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연·전시·박물관을 도시 중심으로 끌어들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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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연·전시·박물관을 도시 중심으로 끌어들이자"
  • 송정로 기자
  • 승인 2021.09.07 17:5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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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하대 김천권 교수 '진화의 도시' 출간

 

한국의 도시가 선진도시로 자리잡기 위해서는 도시 중심지에 광장, 공원 등 공공의 공간을 조성하고 전시관, 공연장, 박물관 등을 통한 문화예술활동을 도심으로 끌어들여야 한다고 제기됐다.

지난 2019년 인하대 행정학과 교수로 정년퇴임한 김천권 교수가 그동안 강의한 내용을 정리해 ‘진화의 도시- 도시는 어떻게 사회를 변화시켰나’(344 페이지)를 출간했다. 김 교수는 대학에서 도시개발, 도시행정, 도시사회학 등 주로 도시 분야를 강의·연구해왔고 현재 인하대 대학원 도시계획학과와 도시재생학과 등에 출강하고 있다. 김 교수는 그동안 도시에 관한 전문 학술서를 출간했으나, 이번에 출간한 책은 일반인들이 도시에 대해 쉽게 이해할 수 있도록 엮은 교양서다.

1부는 ‘도시의 역사(시대가 만든 도시)’로 신의 도시-신화의 도시- 종교도시-산업도시-새로운 밀레니엄 시대의 도시로 나누어 설명하고 있다. 2부는 ‘현재의 도시(도시가 만든 시대)’다. ‘정보화 사회와 도시’, ‘글로벌 사회와 도시’, ‘포스트모던 사회와 도시’로 나누어 현재의 세계 도시들을 분석, 편한 문투로 쉽게 써내려 갔다. 실리콘밸리스 성장 신화 및 스텐퍼드 대학과의 교류·연계, 그로벌 도시전략(싱가폴 등), 포스트모던 도시(미국 L.A 등)의 풍부한 사례를 인용하고 해설했다.

3부는 ‘도시의 미래: 매력적인 도시, 어떻게 만들어지나?’로 한국 도시의 미래를 고민하고 그 답을 내놓는 과정을 담았다. 시민들의 삶의 질과 행복도를 높이기 위해 매력 있는 도시를 어떻게 만들어야 하는지, 오랜 연륜과 성찰에서 우러나는 현실적인 방안들을 내놓고 있다.

그는 3부 제11장 ‘젠트리피케이션과 밀레니얼 세대를 위한 변명’에서 한국 도시의 고품격화에는 젠트리파이어(삭막한 거리나 골목을 고급화하는 사람)의 노력과 희생, 그리고 둘레길이 있다고 했다.

한국은 고도성장에 몸집은 커졌지만 시민의식까지 성숙하지 못했는데, 1990년도 IMF 경제위기를 통해 글로벌 사회진입을 위한 비싼 강습료를 지불하고 한 단계 성숙된 도시로 성장했다. 선진 도시의 섬세함과 디테일을 배우고 실천하기 시작한 것이다. 젠트리파이어들이 외국여행을 통해 차별화된 레스토랑, 바, 부티크숍, 갤러리, 북까페 등을 오픈하며 동네에 활력을 불어넣기 시작했다.

2007년 제주올레길 이후 둘레길은 순식간에 전국으로 퍼졌다. 도시축제, 도시재생사업도 마찬가지다. 2010년 이후 한국 도시는 양적인 성장을 넘어 시민들의 삶을 중시하는 질적인 변화를 추구하는 양상이 보이기 시작했다.

이제 한국은 IT와 공공교통, 의료와 여가·휴식 인프라는 글로벌 변화를 주도하는 선도국이 되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그런데도 한국 도시는 여전히 무언가 2%가 부족하다.

저자는 여기서 두가지만 보완하면 선진 도시로 자부심을 가질 수 있을 것으로 역설한다. 중심지에 공공의 공간을 조성하는 것과 문화예술활동을 도심에 끌어들이는 것이다. 도시 중심지에 큰 공공의 공간이, 각 구역과 골목길에 작은 공공의 공간이 있어 사람들이 모여서 이야기하고 즐기며 서로 다른 의견을 조율하고 소통하는 공론의 장이 마련된다. 큰 광장 주변에선 도시의 주요 행사와 집회, 시장이 열리고 작은 광장 주변에는 맥주집, 피자가게, 선물가게 등이 있어 주민들과 관광객이 모이게 하는 소통과 만남의 광장이 된다.

영국 런던 도심에 위치한 대영박물관.
영국 런던 도심에 위치한 대영박물관. 뉴욕 맨해튼의 메트로폴리탄 박물관과 현대미술관, 파리 루브르 박물관과 오르세 박물관, 스페인 마드리드의 프라도 박물관도 도시 중심부에 자리잡고 있다.

뉴욕, 파리, 런던, 마드리드 등에는 박물관, 미술관이 중심부에 자리잡고 있다. 우리나라도 명동이나 강남역사거리에 중앙박물관이나 예술의 전당이 있다고 상상해보자. 찾는 사람들이 훨씬 많을 뿐 아니라, 주변에 갤러리 예술가 스튜디오, 북카페, 고급 레스토랑 등으로 문화예술 클러스트를 형성할 것이다. 도시의 활동이 달라지고 도시의 품격과 위상이 높아진다. 이제 한국 도시도 양적인 성장을 넘어 질적인 진화를 생각해야 할 시점이다. 민간부문의 젠트리피케이션을 통해 해결될 수 있는 문제가 아니다. 정부가 나서서 계획하고 실현해야 할 일이다.

저자는 한국 사회 저출산 현상에 대해 심각한 사회문제를 제기하는 데 대해 좀 더 장기적으로 보아, 인구 저성장과 감소가 부정적으로만 작용하는 것이 아니라 한국 사회를 재구성하는 기회 요인으로 작용할 수 있다고 강조한다.

지속가능한 사회와 개발을 주장하는 학자와 NGO들은 '고도성장을 추구할 것이 아니라 저성장, 나아가 탈성장을 추구해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이고 있다. 국민은 경제상황, 문화와 가치관 변화, 삶의 질 중시 등을 고려하여 출산을 현명하게 조절하는 판단력을 갖고 있다. 정부가 지원과 투자를 한다 하더라고 저출산 추세를 바꾸기는 어려운 국면이다.

인구가 많은 것이 경쟁력인 사회는 지나갔다. 인구가 경쟁력인 사회는 전쟁사회, 국가가 중심인 사회, 양 중심의 사회, 힘이 경쟁력의 기초가 되는 사회에서의 개념이다. 그러나 현대사회는 이런 사회에서 점차 평화사회, 도시 중심, 삶의 질 중심, 지식정보가 경쟁력의 기초가 되는 사회로 전환되고 있다.

저자는 마지막 3부 제12장에서 쇠퇴하는 지방(인구감소로)에 대해 4가지 대책을 내놓는다.

아이디어(사람을 끌어들이는 매력적인 도시 만들기), 인재(지역 대학의 인재배양 및 혁신의 주도), 다문화(문화의 다양성과 다른 사람에 대한 관용과 인내, 포용과 배려), 그리고 올바른 지방자치제도(중앙정부의 충분한 자치권 이양 및 재정분권, 지역에 맞는 다양한 정책 및 프로그램을 실시할 수 있는 제도)가 그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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