐는 지적까지 나온다.

서울시는 호텔 측과의 협의는 물론 협력병원도 섭외해 둔 것으로 확인됐다. 일방적으로 설치하겠다는 것이 아니라는 서울시의 해명과는 모순되는 태도다. 게다가 서울시가 운영 목표일로 잡은 날자는 오는 27일로, 이미 상당기간 전부터 부평 생활치료센터 설치를 추진해 왔다는 의혹도 일고 있다.

구와 서울시 사이에서 오간 공문은 21일 서울시가 보낸 제안 한 건과 22일 부평구가 보낸 철회요구 한 건이 유일하다. 그런데도 이를 ‘서로 공문을 주고 받으며 협의 중인 단계’라고 표현한 것은 궁색하다는 비판이 나온다.

이날 구 관계자는 “서울시는 부평구가 보낸 제안철회 공문에 대해 유선상으로도 답변을 주지 않고 있다”며 “구청 내에서도 서울시가 아직 여지를 남겨둔 것이 아니냐는 우려가 높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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