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세히 봐야 아름다운 들풀, 닭의장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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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세히 봐야 아름다운 들풀, 닭의장풀
  • 전갑남 시민기자
  • 승인 2021.09.14 08: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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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포토에세이] 가을하늘 닮은 닭의장풀

 

가을의 자랑은 뭐라 해도 파란 하늘이다. 맑고 높다. 하얀 뭉게구름까지 곁들이면 한 폭의 그림으로 펼쳐진다. 하늘을 우러러보는 것만으로도 기분 전환이 될 것 같다.

비 온 다음 날은 가을 하늘이 더 푸르다. 요즘 들어 들녘의 색깔도 하루가 다르게 변하고 있다. 농부는 벼 이삭 익는 소리가 들린다고 한다. 온통 황금물결로 출렁일 날도 머지않았다.

들풀들도 꽃을 피워 씨를 맺느라 한창이다. 내년을 준비한다. 자손을 퍼트려 대를 이으려는 자연의 순리이다.

 

풀숲에서 활짝 핀 닭의 장풀, 달개비라 부르기도 한다.
풀숲에서 활짝 핀 닭의 장풀, 달개비라 부르기도 한다.

 

무성한 풀숲에서 유독 튀는 색깔의 꽃이 있다. 닭의장풀이다. 꽃잎은 가을 하늘을 닮았다. 나비가 하늘하늘한 날개를 펴고 앉아 있는 것처럼 보인다.

닭의장풀은 한해살이풀로 흔한 들풀이다. 달개비라 부르기도 한다. 이른 아침에 마치 잠에서 깨어난 듯 이슬을 머금은 채 싱그럽게 피어난다. 해가 중천에 뜰 때 가장 예쁘다. 산책길에서 만나면 소박하고 청순함에 사람 발길을 붙잡는다. 오후에는 이내 꽃잎을 닫는다.

닭의장풀은 이름에서 보듯이 닭과 관련된 이야기가 많다. 꽃잎은 닭의 볏을 닮았다. 닭장 밑에 아무렇게 피어 잘만 자란다고 이름이 붙여졌다고 한다. 달개비 말고, '닭의밑씻개'라 부르기도 한다. 닭이 종일 쪼아대도 꿋꿋하게 자란다.

 

들풀 중에서 파란 하늘을 닮은 닭의장풀이 무성하게 자랗다.
들풀 중에서 파란 하늘을 닮은 닭의장풀이 무성하게 자랗다.

 

닭의장풀은 7~8월에 꽃이 피기 시작하여 늦가을까지 피고 지고를 반복한다. 번식력 하나는 대단하다. '돌아서면 풀'이라는 말은 닭의장풀을 두고 하는 말 같다. 이 풀의 생명력은 줄기에 있다. 녀석은 옆으로 기는 재주가 있어 아무리 뽑고 뽑아도 줄기 밑 가는 실뿌리 하나만 있어도 영역을 넓혀 간다. 환삼덩굴처럼 따갑게 하거나 우슬이나 도깨비바늘처럼 몸에 달라붙지 않아 그나마 다행이다. 아무튼, 농부에겐 여간 성가신 존재가 아니다.

쓸모없을 것 같은 닭의장풀도 햇볕에서 잘 말려 달여 먹으면 쓸모가 많다. 부기가 가라앉고 이뇨작용에 도움이 된다고 한다. 꽃과 잎, 줄기를 모두 갈아서 즙을 내어 꾸준히 먹으면 다이어트에 효과가 있다. 폐경기 여성들에게 성적 감각을 찾아주는 천연흥분제라는 비밀스러운 이야기도 전해진다.

그뿐만 아니다. 꽃은 색소가 강해서 염색제로도 쓰고, 두부 만들 때 쓰면 색감도 예쁘고 맛도 좋다고 한다.

닭의장풀 꽃을 들여다보면 참 신비하다. 자세히 봐야 더 아름답게 느껴진다. 닭의장풀이 특히 그렇다.

꽃잎이 참 특이하다. 하늘색 꽃잎 두 장은 크고 둥글다. 또 하나의 꽃잎은 파란 꽃잎을 돋보이게 하려고 숨어있는 건가? 피침형으로 작고 색깔이 하얗다. 암술대는 1개인데 무언가 하염없이 기다리는 모양새다. 그런데, 수술대는 남다르다. 꽃밥이 있는 수술과 꽃밥이 없는 헛수술이 있다. 2개 수술대는 마치 곤충의 더듬이 모양을 하고, 꽃밥이 없는 헛수술 4개는 꽃인 척하는 특이한 모양새다. 예쁜 헛수술 때문에 벌들이 모여드는지도 모르겠다.

닭의장풀 꽃말은 '순간의 즐거움'이란다.

오늘도 어김없이 이웃집 닭장에서 새벽닭이 운다. 산책길에 닭의장풀의 이슬 머금은 파란 꽃잎이 예쁜 모습으로 반긴다.

 

아름다운 닭의장풀. 흔히 달개비라 부른다.
아름다운 닭의장풀. 흔히 달개비라 부른다.

 

달개비꽃 피는 날 / 자작시

꼭두새벽
닭 모가지 길게 빼고
홰치는 소리에 일어났어요

두리번두리번

이슬 머금은
눈물일랑 거두시고요
 
외롭다 하지 말고
두려워하지도 말고
청초한 눈빛 가득
하늘 닮은 맑고 파란 마음으로
우리 만나요
가을이 하늘에 빠진 날에
 
 
닭의장풀은 이른 아침에 피어나 해가 중천에 떴을 때 예쁘게 피어난다.
닭의장풀은 이른 아침에 피어나 해가 중천에 떴을 때 예쁘게 피어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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