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 박정운 / 황해물범시민사업단장
백령도의 8~10월은 다시마 시기이다. 이맘때, 썰물이 시작될 무렵의 하늬바닷가엔 아주 신선하고 좋은 다시마 향기가 난다. 특히, 큰 파도가 일어난 다음 날엔 파도에 밀려 온 다시마가 바닷가에 널려 있다. 사리 물때에 맞춰 다시마 조합의 어민들은 바다에 들어가 다시마를 매고(채취하고), 인근 마을의 주민들은 파도에 떠밀려 온 싱싱한 다시마를 골라 줍는다.
다시마와 같이 바다에서 나는 조류를 통틀어 해조류 또는 바닷말이라고 부른다. 빛깔에 따라 녹조류, 갈조류, 홍조류로 나누는데, 보통 우리가 알고 있는 홍조류에는 김, 우뭇가사리 등이 있고, 갈조류에는 미역, 다시마, 모자반 등이 있으며, 녹조류에는 청각이나 파래, 섯갓말 등이 있다.
풍부한 다시마 이외에 백령도 연안에는 어떤 해조류가 더 서식하고 있을까?
백령도 연안의 해조류에 대한 자료를 찾아보니 1973년에 나온 ‘하계 백령도 해조목록(이인규)’이 첫 조사 자료였다. 그리고, ‘대청군도의 해조상(1987, 이인규 외)’, ‘전국자연환경조사 보고서(2000, 환경부)’, ‘해양생태계 기본조사-37˚아산만~38˚최북단(2006, 해양수산부)’, ‘백령도 해조군집의 종조성과 생물량(2007, 백재민 외)’ 등의 자료를 찾을 수 있었다.
1973년(이인규) 조사에서는 백령도의 연화리, 중화동, 사항포, 땅개 지점에서 총 75종을 관찰하였고, 1987년 두무진 조사에서 총 59종, 2000년 물범바위와 형제바위 조사에서 총 26종, 2006년•2007년 두무진 조사에서 총 43종의 해조류를 확인하였다. 1973년•1987년과 2006년•2007년 조사 내용을 비교해 볼 때 백령도 지역의 해조류 종수가 크게 감소한 것을 알 수 있다.
한편 두무진에서 확인한 해조류(2006년)는 녹조류 6종, 갈조류 6종, 홍조류 29종과 해산종자식물(바다에서 자라는 종자식물) 2종이었다. 계절별로는 겨울에 26종, 봄에 34종, 여름에 18종 그리고 가을에 18종이 각각 나타나, 봄에 많은 반면에 여름과 가을에 적었다. 조간대 상부에는 김(겨울•봄), 불등풀가사리(겨울•봄•가을), 애기가시덤불(여름), 애기우뭇가사리(가을), 중부에는 새빨간검둥이와 납작파래가 년 중 분포하며, 하부에는 다시마가 년중 분포하고, 구멍갈파래(겨울•여름•가을), 미끌풀(봄)이 분포했다.
2006년 보고서에 따르면, 1987년 조사 이후 두무진 연안의 해조류의 군집구조에 변화가 나타난 것으로 보고 있다. 과거에 백령도 연안에서 보이지지 않았던 대형 갈조류인 다시마가 조간대 하부에서 조하대까지 서식하면서, 조간대 중부에서 서식하던 바위수염, 참국수나물 및 뜸부기가 쇠퇴하고 새빨간검둥이와 납작파래가 나타났으며, 하부에서 많이 서식하던 지충이와 참보라색우무는 다시마와 미끌풀로 대체되는 등 식생 구조에도 변화가 있었다.
백령도 연안은 온대 및 한류성 해조류인 미역•다시마 등 갈조류의 비율이 상대적으로 높지만, 최근 기후변화의 영향으로 우리나라 해역이 갈조류 위주의 온대 및 한류성 해조상에서 홍조류(김, 우뭇가사리 등) 위주의 혼합성(열대+온대) 해조상으로 변하고 있다.
이처럼 기후변화에 대한 해양생태계의 변화는 계속 나타날 것이다. 해양생태계의 일차생산자로서 다양한 해양생물의 먹이로 이용되며, 어류와 무척추동물 등의 산란처 및 서식지 역할을 하고 있고, 우리에겐 대표적인 알칼리 식품으로 건강한 식재료를 제공하고 있는 해조류와 해조식물에 대한 관심이 이곳 백령도에서도 필요할 때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