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해뱃길과 경인아라뱃길은 '신기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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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해뱃길과 경인아라뱃길은 '신기루'
  • 박병상
  • 승인 2011.06.24 15: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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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천in 칼럼] 박병상 / 인천도시생태·환경연구소 소장


경인아라뱃길 인천터미널 공사 현장 

며칠 전 재선을 염두에 두고 있을 서울시장은 비장한 의지를 천명했다. 도시 GDP의 20퍼센트 정도를 차지하는 관광과 그 연관 산업의 하나로 뱃길을 여는데 의미가 있으므로 대통령과 담판을 불사해서라도 국고 지원을 받아 한강에서 ‘경인아라뱃길’을 연결하는 ‘서해뱃길’을 반드시 완성하겠다는 자세를 부각한 것이다. 여의도에 항구를 만들며 국내외 크루즈 사업을 본격화하겠다는 계획을 재선될지 모르는 시장에게 화답한 서울시 담당자는 “서울-인천-제주를 뱃길로 열고 나아가 중국까지 연결하는 크루즈의 관광 파급효과가 엄청날 것”으로 신기루처럼 전망했다.

올 10월 개통을 위해 막바지 공사에 여념이 없는 경인아라뱃길은 18킬로미터. 서울시는 경인아라뱃길의 김포항에서 여의도로 이어지는 15킬로미터의 서해뱃길을 위해 거액을 투자했고, 그만큼 서해뱃길에 거는 기대가 찬란하다. 그 일환으로 양화대교의 교각 간격을 확장하려고 일부를 뜯어냈고, 그 때문에 구부러진 양화대교는 일대 교통 혼잡의 주범이 되었지만 그건 서해뱃길을 반대하면서 공사를 지체하게 만든 야당 주도의 시의원에 있다고 호통을 쳤다. 그뿐인가. 사업자에게 특혜를 준 것으로 감사원의 지적을 받은 기묘한 이름의 ‘세빛둥둥섬’(플로팅 아일랜드)은 무엇을 위한 노심초사였던가. 서해뱃길을 둥둥 밝힐 휘황찬란한 섬은 어차피 서해뱃길을 호화스럽게 이용할 고객을 위한 시설이다. 따라서 그에 걸맞게 모피 패션쇼부터 기획했거늘, 웬 동물보호단체가 들이닥쳐 난리굿인가.

한데 서울시의 찬란한 계획에 찬물을 끼얹는 일이 시민사회와 정부 일각에서 거듭 발생하고 있다. 서울시가 분명한 계획을 내놓고 타당성을 논의하는 민주적인 절차를 허심탄회하게 거친 뒤, 필요하다면 주민투표를 실시하자는 시민단체의 주장은 지금까지 그래왔듯 외면하겠지만, “경제적 타당성이 부족한 예산 낭비 사업”이라고 직격탄을 날린 감사원의 지적까지 못 들은 체 할 도리가 없다. 서해뱃길을 재선을 노리는 시대의 사기극으로 폄하한 서울시의회를 억지 부리며 반대하는 집단으로 매도한 서울시장은 “서해뱃길을 개척하면 중국에서 크루즈를 타고 오는 동북아 관광객들이 인천항에서 내릴 필요도 없이 곧바로 서울로 들어올 수 있게 돼 관광시장 활성화에 도움이 될 것”이라 장담했지만, 자료를 꼼꼼하게 분석한 감사원은 달랐다. 타당성 부족으로 운영적자를 우려했다는 게 아닌가.

사면초가에 빠진 시장을 구원하려는지, 감사원에 재심의를 청구할 방침이라고 밝힌 서울시 당국은 5천 톤이 넘는 대형선박으로 국내외 관광객이 연간 7천 명 이상 서해뱃길과 경인아라뱃길을 이용해 제주도와 중국을 다녀올 것으로 전망한다. 물론 그 근거는 제시하지 않은 채. 여의도에서 제주도까지 그리 특별한 경관도 없는 뱃길을 17시간을 들여 이용할 승객이 얼마나 될지 회의적인 시민단체와 달리 관광 트렌드가 바뀌고 있다고 서울시 편을 든 한 전문가는 미국 허드슨 강을 따라가는 2박3일 코스 등 중간 규모의 크루즈를 이용한 여행이 인기를 얻고 있으므로 우리도 가능성이 있다고 화답했다는데, 그 전문가는 비의도적이었을까. 중요한 걸 놓치고 있다. 강을 오가는 배와 바다를 다니는 배는 그 구조가 다르다는 걸 친절하게도 생각하지 않았다.

대서양으로 빠져나가는 허드슨 강을 오르내리는 크루즈에 대해 아는 바 없지만, 삼협댐으로 막혀 수심이 깊고 거대한 호수를 오가는지 않는다면, 파고 없이 천천히 흐르는 강을 오고가는 배의 바닥은 편평하다. 수심이 낮은 서해뱃길과 경인아라뱃길도 마찬가지다. 한강 유람선과 같이 바닥에 편평한 배를 허용할 따름이지만, 파도의 영향을 받으면서 제주도와 중국을 안전하게 오가야 할 경우, 배는 다를 수밖에 없다. 바닥이 깊어 파도에 안정적이고 속도를 올려도 연료비 상승이 적다. 바닥이 편평한 배는 파고에 쉬 흔들리거나 뒤집힐 뿐 아니라 마찰이 많아 속도가 지나치게 더디고, 그만큼 연료 부담이 많을 수밖에 없다. 그런 배를 반길 무책임한 국제 항구는 거의 없다. 바닥이 편평한 5천 톤 크루스선이 바다를 뒤뚱거리며 항해할 수 있을까. 바닥이 깊은 배가 수심이 낮은 서해뱃길과 경인아래뱃길을 아슬아슬, 세월아 네월아 오갈 수 있을까.

