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38년 서울서 인천 냉면을 시켜다 먹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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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38년 서울서 인천 냉면을 시켜다 먹었다?
  • 김석배
  • 승인 2011.06.25 15:26
  • 댓글 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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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석배의 인천이야기]

- 1938년 서울서 인천 냉면을 시켜다 먹은 이야기(실화입니다)

이 이야기는 필자가 14살 때인 1938년 실제 눈으로 보고 확인한 이야기입니다. 어느 분이 조선일보에 자전거로 냉면을 배달했다는 기사를 올린 걸 보았습니다만, 필자는 실제로 본 경험과 냉면집에서 들은 이야기를 쓰도록 하겠습니다.

나는 방학 때면 을지로 입구 서울 삼촌댁에 가서 1주일을 사촌들과 함께 지내곤 했습니다. 서울 롯데백화점 자리가 당시 삼촌 땅이었으며, 여러 채 건물과 창고를 갖고 있었고 일본인에게도 세를 주고 있었습니다.

하루는 서울 유지인 화신백화점 박흥식 사장과 당시 법원 판사이며 후일 국회부의장을 지낸 장경근씨, 그외 성명 미상의 한 분 등 모두 4명이 모여 마작을 두고 있었습니다. 그러다 삼촌이 인천에서 냉면을 시켜다 대접을 받은 이야기를 하게 되었는데, 나중에 밤참은 인천 냉면을 배달시켜 먹자고 제안을 하여 합의를 보았습니다. 그래서 인천 '경인관'이라는 곳에 전화를 걸어 냉면 15그릇을 배달시켜 삼촌 친구들과 삼촌네 식구와 나도 같이 먹었던 기억이 생생합니다.

냉면 배달 경로는 이랬습니다. 서울서 냉면 배달 주문 전화가 걸려오면 냉면집 주인은 손님들이 잘 들리도록 큰 목소리로 "서울 가는 냉면 15그릇을 빨리 만들어라"라고 고함을 지릅니다. 그리고 한참 있다가 아까 미처 못 들었던 새 손님이 들으라고 "서울 가는 냉면 아직이냐" 하고 독촉을 합니다. 우리집 냉면이 서울에서도 주문 온다는 걸 자랑하는 것이지요.

냉면 국수는 서울까지 가는 동안 퍼질까바 약간 덜 삶는다고 합니다. 다 된 냉면은 육수를 따로 주전자에 담고 목판에 얹어 택시로 동인천역까지 가서 기차에 싣고 갑니다. 그리고 서울역에서 택시를 잡아타고 을지로 입구 까지 와서 배달은 완료됩니다. 배달부는 손님들이 다 먹을 때까지 기다렸다가 빈 그릇을 챙겨 인천으로 돌아갑니다.

당시 서울에는 냉면집이 종로3가 극장 단성사 앞과 청진동에 두 곳 있었는데, 인천 냉면에 맛들인 어린 내 입에도 영 아니었습니다.

여기에 소요되는 냉면값은 얼마를 지불하였나 기억해 보면,

1. 냉면 한 그릇에 15전 x 15그릇 = 2원25전

2. 동인천역서 서울까지 기차요금 58전, 왕복 1원16전

3. 택시값이 인천에서는 50전 서울에서는 1원하였으니 왕복 3원

4. 배달한 사람의 팁 1원

5. 총합계 - 7원41전

7원41전을 15그릇으로 나누면 한 그릇에 15전짜리가 49전5리나 쳤으니 50전이 되는 셈입니다. 그래도 인천까지 가지 않고 앉아서 배달시켜 먹었으니 맛있게 잘 자셨다고 하셨습니다.

당시 냉면은 요즘 냉면과 달리 냉면 사리 위에 얼음과 육편을 푸짐하게 얹어놓고 계란 반숙 반쪽을 올려놓았습니다. 사진은 당시 냉면의 모양새를 표현하여 촬영한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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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혜순 2011-08-08 11:12:23
귀한 실화를 생생하게 들으며 그때를 상상해 봅니다. 김석배선생님! 건강하세요! 님은 인천 역사의 산증인이자 보물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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