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 시대, 동네 책방의 하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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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로나 시대, 동네 책방의 하루
  • 문서희
  • 승인 2021.09.10 00: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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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은책방, 그 너머의 기록]
(72-끝) "그래도 괜찮습니다" - 문서희 / '책방모도' 책방지기
[작은책방, 그 너머의 기록]이 72회를 끝으로 막을 내립니다. 2020년 3월27일 시작해 1년6개월 간 매주 아름다운 이야기로 많은 독자들에게 '작은 행복'을 선사해주신 책방지기 필진 15분(1~3기)께 감사를 전합니다.  

 

 

아침 알람이 울리면 동네 책방 주인의 단조로운 하루가 시작됩니다. 양치와 세수를 하고 머리를 감고 가볍게 로션을 바르면 준비 끝, 가장 중요한 커피를 내립니다. 얼음을 가득 채운 텀블러에 커피를 따라 담고 옷을 갈아입습니다. 좋아하는 향수를 뿌리고 가방을 챙겨 집을 나섭니다. 오늘따라 유난히 상쾌하고 기분이 좋네요. 이런, 다시 집으로 돌아가야겠습니다. 마스크를 깜빡했네요.

책방에 도착하자마자 좋아하는 음악을 틀어놓고 청소를 시작합니다. 창문을 열어 환기를 시키고 밤 사이 책 위에 쌓인 먼지를 털어 냅니다. 손잡이와 테이블, 의자와 같이 손이 자주 닿는 곳은 매일 소독을 합니다. 뉴스에서는 연일 생활 방역을 강조하고 있지요. 날이 갈수록 점점 더 하얗게 세는 질병관리청장의 머리카락을 떠올리며 꼼꼼히 청소를 합니다.

오늘은 운수 좋은 날이네요. 오픈하자마자 손님이 오셨어요. 책방 입구에 붙어있는 안내문을 정독하고 계십니다. 마스크를 올바르게 착용하고 손 소독을 마친 후 책을 구경하는 아주 모범적인 손님입니다. 그렇게 한 시간 정도 지났을까요. 손님이 책을 한 아름 안고 계산을 하러 오셨는데 가까이서 보니 낯익은 단골손님입니다. 가뜩이나 손님 얼굴을 잘 기억하지 못하는 편인데 마스크 때문에 곤란한 경우가 더 많아졌어요. 뒤늦게 안부를 묻고 계산을 해드리는데 손님이 잠시 머뭇거리다가 말을 건넵니다.

“요즘 코로나 때문에 많이 힘드시죠? 힘내세요.”

“고맙습니다. (울먹)”

사실 손님에게 미처 하지 못한 말이 있습니다. 코로나 이전과 이후를 비교했을 때 매출의 큰 차이는 없습니다. 심지어 작년보다 매출이 올라서 책방이 긴급재난지원 대상에 해당하지 않더군요. 불행인지 다행인지는 모르겠습니다. 코로나의 영향을 덜 받는다는 것이 바로 동네 책방의 모습이 아닐까요.

 

 

바이러스의 창궐로 제약이 많아진 요즘 하지 못하는 것들이 자꾸만 떠올라 아쉽기만 합니다. 마스크를 벗고 자유롭게 야외 활동을 하고, 자유롭게 여행도 하고 싶지만 그러지 못합니다. 사랑하는 사람들과 맛있는 음식을 나누어 먹고, 얼굴을 가까이 맞대고 이야기 나누고 싶지만 조심스럽습니다. 그동안 당연한줄 알았지만 당연하지 않았던 것들을, 언제든 할 수 있을 줄 알았지만 이제는 하지 못하는 것들을 계속 곱씹다 보면 어느새 마음에 그늘이 져요.

하지 못하는 것들에 대해서 아쉬워하기보다는 그래도 할 수 있는 것들을 하나씩 해보면 어떨까요. 단조롭지만 평화로운 일상을 잘 지키기 위해서요. 지금과 같은 기회가 아니었다면 어쩌면 시도해보지 않았을 다른 방식으로 말입니다. 손님과 오래 눈을 마주치고, 손님의 목소리에 유심히 귀 기울여 봅니다. 사랑하는 사람에게 전화를 걸어 잘 지내냐고 묻고, 밥은 먹었냐고 카톡을 보내봅니다.

늘 그랬듯이 오늘도 부지런히 책을 읽고 괜히 진열도 이리저리 바꿔보며 손님을 기다립니다. 그러다 보면 오늘 하루도 금세 저물어요. 오늘도 역시나 책을 많이 못 팔았지만 그래도 괜찮습니다. 저는 잘 지내요. 당신도 단조로운 일상을 잘 지켜내시길, 조만간 건강한 모습으로 다시 만나면 좋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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