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포동 따로 또 같이, 창작공간 '중구난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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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포동 따로 또 같이, 창작공간 '중구난방'
  • 강영희
  • 승인 2021.08.31 06:59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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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동네 생활문화공간]
(5) 문화예술지대 탐험, 그 점에 가고 싶다.

중구난방衆口難防

월요일은 그들이 정기적으로 모이는 날이라고 했다. '우리동네 생활문화공간' 이야기를 담는다고 하니 숭의동 골목길 안 핑크색 기와집 ‘아트테이블’ 이영지씨(우리동네 생활문화공간(4) 인천 빈티지 인쇄소 대표)가 소개해준 공간이다. 익숙한 신포동, 스쳐지나가던 낯선 길 안쪽, '미드나인 인 홍콩'이라는 카페 건물 2층에 있는 ‘중구난방’이었다. 

 

20210823
중구난방은 2층에 있다@
20210823
익숙한 신포동에 낯선 뒷골목@강
1층 카페@미드나잇인홍콩
1층 카페@미드나잇인홍콩

 

선광미술관 건물 뒤편 골목이었는데 언 듯 알아보긴 힘들다. 근처에서 이리저리 잠시 헤메다가 파란 길이름 아래 손바닥 만한 크기의 하얀 표지판을 보고서야 알아챘다. 그래도 박지한씨가 알려준 '미드나잇 인 홍콩'이라는 1층 카페를 찾지 못했다면 더 헤멜뻔 했다.

<중구난방>은 문학 김경은씨와 시각예술 손승범씨, 그리고 영화비평가 박지한씨가 만든 프로젝트 예술가 그룹의 이름이자 이자 공간이름이기도 하다. 보통의 그룹이 비슷한 장르의 창작자들이 모이는 반면 자신들은 제각각의 장르라 그렇게 이름지었다고 했다. 

덕분에 익숙하지만 정확히 그 의미를 되짚어보지 않았었던 衆口難防의 뜻을 찾아보게 되었다. -- ‘여러사람의 입을 막기 어렵다’, ‘대중의 뜻(言路)과 사상을 막을 수 없다’, ‘일일이 막아 내기 어렵게 사방에서 마구 지껄여 댐을 이르는 말’

 

20210823
왼쪽부터 김경은, 손승범, 박지한 작가_중구난방@강 

 

어떻게 만났을까?

서로 다른 영역의 창작자들이 프로젝트 팀을 만들 만큼 가까이 지내긴 쉽지 않았기에 그들과 앉아서 처음 건넨 질문이었다. 

2017년 신기시장 뒤편 신기촌 골목에 있던 ‘대안공간 듬’에서 예술가 파견지원 활동을 하며 손승범씨와 박지한씨가 먼저 만났고, 2019년 박지한씨와 김경은씨가 역시 듬에서 만나 ‘듬듬식객-월간주방’이라는 공동프로젝트를 진행했다.   

그렇게 만난 세 사람의 ‘중구난방’이라는 이름으로 2019년 가을 지역문화생태를 만들기 위해 진행된 문화예술특화거리 ‘점점점’ 이라는 사업에 지원해서 선정되었다. 점점점 1기로 선정된 그들은 직접 적합한 공간을 찾고, 수리하며 입주했다. 그렇게 찾아내어 만든 공간이 지금의 공간이다. 

‘점점점’은 인천문화재단에서 신포동 일대를 거점으로 다양한 예술인들이 창작활동을 할 수 있는 공간을 마련해 활동하고, 그렇게 조성된 문화예술공간에서 시민들이 쉽게 예술을 접할 기회를 갖도록 하자는 의도로 만들어진 지원사업이다. 

기존에 개항장 및 중구 일대에 자리잡고 있는 문화예술공간(임시공간, 다락소극장, 옹노, 인천여관x루비살롱)들이 선정된 예술가 4팀(영일상회 인천점, 중구난방, 거북이와 두루미, 작은연극연구소)을 여러모로 지원해주는 방식으로 진행되었다. 2019년에는 총 9개 팀이 선정되었다. 

 

대안공간 듬@
대안공간 듬@
중구난방은 점점점 1기로 선정되었다@인천문화재단
중구난방은 점점점 1기로 선정되었다@인천문화재단

 

뭘 하는 공간이예요?
- 12지식, 동네까페와 자유부인

지난 해에는 <12지식 창작프로그램>을 통해 매월 신포동 일대의 음식을 하나씩 정해 각각의 그림과 단편소설, 에세이로 표현하는 작업과 커피와 어울리는 작품을 '읽어보는' <커피 한 잔 문학 한 입>, 경력단절여성들을 대상으로 자유공원에서 그림을 그리고 이야기를 담아 그림책을 만드는 <자유부인>프로그램은 지난해 진행했다.

올해는 12지식의 후속작업으로 그 신포동 지역 사장님들의 이야기를 인터뷰 중이며, 10월에는 개항장 일대 특정한 지역을 그림으로 옮기는 <개항장 야외드로잉 - 그리고그리고> 진행할 예정이다.  

