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추꽃이 가을을 부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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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추꽃이 가을을 부릅니다
  • 전갑남 시민기자
  • 승인 2021.09.07 09: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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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포토에세이]
별이 초롱초롱 빛나는 것처럼 피어난 아름다운 부추꽃입니다.
별이 초롱초롱 빛나는 것처럼 피어난 아름다운 부추꽃입니다.

 

가을의 전령사 풀벌레 소리가 들리기 시작한 지가 꽤 됩니다. 절기는 못 속인다는 말이 맞습니다. 처서가 지나고부터 확연히 아침저녁으로 선선합니다. 선물 같은 가을입니다.

가을장마가 찾아와 땅을 촉촉이 적셔 그동안 가뭄에 혼쭐이 난 작물들도 생기를 되찾았습니다.

작물 중에는 가을과 함께 꽃이 피기 시작한 게 있습니다. 무성한 콩잎 사이로 자잘한 콩꽃이 피었습니다. 팥에서도 노란 꽃으로 얼굴을 내밀었고, 들깨꽃도 언제 꽃이 피었는지 춤을 춥니다.

말 못 하는 식물이 때가 되면 그 시기를 알고 꽃을 피우고, 자손을 퍼트리는 신비가 놀랍습니다.

부추는 그동안 봄부터 수차례 베어 먹었습니다. 베어내면 곧 자라고 또 자라고! 나물로 겉절이로, 때론 부침개로 입을 즐겁게 했습니다. 이제 자기 몸을 그만 내어주고 변화를 꾀합니다.

가을바람이 부는 걸 알아차린 걸까요? 며칠 전부터 꽃망울을 맺은 부추도 꽃이 활짝 피어났습니다. 가느다란 잎 사이에서 꽃줄기가 쑤욱 올라온 뒤, 줄기 끝에 하얀 모습을 드러냈습니다. 꽃대 끝에서 여섯 장의 꽃잎이 반짝입니다. 꼭지가 한 지점에서 사방으로 우산살처럼 쭉쭉 내뻗쳤습니다. 조밀하게 핀 꽃들이 키를 재듯 서로서로 얼굴을 맞대고 서 있습니다.

꽃잎은 수평으로 펴지는데 작은 꽃자루가 있습니다. 암술 1개에 꽃받침 조각과 수술은 각각 6개씩. 꽃밥은 황색으로 흰 꽃부리와 멋들어진 조화를 이뤘습니다. 작은 부추꽃 하나를 보면 앙증맞습니다.

부추는 여러해살이풀로 추운 겨울에도 뿌리가 얼어 죽지 않습니다. 한번 심어놓으면 터줏대감처럼 여러 해 텃밭을 지킵니다.

 

부추는 영양도 풍부하여 좋은 식재료로 쓰이지만, 가을에는 아름다운 꽃을 피웁니다.
부추는 영양도 풍부하여 좋은 식재료로 쓰이지만, 가을에는 아름다운 꽃을 피웁니다.

 

부추는 '게으름뱅이풀'이라는 별칭이 우습습니다. 저절로 알아서 쑥쑥 자라니 게으름뱅이도 잘 기를 수 있다 해서 그렇답니다. 다른 유래는 더 재미있습니다. 어떤 사내가 부추가 정력에 좋다는 얘기를 듣고, 매일 먹으면서 일은 안 하고 마누라 옆에 붙어만 있더랍니다. 그래 부추가 게으름뱅이를 만들었다 해서 그런 이름이 붙여졌다는 것입니다.

게으름뱅이풀이라는 별칭과는 다르게 부추꽃은 참 예쁩니다. 흰 눈이 소복소복 쌓인 것처럼 하얀 꽃이 탐스럽습니다.

긴 꽃대가 작은 바람에도 흔들립니다. 사랑스러운 부추꽃이 가을을 부릅니다.

 

우산살을 펼치듯 피어난 부추꽃. 처음 대하는 사람들은 신기해 합니다.
우산살을 펼치듯 피어난 부추꽃. 처음 대하는 사람들은 신기해 합니다.

 

<부추꽃> / 자작시

꽃자루로 우산살 펼치고

긴 목 꽃대에는

송이송이 별꽃이 반짝반짝

 

낮에는 별꽃 자리에

꿀벌들을 유혹하여 친구하고

밤에는 하늘 빛나는

총총별을 불러들여 친구 하네

 

건들바람 스쳐 지나가도

가는 허리 흔들어

초롱초롱 하얀 미소로

가을을 불러들이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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