총천연색 삶의 맛, 삼산1동 일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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총천연색 삶의 맛, 삼산1동 일대
  • 유광식
  • 승인 2021.08.04 1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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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천 유람일기]
(60) 부평구 삼산1동 일대 - 유광식 / 시각예술 작가

 

삼산시장 입구, 2021ⓒ유광식
삼산시장 입구, 2021ⓒ유광식

 

연일 폭염이다. 집안은 원래 덥고, 밖은 실외기 바람으로 덥다. 가뜩이나 한여름 더위인데 코로나 확산 뉴스로 답답한 열기가 더 달궈진다. 이게 다 마음먹기에 달렸다고 속을 다스려보지만, 올림픽 선수들의 건강 걱정으로 더운 여행을 자처한다. 얼마 전 안타까운 소식이 전해졌다. 8,000m급 봉우리 14좌를 완등한 뒤, 브로드피크에서 하산 중에 실종된 김홍빈 산악대장의 사연이 무더위 못지않게 차갑게 다가왔다. 열 손가락을 잃고도 불굴의 의지로 산을 찾아 오른 김홍빈 대장은 왜 하필 홀로 혹독한 올림픽을 치른 것인지 너무도 안타까운 생각뿐이다. 부디 산의 이름으로 존재하기를 바란다. 명복을 빈다.

 

후정로 어느 골목 거리, 2021ⓒ유광식
후정로 어느 골목 거리, 2021ⓒ유광식
영성로 어느 골목 상가(때마침 여름휴가라고 써 붙였다), 2021ⓒ김주혜
영성로 어느 골목 상가(때마침 여름휴가라고 써 붙였다), 2021ⓒ김주혜

 

부평구 북쪽 우측 끄트머리는 삼산1동이다. 세 개의 산 아래의 마을이라는 뜻의 삼산동, 그중에서도 원도심 격인 삼산1동, 삼산주공1단지 구역 주변을 돌아보았다. 삼산시장은 그 규모가 작지만, 인근에 동 행정복지센터가 자리하고, 새로 건설된 삼산초 옆 목수천교 주변으로는 일평생을 짊어진 어르신들의 따스한 기운이 깃들어 있다. 미용실 수다와 후정동로 수로 다리 앞에서 늙은 호박을 가져와 팔고 계신 어르신, 상가 출입문 앞에 앉아 기분 좋게 떠드는 아저씨들, 빠지면 섭섭한 떡집과 닭집의 관계, 동 행정복지센터 조경석 위 누군가의 소파가 되었을 네모난 박스 쪼가리 등. 무척 더운 날씨임에도 삼산동의 이야기는 악랄한 매미 소리에도 묻히지 않는 것 같다.

 

삼산시장 뒷모습, 2021ⓒ유광식
삼산시장 뒷모습, 2021ⓒ유광식
삼산시장 내 점포들, 2021ⓒ김주혜
삼산시장 내 점포들, 2021ⓒ김주혜
삼산시장이 남긴 풍경들, 2021ⓒ유광식
삼산시장이 남긴 풍경들, 2021ⓒ유광식

 

동네에서 시원한 메밀국수를 점심으로 먹은 뒤, 2001년산 삼산농산물도매시장으로 가본다. 경인고속도로 요금소와 외곽순환고속도로 안쪽에 둘러싸인 3개동(과일동, 채소동, 무배추동) 건물이 크고 널찍했다. 경매 시간은 지났지만, 내부에는 사려는 자와 팔려는 자의 흥정이 향기로운 맛과 어우러져 여름을 알리고 있었다. 전국 각지에서 올라온 과일과 채소는 모아져 쌓인 상자의 규모로 가늠할 수 있었다. 한쪽에서는 옥수수 껍질을 벗겨 가려는 가족들이 삼삼오오 철퍼덕 자리를 깔고 앉아 작업에 열중이었다. 유난히 매미 소리가 강렬한 시간이었다. 비록 에어컨은 나오지 않았지만, 상인들의 흥정 소리와 어우러져 리듬감 있게 고주파 목청을 쏘아대는 매미 소리는 그 자체로 시원한 소리 에어컨이었다.

