패배의 쓴 맛을 본 성남과의 세 번째 만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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패배의 쓴 맛을 본 성남과의 세 번째 만남
  • 김동환
  • 승인 2011.06.16 08: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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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1 하나은행 FA컵 16강전 리뷰] 인천 유나이티드 vs 성남 일화
인천 유나이티드가 성남 일화를 홈으로 불러들여 ‘2011 하나은행 FA CUP’ 16강전을 치렀다. 올 시즌 들어 인천과 성남은 벌써 두 번이나 만났다. 지난 4월, 인천 월드컵경기장에서 성남과 가진 정규리그 6라운드 경기서 인천은 박준태의 짜릿한 결승골로 성남을 2대1로 눌렀다. 그리고 한 달 후, ‘러시앤캐시컵 2011’ 대회에서 성남과 다시 만난 인천은 1대1 무승부를 기록했다.

이렇듯 인천은 1승1무로 성남에 앞서 있었다. 그렇기 때문에 FA컵 16강전에서도 성남을 이길 수 있다는 자신감을 가질 수 있는 근거는 있었다. 거기에 최근 인천이 좋은 경기력을 보여주며 정규리그에서도 6위에 올라있다는 점도 플러스로 작용했다. 비록 평일에 열리는 경기지만 홈에서 상대를 만난다는 이점도 있었다.

그러나 공은 둥글고, 객관적인 데이터는 축구경기에서 맞아떨어지지 않다는 점이 밝혀졌다. 지난날의 좋은 결과를 토대로 자신감은 가질 수 있었지만 경기는 현실이었고, 종료 휘슬이 울리기 전까지는 승자와 패자가 절대로 미리 나눠질 수 없음이 16강전에서 다시 한 번 증명되었다.


▲ 볼다툼을 벌이고 있는 인천과 성남 (ⓒ UTD기자단 남궁경상)

2010년, FA컵 8강의 기억

인천은 작년 8월 18일, FA컵 8강에서 부산과 만나 연장전까지 가는 경기를 펼친 끝에 져서 탈락한 기억을 가지고 있다. 그리고 인천은 8강전 패배의 그림자가 걷히기도 전에 곧바로 가진 포항과의 정규리그 원정경기에서 2대3으로 패했다.

FA컵 경기 후 가지는 주말 원정경기. 어쩌면 인천은 작년의 그 날을 떠올렸을지도 모른다.

베스트 전력을 동원한 인천

아직 몸 상태가 완벽한 궤도에 오르지 않은 정혁과 유병수가 빠진 것을 제외하면 인천의 선발 명단은 주전급이었다. 송유걸이 골문을 지키고 이윤표, 배효성, 정인환이 수비진을 구축했다. 장원석과 전재호가 양쪽 측면, 이재권과 바이야가 중앙, 유준수가 최전방에 나섰다. 그리고 김재웅과 카파제가 서로 자리를 바꾸며 측면 공격수 자리에 위치했다. 단판승부라는 점에서 약간은 아쉬운 선수구성이었지만 현재 인천의 전력으로 봤을 때 이는 최선의 선택이었다.

성남 킬러, 김재웅의 활약이 변수

올 시즌, 성남과 가진 두 번의 경기서 김재웅은 모두 득점에 성공하며 '성남 킬러'로 거듭났다. 따라서 오늘 경기에서도 김재웅은 성남의 골문을 열 수 있는 열쇠였다. 김재웅은 양쪽 측면과 더불어 중앙에서도 유감없이 실력을 발휘할 수 있기 때문이다. 성남과 가졌던 컵대회에서 중앙에 섰던 김재웅이 터뜨린 선제골이 이를 증명하고 있다. 따라서 성남의 수비진은 김재웅을 집중마크하기 위한 전략을 들고 나올 수밖에 없었다. 그만큼 김재웅의 활약은 인천과 성남 양 팀 모두에게 변수였다.

