둘은 하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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둘은 하나다
  • 최원영
  • 승인 2021.08.16 09:3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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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원영의 책갈피] 제13화

 

 

삶은 100년 동안 ‘여행’하는 것과도 같습니다. 그 여행길은 설레는 여행이기도 하지만 낯선 길이라 고난의 길이기도 합니다.

여행은 떠나기 전부터 설렙니다. 여행을 가면 온갖 스트레스에서 벗어날 수 있을 것만 같습니다. 그래서 다녀야 할 곳과 그곳에서 다닐 일정을 꼼꼼히 챙깁니다.

이렇게 여행을 가는 사람은 가야 할 ‘목적지’를 분명히 알고, 지금 자신이 어디에 있는지 그 ‘방향’을 놓치지 않아야 합니다.

그런데 때로는 여행이 방황이 되어버리기도 합니다. 목적지를 찾지 못하거나 가는 방향을 잃어버려서 그렇습니다. 이럴 때는 동행한 사람들과 다투기까지 합니다. 이때부터는 즐거워야 할 여행이 아니라 고통으로 점철됩니다.

이렇게 삶은 즐거움이 동반된 ‘여행’이면서 동시에 고통이 수반된 ‘방황’이기도 합니다. 놀랍게도 여행을 즐겁게 하는 사람보다 방황하는 사람이 훨씬 더 많습니다. 자신이 왜 살아야 하는지, 즉 삶의 ‘목적’이 무엇인지를 모르고 살아가거나 지금 자신이 어디까지 왔고 어디로 가야 하는지, 그 ‘방향’을 놓쳐서 그렇습니다.

그러나 방황해도 괜찮습니다. 잊고 있던 ‘목적’과 잃어버린 ‘방향’을 다시 찾으면 되니까요. 그렇게 하면 방황의 아픈 기억들은 아름다운 추억으로 바뀌게 됩니다.

삶은 이렇게 여행과 방황의 연속입니다. 이게 삶이라는 여행길의 얼굴입니다.

《재미있는 불교 이야기》(보각)에 <열반경>에 실려 있는 이야기가 나옵니다.

여인이 길을 가다가 어느 집에서 하룻밤 쉬어가자고 부탁했습니다. 주인이 나와 보니

여인은 절세미인이고, 값진 옷을 입고 있었습니다. 주인이 물었습니다.

“누구십니까?”

“공덕천이라 합니다. 저는 제가 가는 곳마다 그 집에 온갖 보물이 생기게 해줍니다.”

주인은 내심 기뻐하며 들어오게 한 뒤 환대했습니다.

잠시 후 또 한 여인이 대문을 두드렸습니다. 그런데 그 여인은 못생긴 얼굴에다가 때가 잔뜩 끼고 남루한 누더기를 걸쳤습니다. 주인은 언짢아하며 물었습니다.

“당신은 누구요?”

“흑암천이라 합니다. 저는 제가 가는 곳마다 그 집의 재산을 없애 버립니다.”

화가 난 주인이 칼을 들고나와 소리쳤습니다.

“썩 물러가지 않으면 이 칼로 죽일 테다.”

그러자 여인은 웃으며 이렇게 말했습니다.

“당신은 참으로 어리석고 지혜가 없군요. 조금 전 당신 집에 찾아온 이는 내 언니입니다. 나는 항상 언니와 행동을 같이 하기 때문에 나를 쫓아내면 결국 언니도 따라 나올 겁니다.”

주인이 안으로 들어가 공덕천에게 물었습니다.

“맞습니다. 나를 좋아하려거든 내 동생도 함께 좋아해야 합니다. 나는 항상 동생과 행동을 같이했고, 한 번도 서로 떨어져 있던 적이 없소. 가는 곳마다 나는 좋은 일을 하고 동생은 나쁜 짓을 하며, 내가 이로운 일을 하면 동생은 손해 끼치는 일을 합니다. 그러나 나를 사랑하려거든 동생도 함께 사랑해야 합니다.”

주인은 두 여인을 모두 쫓아버렸습니다.

두 여인은 어느 가난한 집 앞에서 섰습니다. 주인은 두 여인을 보자 반기며 말했습니다.

“이제부터는 우리 집에서 함께 삽시다.”

주인은 두 여인을 흔쾌히 맞아들였습니다.

삶은 상반된 두 개를 갖고 있습니다. 하나는 기쁨이고 다른 하나는 슬픔입니다. 하나는 사랑이고 다른 하나는 이별입니다. 그러나 하나가 싫다고 없애버리면 다른 하나도 사라져버린다는 사실을 기억해야 합니다. 왜냐하면 기쁨이나 슬픔, 또는 사랑이나 이별 모두 삶을 구성하고 있기 때문입니다. 다시 말씀드리면 기쁨이나 슬픔, 사랑이나 이별 자체가 삶이기 때문입니다. 그래서 사랑이 없으면 이별도 없고, 슬픔이 없으면 기쁨 또한 없습니다.

이렇게 서로 상반된 두 요소인 ‘둘’이 사실은 ‘하나’였다는 것을 깨닫기만 하면 그때부터 슬픔과 이별의 아픔 모두를 극복할 수 있는 지혜가 생깁니다.

모든 사람은 기쁨과 사랑만을 원하지만 공덕천과 흑암천 모두가 함께 다니듯이 기쁨 뒤에는 슬픔이, 사랑 뒤에는 이별의 아픔이 항상 함께한다는 사실을 기억해두시기를 바랍니다. 그러므로 지혜로운 사람은 슬픔과 아픔까지도 껴안을 수 있는 사람입니다. 이것이 기쁨과 사랑 모두를 손에 쥘 수 있는 지혜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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