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롱 더덕꽃, 종소리가 들리는 듯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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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롱 더덕꽃, 종소리가 들리는 듯싶다
  • 전갑남 시민기자
  • 승인 2021.08.24 08: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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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포토에세이] 더덕꽃 - 새색시 같은
더덕꽃의 아름다운 꽃속 세상. 참 신비스럽다.
더덕꽃의 아름다운 꽃속 세상. 참 신비스럽다.

 

더덕밭에선 이파리를 스치기만 해도 더덕 향이 난다. 좋은 향기다. 여름철에 잎에서 풍기는 향기는 그윽하다. 꽃이 핀 더덕꽃도 참 예쁘다. 더덕은 장마가 지는 때부터 꽃이 맺히기 시작한다. 한꺼번에 동시에 피어나지 않고, 여러 날 피고 지고를 되풀이한다.

야생에서 자라는 더덕꽃은 눈에 잘 띄지 않는다. 어쩌다 은은한 더덕 향에 이끌려 주위를 둘러보면 뜻밖에도 감는 줄기에서 피어난 더덕꽃을 보게 된다.

나는 몇 해 전, 여름산에 오르다 더덕꽃을 본 적이 있다. 심마니가 산삼을 발견한 기분이 이런 걸까? 그때 느낀 반가움이란 이루 말할 수 없었다. 더덕꽃의 소박함에 기쁨은 두 배. 마주친 행운에 감사함이 느껴졌다.

나는 텃밭에다 더덕을 조금 심었다. 2년 차가 되는데, 올핸 풀 관리를 제때 못한 데다 가뭄이 심해서 더덕밭이 예쁘지가 않다. 그래도 어느 틈에 피어난 꽃을 보니 다소곳한 새색시 분위기이다. 더덕꽃은 많은 꽃송이가 땅을 쳐다보고 피어났다. 고개 숙인 모습에서는 겸손한 마음이 읽힌다. 지금 피어날 준비를 하는 꽃망울도 예쁘다. 입을 꼭 다문 모습이 귀엽다. 꽃이 진 자리에는 씨방이 만들어져 씨를 안칠 준비가 한창이다.

어떤 꽃이든 그렇지만, 더덕꽃도 참 신비스럽다. 꽃잎이 하나로 된 통꽃인데, 꽃부리는 끝에서 다섯 개로 갈라졌다. 뒤로 살짝 말린 듯한 모습에서 매력적인 멋을 풍긴다.

고개를 숙여 피고 있어 손으로 꽃을 치켜들어야 더덕꽃의 세상을 알 수 있다. 안쪽 꽃잎은 바깥쪽 색깔과 확연히 다르다. 표면은 연한 녹색을 띠고 있는 데 반해, 안쪽은 자갈색이다. 더 안쪽으로는 반점이 점점이 박혀 있는 게 인상적이다. 암술 하나에 여러 개의 수술이 있다. 암술이 특히 예쁘다. 수정이 이뤄지면 점점 자라 열매집에서 아주 자잘한 씨가 맺힌다.

초롱꽃과에 속하는 더덕꽃. 바람에 흔들리면 종소리가 들리는 듯싶다. 씨방 위에 암술, 그 위에 수술이 차례로 달려 꽃부리에라도 부딪치면 딸랑딸랑 종소리가 날 것 같다. 더덕꽃에서 종소리가 울려 퍼지면 줄기부터 이파리까지 죄다 잠에서 깨어나리라. 그러면 은은한 향기는 바람결에 날려 나갈 것이다.

더덕꽃을 보고 있으면 예전 초등학교 시절, 학교 종이 땡땡 칠 때의 아련한 추억이 생각난다. 절로 미소가 지어진다.

 

아름다운 더덕꽃. 여름철에 피고 지고를 반복하면서 피어난다.
아름다운 더덕꽃. 여름철에 피고 지고를 반복하면서 피어난다.
더덕꽃망울. 입을 오물리고 있는 모습이 귀엽다.
더덕 꽃망울. 입을 오물리고 있는 모습이 귀엽다.
더덕꽃이 떨어지면 씨방에서 자잘한 씨가 맺힌다.
더덕꽃이 떨어지면 씨방에서 자잘한 씨가 맺힌다.

 

 <더덕꽃> /  자작시

 

더덕꽃에는

딸랑딸랑 종소리가

 

시작 종소리에 후다닥 자리에 앉고

끝 종소리에는 어느새 자리를 박차고

 

더덕꽃에는 딸랑딸랑

종소리가

 

어디선가 피어오르는

즐거운 향기

모두 모두 코를 벌름벌름

모두 모두 입 모아 마음 모아

웃음꽃

하하 호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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