함께 한다는 '믿음'으로 - 소녀 시대를 말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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함께 한다는 '믿음'으로 - 소녀 시대를 말하다
  • 이권형
  • 승인 2021.09.23 16:44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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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권형의 인천인가요]
(2) ‘소녀시대’의 《다시 만난 세계》(2007년)
음악가 이권형이 대중음악 한곡씩을 한달에 한번 소개합니다. 음악에 얽힌 보편적이면서 특별한 이야기들을 찾아 나섭니다. 음악가 이권형은 인천을 주무대로 기획자이면서 음반제작도 하고 작곡, 노래도 하는 젊은 활동가입니다.


‘소녀시대’도 이제 엄연히 중견 그룹이지만, 어떤 역사든 시작은 있는 법이죠. 누군 춤을 잘 추고, 누군 노랠 잘하고, 리더는 누구인지, 그리고 멤버 각각의 외모가 도마 위에 오르곤 했습니다. 다양한 경쟁 시스템 속에서 대형 연예 기획사의 소속이라면 연습생 시절부터 가십의 대상이 되는 일이 드물지 않았죠. 소녀시대가 데뷔한 2007년에도 국내의 아이돌 기획을 소비하는 행태는 이미 지금과 비슷했던 것 같아요. 당시 프로모션 문장이 인상적이네요. “10대 여고생 그룹 '소녀시대'! 대망의 첫 싱글 <다시 만난 세계>”

그리고 소녀시대가 데뷔하고 9년이 지난 2016년 여름, <다시 만난 세계>가 화제가 된 적이 있었습니다. 유튜브에 영상이 올라왔어요. 경찰이 보이고, 그 너머로 이화여대 학생들로 보이는 군중이 쭉 앉아서 다 같이 <다시 만난 세계>를 부르는 모습이 담겨있었습니다. 당시에 대한 자세한 기술은 지면의 취지를 벗어나는 일이므로 하지 않겠습니다만, 이 노래가 여러 현장에서 비슷한 상징적 의미로 사용된 사례는 얼마든지 추가할 수 있습니다. 10년 차 아이돌의 데뷔곡이 현장의 앤썸(Anthem)이 된 셈이죠.

이제 막 시작하는 이에게, 눈앞에 수많은 가능성이란 감당해야 하는 막연함일 뿐입니다. 불안은 엄습합니다. 어찌 됐건 선택해야만 하고, 책임지는 것 또한 자신의 몫이니까요. 외로운 여정의 출발점에서, 그 새까만 어둠 속에서, 그를 나아가게 하는 힘은 무엇이었습니까. 아마도, 이 순간 혼자가 아니라는, 함께한다는 믿음이 아닐까요. 믿음은 관계를 붙드는 실낱같은 선이고, ‘나’는 그런 마음의 약속을 통해 씩씩하게 일어서는 존재니까요. <다시 만난 세계>의 화자는 벅차게 노래합니다. 자신의 진실된 믿음을, 그를 통해 피어나는 굳은 신뢰의 황홀경을요.

누구든 함께하는 기쁨의 순간이 있을 겁니다. 오가는 시선 속에, 그 신비로 가득한 순간 속에 무슨 말이 더 필요할까요. 그리고, 그때마다의 기쁨 또한 사실은 찰나에 불과하다는 걸 깨닫고야 마는 게 우리의 굴레이자 슬픔이죠. 절정의 순간이 지나면, 우리는 또다시 시작해야 할 겁니다. <다시 만난 세계>는 어쩌면 처음부터 함께 시작하는 이들의 주제곡이 될 운명이 아니었을까요. 우리가 기쁨에 겨워 “사랑해” 고백하던 그 순간의 진심을 상기시키니까요. 마치 또 다른 ‘지금’은 앞으로도 영원히 계속될 것처럼.

저에게도 <다시 만난 세계>는 듣기만 해도 가슴이 웅장해지는 곡입니다만, 저로서는, (K-pop 장르 전반의 거의 모든 음악이 그렇듯이) 철저히 분업화된 아이돌 산업의 결과물이라는 사실에서 느껴지는 이질감을 완전히 떨쳐 놓긴 어렵습니다. 하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 음악을 통해 동시대의 고유한 울림이 서로 공유되고 있다는 건 사실이라고 생각합니다. 그 사실에 그나마 기뻐할 수 있지 않냐고 한다면, 너무 순진한 걸까요.

 

▲ 2007년 발매된, 소녀시대 첫 번째 싱글 [다시 만난 세계] 앨범아트
2007년 발매된, 소녀시대 첫 번째 싱글 「다시 만난 세계」 앨범아트

 

“전해주고 싶어 슬픈 시간이 다 흩어진 후에야 들리지만

눈을 감고 느껴봐 움직이는 마음 너를 향한 내 눈빛을

특별한 기적을 기다리지 마 눈앞에선 우리의 거친 길은

알 수 없는 미래와 벽 바꾸지 않아 포기할 수 없어

변치 않을 사랑으로 지켜줘 상처 입은 내 맘까지

시선 속에서 말은 필요 없어 멈춰져 버린 이 시간

사랑해 널 이 느낌 이대로 그려왔던 헤매임의 끝

이 세상 속에서 반복되는 슬픔 이젠 안녕

수많은 알 수 없는 길 속에 희미한 빛을 난 쫓아가

언제까지라도 함께 하는 거야 다시 만난 나의 세계

특별한 기적을 기다리지 마 눈앞에선 우리의 거친 길은

알 수 없는 미래와 벽 바꾸지 않아 포기할 수 없어

변치 않을 사랑으로 지켜줘 상처 입은 내 맘까지

시선 속에서 말은 필요 없어 멈춰져 버린 이 시간

사랑해 널 이 느낌 이대로 그려왔던 헤매임의 끝

이 세상 속에서 반복되는 슬픔 이젠 안녕

수많은 알 수 없는 길 속에 희미한 빛을 난 쫓아가

언제까지라도 함께 하는 거야 다시 만난 우리의

이렇게 까만 밤 홀로 느끼는 그대의 부드러운 숨결이

이 순간 따스하게 감겨 오는 모든 나의 떨림 전할래

사랑해 널 이 느낌 이대로 그려왔던 헤매임의 끝

이 세상 속에서 반복되는 슬픔 이젠 안녕

널 생각만 해도 난 강해져 울지 않게 나를 도와줘

이 순간의 느낌 함께 하는 거야 다시 만난 우리의”

- '소녀시대’ <다시 만난 세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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