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을의 정취 그윽한 월미도 한국전통정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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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을의 정취 그윽한 월미도 한국전통정원
  • 허회숙 시민기자
  • 승인 2021.09.17 10: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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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시민의 품으로 돌아온 월미도 20년, 새롭게 보는 월미전통정원

인천상륙작전 이틀 전인 9월 13일 월미공원을 찾았다. 인천 사람들에게 월미도는 각별한 의미가 있는 곳이다. 일제 강점기에는 인천에서 벚꽃을 볼 수 있는 유일한 곳이 월미도였다.

여름 해수욕장도 월미도에만 있었다.

 

북한의 남침에 의해 6.25 동란이 터졌을 때 풍전등화와도 같았던 대한민국을 다시 살려낸 곳도 월미도였고 인천상륙작전이었다.

정전협정 후 체코와 폴란드 등이 중립국 감시위원단으로 월미도에 체류하고 있었다그들이 중립을 지키지 않고 북한 편을 들자 인천 사람들이 월미도로 몰려가 체코, 파란(폴란드), 물러가라구호를 외치며 데모하기도 했다.

6.25 동란이 일어나면서 월미산 일대에는 미군이 주둔하였고 그 이후 일반시민의 출입이 제한되었다.

월미산에서 미군이 나간 후 한국 해군 2함대사령부가 1999년 11월까지 주둔하다가 평택으로 이동하였다. 그리고서야 실로 50년만에 월미산이 인천시민의 품으로 온전히 돌아온 것이다.

2001년 10월15일 세워진 '월미공원 귀환 기념비'는 이렇게 외치고 있다.

'인천 앞바다의 여여쁜 섬 월미도가 반세기만에 시민의 품으로 돌아왔다. 분쟁과 단절의 바다 황해가 평화와 교류의 바다로 현신하는 찰나, 월미도가 눈부신 자태로 돌아왔다. 월미도는 보았다. 일본 및 서구 열강이 어떻게 은둔의 왕국 조선을 위협했는가를. 그리고 월미도는 온몸으로 피흘렸다. 한국 동란의 한 복판을 가로 지르며...'

 

 

경인선 종점인 인천역에서 내려 45번 버스를 타거나 인천역 앞에서 월미바다열차(매주 월요일 운휴)를 타고 월미공원역에 내리면 거기서 부터가 월미공원이다. 월미바다열차는 (안내 032-450-7600) 요금이 8,000원이고 시간 제한 없이 3번까지 탑승이 가능하다.

승용차로 갈 경우 인천역에서 5~6분 거리이다. 1, 2 주차장과 버스 주차장도 잘 정비되어 있다. 무료주차가 가능하다.

햇볓 따가운 전형적인 가을 날씨 속에 주차장 바로 앞에 있는 한국전통정원을 찾았다.

 

전에도 여러 번 와보았지만 월미산을 오르거나 이민사박물관을 방문하는 것이 주 목표였기에 한국전통정원은 대강 훑어보고 지나치는 곳이었다. 이번에는 마음 먹고 차근차근 월미도 한국전통정원을 보리라 작정하고 나선 길이다.

이 한국전통정원은 조선시대의 궁궐정원과 별서 정원, 민가 정원을 재현한 곳이다.

궁궐정원으로는 부용지, 애련지, 화계 및 아미산 굴뚝을 재현하였다. 별서정원으로는 소쇄원, 국담원, 서석지를 민가 정원으로는 양진당, 전통 민가 등을 재현하였다.

주차장을 들어서니 양진당이 나타난다. 코로나 탓에 문화관광 해설사(032-440-4104)의 설명을 들을 수 없어 아쉬웠다. 양진당(개장 시간 9:00~18:00)은 조선시대 유학자 겸암 유운룡선생이 거주했던 풍산류씨 종갓집(경북 안동 하회마을 위치)을 재현한 곳이다.