 

삼산농산물도매시장 채소동, 2021ⓒ김주혜
삼산농산물도매시장 채소동, 2021ⓒ김주혜
삼산농산물도매시장 무배추 경매동, 2021ⓒ유광식
삼산농산물도매시장 무배추 경매동, 2021ⓒ유광식
삼산농산물도매시장 과일동 내부, 2021ⓒ유광식
삼산농산물도매시장 과일동 내부, 2021ⓒ유광식

 

삼산동은 앞서 후정리라고 불렸던 시간이 있다. 동네 뒤편에 맛 좋은 우물이 있다는 소문이 있었던 모양이다. 사실 농산물도매시장은 시민들 입장에선 외딴 구석이다. 구월농수산물도매시장이 규모 면에서는 훨씬 크다. 하지만 삼산농산물도매시장이야말로 부평권역의 식탁을 책임지는 맛의 우물이 아닐까 싶어졌다. 안 그래도 주변 거주민들이 부러웠다.

 

채소동 내 한 점포(요새 양파 철이다), 2021ⓒ김주혜
채소동 내 한 점포(요새 양파 철이다), 2021ⓒ김주혜
어느 빌라의 정비사업 현수막, 2021ⓒ유광식
어느 빌라의 정비사업 현수막, 2021ⓒ유광식
삼산주공1단지에서 열린 삼산문화마을축제, 2017ⓒ유광식
삼산주공1단지에서 열린 삼산문화마을축제, 2017ⓒ유광식

 

부평은 곡창지대다. 드넓은 평지와 수로로 인해 이름에서도 알 수 있듯이 넉넉한 지역이었을 게다. 그런데 삼산동의 어중간한 교통편은 더딘 발전을 가져왔다. 그 더딤이 지금의 상황으로 보자면 오히려 참으로 소중하게 느껴진다. 너무 높고 빠른 삶은 정상적인 삶의 시각에서 빗겨나게 만들기도 하니 말이다. 삶의 보람을 느낄 새도 없이 달려야 한다는 건 참으로 슬픈 일이다. 아무튼 과거 20년은 삼산동을 크게 바꿔 놓았다.  

 

삼산농산물도매시장 채소동 내부, 2021ⓒ김주혜
삼산농산물도매시장 채소동 내부, 2021ⓒ김주혜
삼산농산물도매시장 과일동 외부(수박 인기가 많다), 2021ⓒ유광식
삼산농산물도매시장 과일동 외부(수박 인기가 많다), 2021ⓒ유광식

 

수로가 있다는 건 좋은 환경적 터전을 갖췄다는 의미이다. 삼산동에는 서부간선수로가 존재하고 하부에서 끊어진 상태다. 수질이 아주 좋은 상태는 아니더라도, 이전에 낚시도 하던 풍경이 있었다고 하니 그 시절을 보낸 어르신들의 추억과 한숨이 많을 것도 같다. 삼산초가 있는 목수천교 위에서 바라본 삼산동의 맛은 과연 어디로 흐를까? 북으로 흘러가 다시 뛰는 남북의 화해올림픽을 기대해도 될까? 세계문화유산 등재 소식에 대한민국 갯벌이 좀 더 숨통이 터질 것인지도. 이곳저곳 열띤 경기 중이다. 한편 삼산2동에는 부평역사의 공동 우물인 부평역사박물관이 있다. 삼산동의 두 동에 하나씩 있는 우물을 찾아 갈증을 풀어 보아도 좋을 것 같다. 이번에 발이 잘 닿지 못했던 삼산동을 가볍게 돌아본 것만으로도 평소에 알던 부평이 병풍이 펼쳐지듯 더 넓어진 것만 같아 신기하고 유쾌했다. 맴맴~

 

목수천교, 2021ⓒ유광식
목수천교, 2021ⓒ유광식
목수천교에서 바라본 삼산초와 수로, 2021ⓒ유광식
목수천교에서 바라본 삼산초와 수로, 2021ⓒ유광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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