무상급식 반대 주민투표에 정치적 모험을 감행하려는 서울시장은 서해뱃길로 혹세무민하고 싶을지 모르지만, 요사이 유권자들은 약삭빠른 정치인의 시각 따위는 쉽게 알아차린다. 경인아라뱃길로 이어질 서해뱃길은 세금으로 항구를 만들고 양화대교 교각 간격을 넓히며 강바닥을 깊게 파는 사업자를 잠시 배불릴 수 있겠지만, 서울시에 지방세를 내며 주민등록을 한 시민에게 결코 긍정적일 수 없는 사업에 불과하다. 도시 GDP의 20퍼센트를 담당하는 관광 분야 이익을 도모하기는커녕 잠식할 게 뻔하다. 서해뱃길에서 특별히 눈여겨보아야 할 게 무엇이던가. 서해뱃길과 이어지는 경인아래뱃길에 다리와 분수와 폭포와 전망대와 정원과 습지를 요란하게 꾸민 8경을 선사하겠다고 개발자는 침을 튀기지만, 암벽을 긁어낸 협곡 일부에 억지로 만든 그따위 인공시설에 넋을 빼앗길 이용객이 요즘 세상에 얼마나 될까.

서해뱃길과 경인아래뱃길을 너덧 시간 걸려 오간 배에 탑승한 이가 제주도나 중국에 가려면 안전을 위해 인천의 항구에서 내려 배를 갈아타거나 공항으로 가야할 것이므로 서울시 기대는 난망하기 이를 데 없는데, 서울시에서 멋지게 구상하는 두 번째 카드! 요트는 어떤가. 한강 여의도 주변에 정박해둔 호화 요트를 타고 서해뱃길과 경인아래뱃길을 지루하게 지나온 뒤, 인천 쪽 갑문이 열리기를 하염없이 기다리다 황해로 빠져나갈 것인가. 드디어 인천대교와 영종대교를 바라보며 서해5도로 가서 중국 갑부들을 겨냥해 만들어둘 카지노에서 거액을 뿌리거나 벌며 즐기다 산둥반도와 발해만을 거쳐 다시 여의도로 돌아오려 할 것인가. 그런 구상에 동의할 요트 주인이 서울에 몇이나 될지 서울시가 확보한 통계자료가 궁금한데, 세계 대부분 요트 계류장은 당장 이용할 수 있는 바다나 하구나 호수, 안전한 정박은 물론 수리가 용이한 전용 공간에 있지, 여의도와 같이 이용 공간과 터무니없이 먼 곳에 두지 않는다. 상식을 가진 부자라면 거액을 들인 호화 요트를 여의도에 정박해둘 이유가 없다.

경인아라뱃길은 일대 홍수피해를 완충하고 부산과 중국을 잇는 화물선이 오고갈 운하라고 천명했지만, 시방 당초 목적은 퇴색되고 말았다. 인천 앞바다가 만수일 때 닥칠 홍수에 얼마나 완충 효과를 가질지 회의적인 데에서 그치지 않는다. 국내는 물론 국제 항구를 이어줄 화물선이 이용할 가능성은 전혀 없다. 완공을 눈앞에 둔 현재 이용을 신청한 화물선은 한 척도 없다. 화려하게 그린 청사진과 달리 멋진 8경은 착공조차 하지 않았으니 요트의 경우도 전혀 현실성이 없다. 수익이 보장되지 않는 8경을 위해 투자할 어리석은 자본은 없을 게 틀림없다. 완공 이후 운항할 관광용 선박은 예고되었다고 담당자는 주장하지만, 그 배를 이용할 승객이 몇이나 될지, 과연 수지를 맞출 수 있을지, 누구도 장담하지 못한다. 그 운하를 이용할 호화 요트가 서울시 기대만큼 여의도에 정박할지, 대단히 회의적이다.

결국 경인아래뱃길은 거대한 실패작으로 끝날 테고, 이제까지 숱한 경험을 미루어볼 때, 누구도 책임지기를 거부할 게 뻔하다. 화려한 신기루에 바친 세금이 낭비된 뒤, 서툰 대안을 찾아 다음 정책담당자는 다른 신기루를 그릴지 모르지만, 예나 지금이나 타당한 근거를 외면하는 신기루는 한낱 환상일 뿐이다. 지금처럼 허심탄회한 논의 없이, 신기루 같은 일방적 기대로 재선을 노리는 단체장이 요술방망이처럼 “열려라 뚝딱!” 외친다고 돈이 열리고 기대가 충족될 리 없다. 아직 돌이킬 여지가 있는 서해뱃길이 그렇고, 돌이킬 여지가 크게 줄어든 경인아라뱃길이 더욱 그렇다.


말 많던 경인아라뱃길이 10월 개통을 앞두고 마무리 공사에 한창이다.
 이 뱃길로 화물선과 유람선이 다닌다.
그러나 운하와 한강의 연계·활용 방안이 제대로 추진되지 못해
'반쪽' 운하 우려가 나온다.

경인아라뱃길(파란 부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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