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속 인천에서 '인천의 영화'를 찾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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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속 인천에서 '인천의 영화'를 찾다
  • 장한섬
  • 승인 2021.10.22 10:18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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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천, 영화로 읽다]
(1) 들어가는 말 ; 인천 없는 인천영화제 - 장한섬 /| 홍예門문화연구소 대표
인천의 문화 이슈 중 영화가 요즘 화두입니다. 폐관 위기의 애관, 미림극장 살리기 시민운동에 이어 애관의 다큐멘터리 영화 '보는 것을 사랑한다'가 28일 개봉을 앞두고 있습니다. 마침 인천영상위원회는 10월 23~29일을 ‘인천영화주간 2021’로 정하고 9편의 영화를 상영합니다. 이에 ‘인천영화’를 연구해온 장한섬 홍예문연구소 소장의 ‘인천, 영화로 읽다’를 10회에 걸쳐 연재합니다.   

 

애관극장 앞 인천영화주간2021 포스터
애관극장 앞 인천영화주간2021 포스터

 

‘인천영화주간 2021’이 10월 23일부터 29일까지 애관극장을 중심으로 인천에서 열린다. 상영작은 [고양이를 부탁해], [그대를 사랑합니다], [담보], [무뢰한], [슈퍼스타 감사용], [차이나타운], [천하장사 마돈나], [파이란] 등이다. 행사를 주관하는 인천영상위원회는 공식홈페이지(ifwk.co.kr/contents/about.php)를 통해서 “우린 영화에서 인천의 공동체가 폭력적 관계와 연결되는 모습을 수도 없이 목격해왔습니다. 그러나 돌이켜보면 인천을 그려내는 긍정적이거나 혹은 부정적인 여러 모습을 통해 우리는 공동체의 가능성의 조건을 되묻게 되었던 게 아닐까요?”라고 의미심장한 질문을 던진다.

그 때문인지 상영작들은 인천영화라기보다 인천을 배경으로 한 영화들로 결말은 죽거나 떠나는 영화가 대부분이고, 인천의 주체성은 보이지 않으며, 인천을 대상화한다(소설 『광장』과 『난쏘공』의 관성이 작동한다). 문제는 영화 밖에서도 영화와 같은 일이 일어난다는 것이다.

인천의 영화제(인천인권영화제, 인천여성영화제, 인천환경영화제 등)는 많지만, 인천 지역극장(애관극장, 미림극장)은 폐관 위기이고, 지자체와 정치인은 문화도시 만들기를 전면에 내세우며 문화로 치장된 건물과 거리 만들기에 바쁘다.

더 아이러니한 일은 ‘인천영화주간2021’이 끝난 후 10월 30일 ‘영화공간 주안’에서 인천에서 성장하고 인천에서 영화를 만든 백승기 감독의 특별기획전이 열리는데, 인천에서 주목받지 못한 백승기 감독의 영화들이 서울과 부천 등 외지에서 조명 받은 후 인천으로 역수입되는 현실이다.

인천 대표 축제 인천락페스트벌이 수입품에 의존하다 락(Rock)은 사라지고 열린음악회(會)만 남았듯이, 대량생산-대량소비의 산업구조에서 수십 개의 극장이 있던 인천은 소비의 마지막 유통 판매점으로 작동하며 지금까지 버티다 한계에 부딪혔다(산업과 시장뿐만 아니라 교육과 생활까지 한계에 부딪혔지만 여전히 하청과 토건, 부동산과 입시가 생존전략이고 생활 이슈이다).

넷플릭스 영화 [오징어 게임]으로 세상이 떠들썩하다. 생산-유통-소비의 구조에서 하청 생산한 공산품은 납품하고 외국과 서울의 문화상품을 수입하여 소비만한 인천이 문화생산의 주체와 창조산업을 선도하는 도시가 될 수 있을까?

인천시민이 지키고 살려야 할 것은 폐관 위기의 극장뿐만 아니라 극장에서 관람한 영화(이야기)로 자기 삶의 서사를 풍부하게 만든 경험이다. 1980년대까지 공영방송 외에는 이렇다 할 매체가 없었기에 대중은 영화관에 몰렸지만, 지금은 1인 1미디어 시대로 개인이 소비와 함께 생산의 주체가 되는 시대이다. 도시 역시 자기만의 문화와 매력을 생산하고 발산하지 않으면 소비와 쓰레기에 파묻히고 만다(인천은 2016년 영화 [인천상륙작전]으로 인천의 영화관이 아닌 인천이라는 도시를 반공주의의 생산기지로 재연한다).