성남을 맞아 김재웅은 쉼 없이 그라운드를 누비며 수비진을 괴롭혔다. 전반 16분, 이재권-김재웅-유준수로 이어지는 기막힌 패스플레이가 나왔다. 하지만 유준수가 오프사이드에 걸리며 득점기회가 무산되었다. 이후에도 김재웅은 성남의 진영을 휘저으며 공격을 펼쳤으나 김재웅을 꽁꽁 묶기 위한 성남 수비진의 움직임 때문인지 눈에 띄게 큰 움직임을 보여주지는 못했다. 변수로 작용하기에는 영향력이 그다지 크지 않았다.

한 번의 방심과 한 번의 역습, 실점

양 팀은 크게 공격적인 모습을 보여주지 못하고 전반전을 마무리했다. 그러나 후반전 시작과 함께 성남은 공격적인 모습으로 바뀌었고, 인천 왼쪽 측면을 돌파한 박진포가 땅볼로 빠르게 내준 공을 정인환이 놓친 틈을 타 조동건이 달려들어 득점에 성공했다. 이 때 전광판 시계가 가리키고 있던 시간은 후반 2분, 순식간에 벌어진 일이었다.

뜻밖의 일격을 당한 인천은 서둘러 공격에 나섰다. 최종 수비라인을 앞으로 더 끌어올렸고 후반 시작과 함께 교체 투입된 박준태와 한교원을 이용해 성남의 수비를 공략했다.

후반 5분, 인천은 동점골을 기록할 수 있었던 기회를 잡았다. 장원석이 성남 진영의 왼쪽을 돌파해 골대를 향해 크로스를 올렸고 카파제가 강한 헤딩슛을 날렸다. 하지만 공은 하강진의 품으로 향하고 말았다.

골을 내준 후 중앙에서 공을 돌리며 성남을 뚫기 위해 방법을 찾던 인천은 후반 21분, 다시 한 번 성남에 골을 내줬다.

성남 진영 오른쪽 측면에서 얻은 프리킥 찬스에서 장원석이 골대를 향해 공을 올렸으나 이를 수비가 걷어냈고 바로 성남의 역습으로 이어졌다. 이재권이 역습을 저지하기 위해 몸을 날려 태클을 했지만 실패했고, 조동건의 패스를 이어받은 에벨톤이 득점에 성공했다.

이후에도 인천은 한 골이라도 만회하기 위해 바쁘게 움직였다. 후반 30분, 인천은 성남의 골문 왼쪽에서 프리킥을 얻어냈지만 키커로 나선 박준태가 찬 공이 골대 위로 뜨며 득점으로 연결되지 못했다. 남은 시간 동안 인천의 맹공이 이어졌지만 굳게 잠긴 성남의 골문은 결국 열리지 않았다.

이번 16강전에 참가한 팀 중 울산현대미포조선, 수원시청, 부산교통공사를 제외한 나머지 13팀이 K리그 팀이었다. 그만큼 16강전은 나름대로 대진 운도 중요했다고 볼 수 있다. 대진 운이 중요한 토너먼트 경기서 벌써 2번이나 만났던 팀을 또 만난 인천. 어떻게 보면 대진 운이 좋았다고 혹은 좋지 않았다고 말할 수도 있다. 서로 만났기 때문에 그만큼 더 잘 안다는 점, 그래서 이길 방법을 쉽게 찾지 못한다는 점이 같이 존재했기 때문이다.

어쨌든 16강전에서 인천은 성남에 지며 탈락했다. 그런데 양 팀이 또 맞붙는다. 다음달 10일, ‘현대오일뱅크 K리그 2011’ 17라운드에서 인천과 성남이 만나기 때문이다. 인연도 이런 질긴 인연은 없을 것 같다. 오늘 경기를 통해 양 팀은 ‘2011시즌 1승 1무 1패’라는 재미있는 상대전적을 갖게 됐다. 어쩐지 다음 성남 원정경기가 흥미로워질 것 같다. 양 팀의 ‘자존심’을 거는 경기가 될 수도 있기 때문이다.

물론, 그 전에 당장 이번 주말에 갖는 울산현대와의 원정경기에서 승리를 거둬 팀의 분위기를 다시 제자리로 돌려놓는 것이 중요하다. 이는 두 말하면 잔소리겠지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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