화수동 쌍우물로 문화예술창작공간 '도르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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화수동 쌍우물로 문화예술창작공간 '도르리'
  • 강영희
  • 승인 2021.08.03 09: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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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동네 생활문화공간]
(3) 재개발 '강압'에 마주하며

창작집단 <도르리>, 삶을 잇다- 예술을 나누다

 

언덕 위 황토색 교회가 114년 된 화도교회다.
언덕 위 황토색 교회가 114년 된 화도교회다.

 

화수동 골목길과 집들@
화수동 집들 - 텃밭 위에 고추말리기@
화수동 골목길과 집들@
화수동 골목길과 집들@
화수동 골목길과 집들@
언덕길 아래는 만석동 괭이부리마을과 닿아있다@
화수동 골목길과 집들@
화수동 골목길과 집들@
화수동 골목길과 집들@
화수동 골목길과 집들@
화수동 골목길과 집들@
화수동 골목길로 접어드는 계단들@
벽화가 그려진 집들@
골목길에 자리잡은 이발소@

 

오랜만에 동인천역에서 화수동쪽으로 걸으니 초록색 계단이 눈에 들어오고, 이리저리 골목길을 구경하며 걸으니 황토색 교회가 이정표처럼 언덕꼭대기에 자리 잡고 있다. 언덕 위에 오르니 멀리는 높은 아파트들이 산등성이와 함께 산처럼 늘어져 있고, 가까이 작고 낮은 집들은 어깨를 기댄 듯 오밀조밀하게 모여있다. 골목길을 헤매다 벽화가 눈에 띄었고, 뜨거운 한 낮의 뙤약볕에 고추 말리는 할머니들과 선명한 벽화들이 빨간 고추와 어우러져 정겹고 애틋하다.

이리저리 골목길을 걷다보면 작고 예쁜 집들이 계단처럼 쌓여있다. 그 언덕 아래 슈퍼마켓과 쌀집, 어린이 공부방과 이웃해 <도르리>가 있었다. 화수동 쌍우물로 35번지. 코로나19 방역 4단계에서 사적 만남이 어려워 문을 닫았지만 저녁에 심술통 수업(10인 이하)이 있어 준비해야해서 겸사겸사 인터뷰가 성사되었다.

 

언덕아래 자리잡은 문화예술창작공간 '도르리'@

 

까망곰 오정희씨는 말하자면 기찻길옆작은학교출신이라고 했다. 어려서부터 만석동 공부방에 다니며 이모, 삼촌들에게 공부도 배우고, 해마다 6-7개월에 이르는 인형극 활동 속에서 배운 글쓰기, 인형만들기, 그림그리기 등 다양한 활동을 배우고 익혔다. 그렇게 배운 것이 본인의 창작작업의 바탕이 되어 예술활동을 해왔다. 결혼하면서 강화로 이사를 가서 아이들을 키우며 자신이 살던 만석동에 대한 창작을 시작했고 일공도 그때 만났다.

일공 김성수씨는 강화에 살던 고등학교 시절 강화도 기찻길옆 공부방에 다니면서 인형극도 했었는데 이때 만난 까망공이 이모였다. 그 역시 인형극 활동을 하며 예술적 재능을 키웠고, 20살에 만석동으로 그리고 지금은 화수동에 살고 있다. 애니메이션 회사에 취업했다. 회사일은 힘들었고, 잘 맞지 않아 고민하던 차에 다시 까망곰을 만났다. 창작집단 도르리는 현재 까망공 오정희, 일공 김성수, 광클 이광혁 씨로 구성되며 화수동 공간을 운영하고 있다.

 

'도르리' 문 앞에는 고양이 밥과 쉬는 의자가 있다.@ 
도르리 상징과도 같은 벽돌 조형물 '도리'@
왼쪽 일공 김성수씨, 오른족 까망곰 오정희씨@

 

“2018618일에 화수동에 공간을 만들었어요.

