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랑방이고 싶습니다"
상태바
"사랑방이고 싶습니다"
  • 김미성
  • 승인 2021.07.30 18:08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작은책방, 그 너머의 기록]
(66) 시흥에 열다 - 김미성 '백투더북샵' 책방지기

 

어서오세요. 백투더북샵입니다.

지난 5월 인천을 떠나 시흥으로 옮겨오게 되었습니다. 두 달간의 인테리어 공사를 우여곡절 끝에 끝내고, 7월 첫 날부터 책방을 열게 되었습니다. 책방이라는 업종에는 변함이 없었기에 위치만 바뀔 뿐, 그다지 바뀔 건 없다고 생각했지만, 막상 옮겨놓고 보니, 책방이라는 업종만 같았을 뿐, 처음부터 끝까지 다 바뀌었다는 것을 이제서야 깨닫게 되었습니다.

참, 또 하나 변하지 않은 게 있다면, 편안하게 책을 접할 수 있는 곳이었으면 좋겠다는 제 마음이었죠. 그래서 인테리어도 목공 작업에 많이 투자했었습니다. 자연 속에 있기 쉽지 않은 현대인들의 삶 속에서 일상에서 조금이나마 자연을 느낄 수 있도록, 나무에서 태어난 책 속에 폭 안겨 있는 기분을 느낄 수 있도록 말이죠.

 

 

컨셉은 “서재”입니다.

처음 책방 자리를 알아보기 위해, 부동산을 통해 보러 왔을 때, 건물 구조가 조금 특이했었습니다. 작은 3개의 가게를 조금 큰 하나로 만들어놓은 듯한 구조였기 때문이죠. 그래서 그 구조에 맞게 책방도 구성해 보았습니다.

문을 열고 들어오면 바로 어린이들을 위한 책장을 만날 수 있습니다. 처음에는 사진 갤러리처럼 꾸미려고 마음 먹고 있었던 부분이었지만, 책방 바로 앞에 초등학교가 있어서, 아이들을 위한 서재 공간으로 꾸미게 되었습니다. 그리고 중앙의 메인 책방을 지나 가장 안쪽으로 들어오면 책도 보고, 커피도 마시고, 이야기도 나눌 수 있는 공간을 따로 준비해 보았습니다. 요즘 사람들은 이런 곳을 다이닝룸이라고도 하더라구요. 그런데 처음 책방에 들어오시면 주방이 바로 보여서, 카페라고 오해를 하는 분들이 많으신데, 커피는 그저 거들 뿐, 책을 보며, 사람들과 만나는 책방입니다.

 

 

“문학에 진심이다”

인천에 책방이 있을 때, 방문해주셨던 인연으로 이사를 하고, 또 다시 방문해주신 손님께서 감사하게도 블로그에 방문기를 남겨주셨습니다. 손님께서 “책방 주인이 문학에 진심이다. 책방의 책의 70%가 문학으로 채워져 있다.”라는 글을 남겨주셨어요. 그때서야 ‘아, 내가 문학을 좋아하는구나’싶어졌습니다. 전 그저 책을 좋아한다고만 생각했었는데 말이죠. 전 “문학은 삶 그 자체입니다.”라고 말했던 나쓰메 소세키의 말처럼, 문학은 우리의 삶, 일상 그 자체라고 생각하기에 문학을 통해 공감하기도 하고, 위로를 받기도 합니다. 그리고 백투더북샵을 찾으시는 여러분도 문학을 통해 그런 위로와 공감을 얻길 바라는 마음이구요.

 

 

책방 아니고, 사랑방이고 싶습니다.

책방을 찾으시는 분들 중, 책을 사려고 들리시는 분들도 계시지만, “요즘 책을 통 안 읽어.” 하시는 분들도 계십니다. 그런 분에게 책을 강요는 하지 않아요. 그렇지만, 책방에 자주 오시라 말씀드립니다. 복덕방(부동산)도 친해서 자주 가서 앉아있게 되면 집도 사고, 땅도 사고 싶은 마음이 생기잖아요. 책방도 굳이 처음부터 책을 사지 않아도, 편안하게 오셔서 세상 돌아가는 이야기, 동네 이야기하는 그런 사랑방처럼 존재하다 보면, 언젠간 책을 읽고 싶은 마음이 일지 않으라는 법은 없으니까요. 책은 그때 읽어도 늦지 않을테니까 말이죠.

이제 문을 열고, 하루에도 조금조금씩 변해가는 책방이라 여느 다른 책방들과 다를 것 없는, 어쩌면 더 못한 공간, 주인장일지 모르지만 앞으로도 부족한 부분들 채워가며, 동네 책방답게 이 동네의 작은 문화공간으로 오래도록 남아 있을 수 있길 바라봅니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

시민과 함께하는 인터넷 뉴스 월 5,000원으로 소통하는 자발적 후원독자 모집