‘인천, 영화로 읽다’는 인천을 배경으로 한 영화를 분석함으로써 인천이라는 도시가 어떻게 타자의 시선과 언어로 정의되었고, 정체성을 형성했는지를 비판하고 성찰한다. 타자의 시선과 언어가 무조건 부정적인 것은 아니지만 그렇다고 무조건 긍정적인 것도 아니다. 이를 어떻게 해석하고 수용하느냐가 중요하다. 그리고 이를 차용 혹은 흡수해서 어떻게 창조하느냐도 중요하다(백승기 영화 [오늘도 풍요로운]은 이와 관련하여 좋은 사례다).

 

인천영화주간2021-메인 포스터-인천영상위원회 제공
인천영화주간2021-메인 포스터-인천영상위원회 제공

 

북경반점(1999)

파이란(2001)

고양이를 부탁해(2001)

슈퍼스타 감사용(2004)

천하장사 마돈나(2006)

차이나타운(2015)

인천상륙작전(2016)

오늘도 평화로운(2019)

 

위 영화들은 1997년 금융위기가 본격적으로 작동하는 시기부터 코로나19 펜데믹이 일어나기 전 상영한 영화들로 대한민국 산업화 질서가 붕괴되고 인류 생명이 위협받기 전까지, 탈산업화와 선진화 사이에서 우리가 어떻게 반응했고 어떠한 가치관과 세계관으로 변화에 도전하고 응전했는지를 보여준다. 개괄적으로 말하면 아래와 같다.

 

실미도, 대한민국 축소판

한국영화사 최초의 천만관객 영화는 인천배경의 [실미도](2003)다.

영화의 시작은 주인공이 공권력에 쫓기다 체포되는 장면으로, 주인공이 체포되는 장소는 인천을 상징하는 홍예문이다. 문(門)이라는 상징성은 경계이면서 이쪽과 저쪽을 소통시킨다. 그런데 주인공은 홍예문에서 고립되어 체포된다. 그리고 사형을 선고 받고 섬으로 끌려간다.

그 섬이 인천 실미도(實尾島)다. 그러나 인천이라는 지역성은 없다. 그저 익명의 공간이자 권력의 통제구역이다. 영화 속 인물들은 군번과 계급만 있다. 죄수에서 군인이 된 인물들은 북파공작원으로 평양행이 좌절되자 자신들의 정체성을 인정받고자 서울로 향한다. 하지만 남파간첩으로 오해받는다. 그들은 간첩이 아닌 대한민국 684부대라고 부르짖고, 마지막에 자기 피로 자기 이름을 적는다. 그러나 자폭하면서 자신들이 써 놓은 이름은 모두 지워지고, 중앙권력과 중앙언론에 의해 간첩으로 매도된다. 냉소적으로 해석하면 서울공화국 대한민국에서 계급 없는 지방천민으로 산다는 것이 무엇인지 보여준다.

영화 [실미도]는 중앙집권과 국가안보 그리고 남북대결이라는 냉전논리와 패권주의로 서울과 평양이라는 구도 하에 인천이라는 지방은 처음부터 소거되었기에 분석 작품으로 선정하지 않았다. 하지만 역설적으로 많은 것을 대변한다.

 

가부장제의 고착과 소녀들의 탈주

영화 [북경반점]은 아버지를 중심으로 외부 변화(가부장제의 해체와 신자유주의)를 이겨내는 가부장의 판타지를 그린다. 하지만 도도한 시대적 물결을 제대로 읽지 못하고 퇴행적인 세계관을 그려 관객에게 외면당한다. 반면, 영화 [고양이를 부탁해]는 한국영화사의 기념비적인 사건으로 기록된 영화이다. 흥행저조로 상영관에서 퇴출당하자 인천시민과 언론의 도움으로 재상영한다. 아버지 없는 딸들의 성장드라마가 시대변화에 호응한 것이다. 그러나 영화 속 주인공들은 인천여상을 갓 졸업한 스물 살로, 여성과 (대학을 진학하지 못한) 소녀의 경계에서 고민하고 방황한다. 문제는 소녀에서 여인으로 성장을 할 수 있는 공간이 없기에 그녀들은 인천을 떠난다. 인천에 남는 인물은 고양이를 맡는 비류와 온조라는 인천의 비전 없는 역사성과 동일시되는 쌍둥이 자매뿐이다(비류와 온조를 맡은 배우들의 이름은 영화 포스터에 보이지 않는다).

