벽돌집들의 모자이크, 옛 전도관 일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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벽돌집들의 모자이크, 옛 전도관 일대
  • 유광식
  • 승인 2021.08.18 10:4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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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천 유람일기]
(61) 숭의동 옛 전도관 일대 - 유광식 / 시각예술 작가

 

옛 전도관 정면, 2020ⓒ유광식
옛 전도관 정면, 2020ⓒ유광식

 

두 번째 코로나 여름이 매섭기만 하다. 2,000명 안팎의 확진자가 발생하며 가뜩이나 휴가철 움직임을 동여매고 있으니 말이다. 마스크 착용 피로와 여름 불쾌감이 점진적으로 올라간다. 그렇지만 사람들은 서로 배려하며 버티어 가는 것 같다. 부디 증가세가 멈추고 백신 효능이 어서 찾아오기를 바랄 따름이다. 언제인진 몰라도 언젠간 되찾을 우리 생활임을 믿고 걷는다.

 

도원역 플랫폼에서 바라본 건설 중인 고층 아파트, 2021ⓒ유광식
도원역 플랫폼에서 바라본 건설 중인 고층 아파트, 2021ⓒ유광식

 

도원역이 있는 숭의동 언덕은 재개발 구역으로, 오랜 옛날부터 다닥다닥 붙은 주택들이 미로 같은 골목을 따라 뿌리 내리고 있다. 뒤로는 송림동 마을이 자리하고 전성시대를 증언하듯 흔적이 곳곳에 묻어난다. 볕 좋은 비탈에 자리 잡은 집들은 이제 거무스름하게 변해 가고 개발이라는 저울에 올려져 있어 값이 매겨지고 있다.

 

마을에 걸린 현수막 알림장, 2020ⓒ유광식
마을에 걸린 현수막 알림장, 2020ⓒ유광식
산기슭의 마을 오거리, 2021ⓒ유광식
산기슭의 마을 오거리, 2021ⓒ유광식

 

옛 전도관 자리라고 하는 곳은 산꼭대기다. 온 동네를 내려다볼 수 있는 정상이었을 것이다. 깊은 밤 울고 웃는 산짐승과 새들에게 이곳은 천하의 전망대였을 진대, 서구인의 별장 노릇을 하다 종교시설로 이용되고 지금은 흉물로 남게 되었다. 사람이 들어야 집이 산다고 빈집은 그저 무서운 흉가체험을 하는 유튜버들의 콘텐츠로 전락한 감도 없지 않다. 전도관은 영화 ‘그대를 사랑합니다 / 2010’ 와 ‘은밀하게 위대하게 / 2013’의 촬영장소로도 익히 알려져 있다.  

 

측면에서 바라본 옛 전도관 건물, 2020ⓒ유광식
측면에서 바라본 옛 전도관 건물, 2020ⓒ유광식

 

오르고 오르는 그 실핏줄 같은 길은 힘들어도 한 발 한 발 소중하고 재미도 있다. 계단과 막다른 길, 갈림길, 모퉁이 길에서 영화 같은 기대가 그려지는 것도 같아 바라보는 시간이 길어진다. 장소의 탐험은 그 장소를 일탈하는 생각을 덤으로 주기도 하여 좀 더 흥미를 유발한다. 오래 걸으면 많이 생각하게 되고 판단의 지혜를 얻을 수 있다. 지금 같은 시대에는 더더욱 신중히 행동해야 할 때이니 큰 도움이 된다. 

 

오래된 집 뒤로 진격의 거인, 2021ⓒ유광식
오래된 집 뒤로 진격의 거인, 2021ⓒ유광식
떨어져 나간 기와, 2021ⓒ유광식
떨어져 나간 기와, 2021ⓒ유광식

 

길목 곳곳을 헤집다 어느 한 청년을 지나쳤다. 조금 후 벌떼 소리를 내는 드론이 날아올랐다. 동네를 기록하려는 것일 테지만 심기가 불편했다. 물론 드론의 시각을 좋아하지 않아서지만 소리와 더불어 걷기 스텝이 꼬이기만 했다. 본다는 것은 속도로 해결할 문제는 아닌 것 같다. 긴 시간이 덧붙여진 넓이가 보기의 부피가 되는 것으로 비로소 장소감이 생기는 것이다. 

 

어느 집 바깥벽의 컬러 낙서, 2021ⓒ유광식
어느 집 바깥벽의 컬러 낙서, 2021ⓒ유광식

 

이전에는 전도관의 풍채가 어느 곳에서나 보였다면 이제는 길 건너 서희건설사의 고층아파트가 회색빛으로 드리워졌다. 어딜 가나 이제 그 건물의 그림자를 밟을 것이다. 그곳의 주민들은 도원축구경기장 경기를 창 넘어 공짜로 볼 수도 있겠고 멀리 제물포역에서 귀가하면서 본인 집이 높이 솟아 있음에 자부심도 느낄 것이다. 하지만 너무 높게 짓는다. 마을에 그늘을 선물한다. 사람들이 어둡게만 느껴진다. 

 

언덕 너머 송림동, 2020ⓒ유광식
언덕 너머 송림동, 2020ⓒ유광식
집과 나무, 2020ⓒ유광식
집과 나무, 2020ⓒ유광식

 

빈집들과 아직도 계산기를 두드리는 사람들, 말라가는 마을의 색, 비탈을 버티고 사는 게 아닌 미끄러져 가는 모양이 전도관 지역의 애잔함으로 비추어진다. 훗날 집들이 철거되고 난 뒤 산비탈에 나무를 심는 일은 없을 터이다. 현수막에는 나무를 심겠다는 문구는 찾을 수 없었다.

 

위험을 알리는 알림장, 2020ⓒ유광식
위험을 알리는 알림장, 2020ⓒ유광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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