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 백신이 여성에게 부작용이 심한 이유 - 성차의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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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로나 백신이 여성에게 부작용이 심한 이유 - 성차의학
  • 박교연
  • 승인 2021.08.11 07:4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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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성칼럼] 박교연 / '페이지터너' 활동가

 

지난 8월 10일, 일본의 요리우리신문은 화이자 코로나19 백신 접종 시 발열이나 오한 등 부작용이 남성보다 여성에게 더 강하게 나타난다고 보도했다. 이는 일본 아이치현 후지타의대 연구팀이 국립감염증연구소와 후지필름 등과 공동 연구한 결과다. 사실 이전에도 코로나19 관련 남녀 간의 부작용 차이는 계속 보고되어왔다. 지난 3월 미국 질병통제예방센터(CDC)가 공개한 자료에 따르면, 코로나19 백신 부작용 사례 중 79.1%가 여성이었다. 중증 알레르기 반응인 ‘아나필락시스’를 보인 것도 대부분 여성이었다.

왜 여성에게 더 많은 부작용이 나타난 걸까? 이번 코로나19 백신 연구에서도 성차의학(Sex specific medicine)은 중요하게 다뤄지지 못했다. 성차의학은 생물학적 남녀 간에 존재하는 의학적 차이를 연구하는 것으로, 성호르몬, 혈액, 근육량, 피하지방 등의 차이로 인해 발생하는 치료반응의 차이를 조절한다. 하지만 영국 옥스퍼드대 연구진은 지난 4월에 코로나19 논문 121건 중 성별에 대한 차이가 들어있는 연구는 고작해야 14건에 불가하다는 걸 밝혀냈다.

사실 의학이 '성(性)' 차이를 인식하기 시작한 건 최근이다. 1990년대 이전까지만 해도 의학적 판단의 기준은 오직 남성이었다. 여성은 남성과 별다를 바 없는 ‘몸집 작은 남성’으로 치부되었다. 그러나 1997년~2000년에 10종의 의약품이 남성보다 여성에게 치명적인 부작용을 일으켜 회수되며 성차가 주목받았다. 대표적인 예로 심혈관질환 치료제로 널리 판매되었던 ‘디곡신’이 있다. 남성과 달리 여성은 오히려 디곡신 복용 후 심혈관질환이 악화됐고 사망률도 치솟았다.

2013년에도 수면유도제 ‘졸피뎀’을 복용한 여성에게서 각종 사고가 발생하자 또 한 번 성차가 주목받았다. 졸피뎀은 출시 당시 여성 복용량이 남성의 1/2배라는 게 밝혀지지 않아 많은 부작용이 발생했는데, 졸피뎀을 복용한 다음날 여성이 급작스레 가수면 상태에 빠지는 바람에 교통사고 등 큰 사고가 많이 발생했다. 연구소는 각종 사건사고 이후에야 후속 연구를 착수했고, 여성의 졸피뎀 약물대사가 남성에 비해 천천히 일어난다고 알렸다.

약물복약 외에도 협심증, 심근경색 같이 미국에서 여성 사망원인 1위로 차지하고 있는 질환들도 여전히 남성 기반으로 연구가 진행되기 때문에 진료지침이 여성에게 잘 맞지 않고 있다. 심근경색의 대표적인 전조증상은 가슴이 쥐어짜는 듯하고 찌릿찌릿한 통증이라고 알려졌지만, 사실 여성에게는 가슴통증보다는 속이 답답한 소화불량의 형태로 나타나는 경우가 많다. 이외에도 대표적인 병의 징후가 여성과 맞지 않아서 진단이 지연되거나 치료시기를 놓치는 일이 아직도 빈번하다.

 

저명한 국제학술지 ‘네이처(Nature)’는 2005년에 이미 의학계에서 성차연구가 꼭 필요하다는 사실에 쐐기를 박았다. 해당 연구에는 남성과 여성의 유전적 차이가 약 1%에 달한다는 연구 결과가 들어있다. 즉, 남녀 간의 병리 및 약리 기전, 질병 특성의 차이는 XY 염색체의 차이에 의한 필연적인 결과란 것이다. 그러나 이후에도 대부분의 제약회사는 의약품 개발 과정에서 수컷 쥐만을 대상으로 연구를 진행했고, 임상시험도 남성을 주 대상으로 삼았다. 월경 주기에 따른 여성호르몬의 변화가 임상시험에 영향을 미칠 수 있기에 어쩔 수 없이 여성을 배제할 수밖에 없다는 게 그 이유였다.

문애리 덕성여대 약학 교수는 “동물실험에서 대부분 수컷 동물을 사용하고, 임상시험에서 다수의 남성을 참가시켜 성별 불균형이 있다. 이런 불균형이 나중에 약물 부작용이나 효능의 성별 차이로 나타난다.”고 말했다. 또한, 세포의 성별특성을 연구하는 이숙경 가톨릭대 의대 교수는 “기초연구에서 남성과 여성의 세포, 조직, 실험동물을 함께 쓰지 않고 남성에 치우칠 때에는 편향된 결과와 정보를 얻을 수 있다.”고 말했다. 그는 “더욱이 이런 기초연구들에서 얻은 결과를 바탕으로 임상시험이 수행되고, 그 결과를 환자에게 적용하다 보니 여성한테 약물 부작용 문제가 생길 가능성이 단계를 거칠수록 커진다.”고 우려했다.

이처럼 많은 전문가들은 임상절차에 성차를 고려하는 방안을 도입하는 게 시급하다고 말하고 있다. 에밀리 스미스 미국 조지워싱턴대 교수는 “현재 임상시험에서 성별 영향을 분석하는 것은 연구자들의 양심과 선택에 달려 있는 상황”이라고 말하며, “성별분석을 임상절차에 넣는 걸 의무화해야한다”고 권고했다. 성별분석 의무화가 필요한 이유는 성별이 다르면 수집해야할 표본이 늘어나 그만큼 비용이 증가하기 때문이다. 막대한 비용지출 앞에서 이를 오로지 연구자의 양심과 시장의 자율규제만을 맡기겠다는 건, 결국 성차를 고려하지 않겠다는 말과 같다. 그러므로 세계인구의 절반을 이루고 있는 여성의 건강과 복지를 위해서라도 성별분석은 반드시 의무적인 절차가 되어야만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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