희생 의사자 잊은 인천... 금양호 위령탑 수년째 방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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희생 의사자 잊은 인천... 금양호 위령탑 수년째 방치
  • 윤종환 기자
  • 승인 2021.09.28 18: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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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96호 금양호 위령탑 방치 최재형 감사원장 방문으로 회자
관리 소홀로 잡초·쓰레기만 가득... 관련 기관은 책임 회피 급급
제98호 금양호 위령탑 부근이 제대로 관리되지 못해 잡초가 무성하다. ©이진희

천안함 희생자 수색활동 중 숨진 의사자들의 넋을 기리기 위해 제막된 위령탑이 수년째 인천 관리 기관들의 무관심 속에 방치되고 있다.

지난 27일 국민의힘 대권 주자인 최재형 전 감사원장이 인천 중구를 찾았다. 그의 발걸음이 닿은 곳은 연안부두 소재 역무선부두(항동7가 82-7번지 일원)였다.

인적이 거의 없는 이 부두 끝자락엔 이름도 생소한 ‘제98호 금양호 위령탑’이 서 있다.

이 위령탑은 지난 2010년 천안함 피격 사건이 발생했을 때 희생자들을 찾으려 수색활동에 나섰다가 캄보디아 상선과의 충돌로 수장된 민간 선원(98호 금양호)들의 넋을 위로하기 위해 세워졌다.

최 전 감사원장의 방문으로 수년만에 다시 회자된 금양호 위령탑의 관리 상태는 좋지 못했다. 주변엔 잡초가 무성했고, 군데군데 쓰레기나 담배꽁초 등이 버려져 있었다는 것이 현장 참석자들의 증언이다.

 

헌화하는 최재형 전 감사원장
헌화하는 최재형 전 감사원장

이같은 사실이 알려지며 인천 누리꾼들 사이에선 ‘부끄럽다’는 반응이 이어지고 있다.

특히 인천과는 별다른 접점이 없었던 최 전 감사원장도 알고 있던 위령탑을 관내 행정기관은 존재 여부조차 모르고 있던 것으로 파악돼 부끄러움이 배가되고 있다.

현재 이 위령탑는 관리 주체를 특정할 수 없는 상태다. 위령비가 처음 제막될 땐 청소비용 등을 중구청이 납부하고, 점검·관리는 대형기선저인망수협(이하 수협)이 맡기로 한 것으로 알려졌지만 지금은 말이 다르다.

인천시와 중구는 해당 위령탑의 존재 자체를 파악하지 못하고 있었다. 시는 현충시설이 아니기 때문에 시 관리 대상이 아니라 했고, 중구 역시 소관이 아니라고 부인했다.

수협은 해당 위령탑이 관할 구역 내에 있긴 하지만 명확한 관리 주체는 아니라는 입장이다.

수협 관계자는 “전임 관리자도 해당 시설에 방문했다든지 했던 일은 한 차례도 없었다”라며 “아직 잘 모르겠지만 확인 후 저희 소관이 맞다면 관리에 나서겠다”고 했다.

금양호 위령탑은 최소 수년 가까이 방치돼 왔던 것으로 보인다. 전날 최 전 감사원장이 헌화를 하며 말했던 “국가를 위해 희생한 모든 분을 절대 잊지 말고, 국가가 끝까지 책임져야 한다”는 말과 달리 유가족들의 상처는 아물지 못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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