7월에는 일반대중과의 만남을 위해 한국 대중음악 인문프로그램 <나는 어떻게 베토벤을 떨쳐내고 트와이스를 사랑하게 되었는가2>는 코로나 확산으로 연기되었고, 오픈스튜디오 <탐험>은 방역지침을 지키며 소규모 대면으로 진행했고 , 8월에는 <공공미술>을 주제로 한 비공식 세미나를 진행했다. 

*관련 영상기록 https://www.instagram.com/tv/CSJpjtVpNgv/?utm_source=ig_web_copy_link

 

2020년 진행된 프로그램
2020년 오프닝 행사 '안녕이란 말 대신'@중구난방 인스타그램
2020년 진행된 프로그램
2020년 여름밤 영화상영@@중구난방 인스타그램
2020년 진행된 프로그램
2020년 10월 숙면영화제@중구난방 인스타그램
2020년 진행된 프로그램
2020년 경력단절여성들을 위한 치유프로그램@@중구난방 인스타그램

  
문화공간 운영, 어땟어요? 

'천개의 문화 오아시스' 3년차를 졸업한 입장에서 3년 연속지원사업이라는 사실이 눈에 들어왔다. 게다가 선정된 후 2년을 코로나 상황으로 할 수 있는게 별로 없어 힘들지 않았을까 생각하게 되었다. 창작자의 입장에서, 공간을 운영하는 입장에서 어땠을까?

연속사업이라고 하면서도 매년 가시적 성과를 제시해야하고(결과보고서) 매년 지원을 해야하고(지원사업신청), 거기에서 선정이 되야 한다는 것이 3년간 입체적이고 다각적인 계획을 세워볼 기회가 적었다. 프로그램 설계, 논의, 연구, 공유 등 3년간의 계획-달라지더라도-을 생각해볼 수 있고, 주민들과 함께하는 사회적 역할도 필요한 일이다.  

그런 상황속에서 창작자로서 문화공간을 운영한다는 것이 무엇인지 운영자의 입장을 생각해보게 되고, 시야를 넓게 가질 수 있어 여러 가지 의미에서 좋은 경험이었고, 인간적으로 사람을 얻은 것이 가장 큰 성과다.(박지한 영화평론) 또 서로 다른 영역이 사람들이 하는 작업을 통해 융통성이 부족한 부분에 보완이 되었고, 한가지 주제에 대한 다른 생각들을 만날 수 있다는 것이 색다르게 다가왔다.(김경은 문학) 다름이 주는 시너지가 있다.(손승범)

3년차 지원이 끝나면 어떻게 할 것인가는 공간으로서도 창작팀으로서도 아직 생각해보지 못했다고 한다. 지원이 끝나면 자생할 수 있을까? 그들이 ‘가게 사장님 인터뷰’를 하러 가야해서 미처 다 물어보지 못했다. 문화예술공간이나 창작하는 사람들이 시민과 만나며 창작을 지속할 방법이 무엇일까?  

 

2020년 진행된 프로그램
2020년 마지막으로 진행된 프로그램@중구난방 인스타그램

 

시민들과 어떻게 만나요?

’아쉽네요, 몰랐어요. 이런 공간이 있다는 것도 겨우겨우 알았는데 원할 때 만날 수 있는 공간이 아니네요.‘

시민과 만나는 공간으로서의 생활문화공간을 소개하고자 했던 필자는 ’일상적‘으로 또는 ’정기적‘으로 열지 않는다는게 좀 곤란했다. 일반시민이 그들과 만날 수 있는 건 프로그램이 열렸을 때 뿐이라고 한다. 이렇게 다양하고 멋진 프로그램이 있지만 그걸 만날 기회는 정말 운이 좋아야 한다. ’운‘에 맡기려니 괜히 아쉬움이 들어 그렇게 말했다. 

’점점점’의 공간들은 기본적으로 ‘작가들의 작업 공간’이라 늘 개방되는 곳이 아니다. 각각의 공간들은 개별적으로 전시와 프로그램을 진행할 때만 개방하며, 관련 내용은 인천문화재단 홈페이지를 통해 공지된다고 한다. ‘항상’ 관심을 기울이지 않으면 만날 수 있는 기회가 없다. 재단 홈페이지를 일상적으로 찾거나 친한 지인이 관련된 소식을 sns로 전해주거나 하는 온라인 네트워크에 주시를 해야하고, 스쳐지나가는 몇 장 붙어있지 않은 포스터에 관심을 가져야 한다. 
 
그나마 일반시민의 입장에서는 어느날 문득 가더라도 ‘17개’나 되는 점점점-문화예술공간들 중 어느 하나는 만날 기회가 있지 않을까 하는 기대를 갖게 한다. 3년이 되면 그 공간은 줄어들게 되는 걸까? 지속할 수 있을까? 
어쩌면 우리들 사이에 섬 ... 그곳에 가고 싶다. 

 

2층 입구에 집 같기도, 난방기구 같기도 한 간판이 있다.@강
2층 입구에 집 같기도, 난방기구 같기도 한 간판이 있다.@강

문화공간 중구난방
문학-시각예술-영화비평 
인천시 중구 신포로 15번길 6-2, 3층
인스타그램 https://www.instagram.com/center__boile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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