처음 만들게 된 건 2013년 제주 해군기지 반대투쟁을 하던 강정마을에서 기찻길옆 작은학교의 인형극을 초대했고, 거기에 함께 했던 청년 4명이 강정에 남아 김중미 선생님과 함께 그림책을 만들면서 창작집단 도르리를 만들게 됐어요. 그때 강정 평화센타에 도움이 될 수 있는 일을 찾아 고민하면서 김중미 선생님이 글을 쓰시고 도르리가 삽화를 그린 책이 <너영 나영 구럼비에서 놀자(평화 발자국 11)> 예요.

 

'너영나영 구럼비에서 놀자', 김중미 글, 도르리 그림 2013. 9@도르리블로그
'너영나영 구럼비에서 놀자', 김중미 글, 도르리 그림 2013. 9@도르리블로그
강정마을 벽화를 그렸다@기찻길옆작은학교
2019그림책 숨터-자연톡톡
도르리가 삽화등을 함께한 그림책@도르리블로그

 

그리고 돌아와서 기찻길옆작은학교 인형극패와 함께 인형극을 만들었어요. 힘없는 사람들이 삶의 자리를 빼앗길 위기의 순간에 사람들을 도와 삶의 자리를 지키는 도깨비 이야긴데 만석동 공동체의 이야기이기도 하죠. , 그 인형극을 바탕으로 <6번길을 지켜라! 뚝딱!>라는 그림책도 만들었죠.

그리고 각자의 삶을 살다가 2017년 다시 모이게 됐어요. 각자의 작업물들로 홍대 플리마켓 신진작가 활동으로 1년간 참여하며 소통하려 노력했고, 마을활동을 고민하던 차에 김중미선생님과 기찻길옆작은학교의 도움으로 지금의 공간에 자리 잡게 되었어요. ”

이미 익숙한 듯 그들의 서사가 노래하듯 흘러나왔다.

도르리문화예술창작공방으로 각자의 재능을 살려 글쓰기, 그림그리기, 인형만들기, 영상물 제작, 공예, 조형 등을 창작하는 만석동 청년들이 함께 만든 공간이다. 만석동 화수동 등 나고 자란 동네가 사라져가는 것을 보며 이 곳의 공간, 사람의 기록을 남기고, 다양한 문화예술교육을 통해 주민과 소통하고, 마을의 사랑방처럼 열린 공간으로 더 많은 소통을 위해 노력하고 있다. ‘음식을 내어 고루 나누어 먹는다.’는 뜻인 도르리로 이름을 지은 이유이기도 하다.

공간을 만들고, 뭘 해야할지 고민을 많이 했다고 한다. 2017년 홍대 플리마켓을 다니며 만석동을 기록해왔던 이들은 한겨레에 <도르리의 골목 도르리>를 연재하기도 했고, 인천문화재단 청년 레지던시 한 달프로젝트로 화수동, 만석동을 기록하고, 동네사람들&아이들 이야기, 조형물 만들기를 한 달에 한 번씩 결과물을 내기로 한 기획이었다. 그것을 모아 2019년 달력을 만들기도 했다.

*한겨레 연재 바로가기 =>https://www.hani.co.kr/arti/SERIES/1150/

 

2019그림책 숨터-자연톡톡
2019그림책 숨터-자연톡톡@도르리 블로그

 

화수화평재개발지구는 10년이 넘게 여러 가지 문제가 있었던 재개발조합이 2019년 현대건설을 시공사로 선정하면서 3000여 세대 규모의 재개발사업이 다시 시작되고 있다. 이에 도르리는 화수재담으로 화수동의 이야기를 모아 영상과 글과 그림으로 작업했고, 주민들과 보다 밀접하게 만났다. 그러면서 주민들의 지혜로운 생활법에 교훈을 얻고 거기에서 얻은 재료들로 다양한 창작품을 만들어 '업사이클링+우리동네'를 주제로 한 전시 <전환>을 가졌다..

 

만석동, 화수동 이야기를 담은 전환 전시@도르리

 

지역활동으로 만석동과 화수동을 아카이빙 하고, 창작활동으로 즐겁게 살고자 했던 그들은 살고 있는 동네가 사라져가는 것에 안타까움을 느꼈고, 이런 것들이 창작활동에 스며들게 되었다. 또 지역을 이해하기 위해 스페이스 빔의 에코뮤지엄, 여성노동자의 길 등을 함께 하며 영감을 받기도 했다.