가을 볕 따가운 고즈넉한 양반집 소슬 대문을 들어서며 인간의 자취는 먼지처럼 스러져버리고 간 자리에 역사와 전통만이 면면히 흘러내리고 있는 것을 보며 숙연함에 젖는다.

 

양진당을 나와 길을 돌아드니 인공 폭포의 물소리가 시원하다.

젊은 한 쌍이 사진을 찍느라 이리저리 분주하다

 

폭포 소리와 풀섶의 들꽃에 취해 걷다보니 조선시대 중부지방 서민주택인 초가 한 채가 나타난다. 그 앞에 황소와 소 모는 총각 상이 나타나고 옆의 밭에서는 솥 덩어리만한 호박을 손 보고 있는 두 남녀의 일하는 모습이 보인다.

 

수생식물 및 야생 동, 식물이 서식하는 친환경생물서식 공간인 습지원을 지나 월휴정에 오른다. 정자에서 전통정원을 내려다보며 잠시 현실을 잊는다.

소쇄원은 전남 담양군에 있는 조선 중기의 대표적인 정원이다. 양산보가 자연 속에 물과 대나무가 어우러진 절경을 조성해 놓은 곳이다. 우리나라 선비의 고고한 품성과 절의를 풍기는 아름다움으로 유명하다. 이곳에 소쇄원의 정자 광풍각을 세우려고 터를 잡아 놓았는데 소쇄원을 재현시켰더라면 더 좋았을 텐데 하는 아쉬움이 남는다.

국담원은 국담 주재성의 공을 기리기 위하여 18세기 초 경남 함양군 칠원면 무기리에 민중이 조성한 별서정원이다. 풍욕루, 하환정, 충효사, 영정각, 국담, 영귀문 등으로 구성되어 있다. 국담은 장방형의 연못으로 중앙에 당주라고 불리는 방도가 있으며 물에 근접할 수 있는 계단과 좁은 단이 조성되어 있다. 이곳에는 국담, 하환정, 중도를 재현하였다.

부용지와 애련지를 거니는 동안 한 시간이 훌쩍 지났지만 시간과 공간을 초월하여 조선시대 사대부가 되어 느릿느릿 산책하는 풍취에 젖는다.

 

애련지는 조선 숙종18년(1692) 창덕궁 후원에 조성된 연못으로 애련이란 이름은 송나라의 주렴계가 연꽃을 사랑하여 쓴 애련설에서 따온 말이다.

 

애련지 남쪽에는 불로문, 북쪽에는 방형의 정자인 애련정이 위치하며, 정자(애련정)의 서측으로 입수구가 위치하고 있다. 여기에는 애련지, 불로문, 입수구 등을 재현하였다.

여기에는 궁궐마당만이 재현되어 있다.

 

이 곳 월미공원에는 무료로 입장하여 관광객들에게 궁중음식 체험 등 다양한 즐길거리를 제공하는 월미문화관이 있다(중구 월미로 131-22. 032-440-533~4). 전통생활문화전시실, 궁중문화전시실, 기획전시실이 운영되고 있어 한국의 역사와 전통을 국내⸳외 관광객들에게 알리고 체험하게 하는 곳이다. 하루 빨리 코로나가 끝나고 모든 일상이 정상으로 돌아올 날, 이 곳을 다시 찾으리라 다짐하며 아쉬운 발길을 돌렸다.

한국전통정원의 아름다움과 멋에 취해 걷다보니 사슴원 앞에 이른다. 숫사슴과 암사슴 한쌍의 평화로운 모습을 보는 이 순간, 이 가을에 감사함을 느낀다.

 

한국전통정원을 둘러보는 2시간여 동안 우리 조상의 자연과의 조화를 중시한 정원의 아름다움이 내 마음을 촉촉히 적셔준다.

우리의 역사와 전통에 대한 자부심으로 마음이 뿌듯해졌다.

한국 현대사의 애환을 간직하고 있는 월미산 탐방 길을 오르는 발걸음이 한결 가볍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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