올해는 예술표현활동지원을 받아 그동안 해왔던 인형 작업, 조형물 작업을 하며 도르리만의 <그림책을 만들기> 위한 초기 작업을 시작했다. 지난해 화수동 집과 사람들의 이야기를 담은 <화수재담>을 외부인을 화수동으로 불러 마을공동체 이야기를 펼치고 있다. 더불어 기술적인 교육보다 이야기를 풍성하게 담기위해 마음과 예술이 통하는 프로그램 - <심술통>’을 진행하고 있다.

 

굴껍데기로 만든 마을풍경@도르리
화수동 마을이야기를 담은 '화수재담'@
2021년 화수재담 두번째 이야기 웹자보@도르리

창작집단 도르리는 앞으로도 화수동 이야기를 계속 담아가면서 개인활동과 창작활동을 지속할 수 있는 고민을 계속하고 있다. 또 그동안의 활동-그림책, 심술통, 지역아카이빙도르리의 시그니처 프로젝트로 만들어 갈 예정이다.

도르리의 서재(일부)@
도르리의 책장(일부)@
도르리의 서재(일부)@
도르리의 책장(일부)@

 

화수-화평 재개발사업이 예정되어 있는 가운데 그들에게 앞으로 어떻게 활동할지, 무엇을 할지 물었다.

이 동네 분들 여기 아파트 재개발이 되면 이사 갈 동네도 없을꺼예요. 건물 주인의 권리도 있지만 여기 살고 있는 사람들에게 같이 묻고 고민해야하지 않았을까요? 살고 있는 사람들을 위한 재개발이 되어야 하잖아요. 개발방식을 바꿔야 해요.”

 

가난한 이들의 생명줄이 끊어지지 않도록 하는 공공재개발이 필요하다._화수동 풍경
가난한 이들의 생명줄이 끊어지지 않도록 하는 공공재개발이 필요하다._화수동 풍경
가난한 이들의 생명줄이 끊어지지 않도록 하는 공공재개발이 필요하다._화수동 풍경
생명을 살피는 배려와 존중, 21세기에 20세기의 폭력은 그만!!
가난한 이들의 생명줄이 끊어지지 않도록 하는 공공재개발이 필요하다._화수동 풍경
모두 그 나름의 의미와 가치가 있다는 것은 사실이다@ 
가난한 이들의 생명줄이 끊어지지 않도록 하는 공공재개발이 필요하다._화수동 풍경
다양한 삶의 형태가 담긴 도시가 건강하다@

 

1980년대 시작된 전면재개발은 10년 전에도 20, 30년 전에도 서민들의 삶을 살피는 재개발은 없었다. 아무도 그 고민을 하지 않았다. 그리고 그것은 계속 우리들의 문제가 되고 있다. 집은 재산이 아니라 삶터인데 삶을 고민하지 않는 재개발은 여전히 강압적이고, 폭력적으로 다가온다.

미우나 고우나 끈끈했던 이웃은 가난한 사람들에게 힘이고 빽이다. 김중미 작가 말처럼 이웃은 서로를 돌보는 생명줄이다. 생명줄을 살리는 공공재개발이 간절한 이유다. 창작집단 도르리, 그들이 있는 화수동을 만나며 다시 스무 살 때 만났던 최루탄과 방패 앞에 서 있는 느낌이 들었다. 우린 어떻게 살아야 할까? 우린 무엇을 할 수 있을까?

 

'전봇대에 불이 들어오면’(2018)은 화수동과 만석동에 있는 집을 한 채씩 만들고,  크리스마스트리처럼 배열해 12월에 전시했다.
'전봇대에 불이 들어오면’(2018)은 화수동과 만석동에 있는 집을 한 채씩 만들고, 크리스마스트리처럼 배열해 12월에 전시했다.

 

도르리 :

명사

(1)(기본의미) 여러 사람이 차례로 돌려 가며 음식을 내는 일.

(2) 똑같이 나누어주거나 고루 나누줌

도르리의 골목 도르리 https://www.hani.co.kr/arti/SERIES/11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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