 

아버지 없는 아들들의 생존전략

영화 [파이란]과 [천하장사 마돈나]는 20세기 폭력의 잔영과 변주를 보여준다.

[파이란]의 경우 아버지 없는 아들들이 집단의 권위와 폭력으로 위계와 질서를 창출하는 어두운 세계를 보여주고, 그 상징적 공간으로 인천이 등장한다. 이를 더 대조적으로 보여주고자 순수와 정화의 상징으로 세탁소 직원(중국 여성 파이란)과 동해안 강릉의 푸른 바다를 대비시킨다.

영화 [천하장사 마돈나]는 유일하게 부자갈등을 보여주지만, 아들은 아버지를 넘어서는 남자로 성장하는 것이 아니라 자본과 기술에 의해 여성으로 전환된다. 더 큰 문제는 여성의 행복한 삶이 아닌 여성이라는 상품(마돈나 짝퉁)으로 클럽무대에 올라 (자기 노래가 아닌) 마돈나 노래를 부른다.

 

반공주의, 증오와 혐오의 정치

영화 [인천상륙작전]은 시장의 자본과 민간의 창의력이 융합하여 만들어낸 생산물이 아닌 정부와 권력이 제작한 선전물이라는 심각성이 있다. 협력과 소통으로 공공성과 다양성을 증대해야 할 시대에 증오와 혐오를 낳는 반공주의를 재연했다. 이는 새로운 시대의 비전과 가치관 형성까지 가로막는다.

실제로 영화가 영화로 끝난 것이 아니라 영화 [인천상륙작전]을 위해서 맥아더 동상이 있는 인천자유공원에서 홍보행사와 함께 ‘맥아더 길’이 조성된다. 촛불탄핵으로 정권이 바뀌자 인천 중구에는 맥아더 길(반공주의)은 조용히 사라지고 백범 김구 역사거리(민족주의)가 화려하게 조성되며, 인천을 공공과 비전 대신 반공과 반동만이 작동하는 도시로 각인시킨다.

 

장소의 재발견과 이질성의 융합

백승기 영화 [인천스텔라]는 [인터스텔라]를 떠올리고, 영화의 외관 또한 차용한다. 그러나 패러디도 아니고 오마주도 아닌 영화로 제작되었는데, 가장 큰 영향은 장소성이다. 백승기 감독은 영화 대부분을 인천에서 촬영한다.

백승기 영화 [오늘도 평화로운]은 제목에서 장소의 언급은 없지만 영화 배경은 인천이다. 일상의 공간으로, 그곳에서 생활하거나 방문한 사람이면 알 수 있는 곳이다. 그럼에도 백승기 감독은 익숙한 장소를 낯선 외국으로 연출하고, 등장인물도 콩글리쉬적인 중국어를 구사한다. 관객은 뻔한 거짓말인줄 알면서도 너무나 익숙한 장소와 인물(대부분 지인과 동네사람)을 새롭게 재발견하면서 일상에서 어떻게 재미를 창조하는지 목격한다. 그로인해 인천시민은 소비자가 아닌 생산자와 생산자의 조력자로 영화 속에서 새로운 관계를 발견하고 지역의 영화문화를 함께 만들어 간다. 이것이 자본과 기술이 만들어 낼 수 없는 가장 큰 위대함이다.

 

자치와 분권을 위한 인천문화 읽기

인천만큼 지역정체성이 무엇이냐는 질문이 난무하는 곳도 없다. 정작 인천의 정체성(명품도시, 경제수도, 인천주권시대)을 창조하겠다고 소리치는 사람은 외지에서 온 인천시장(후보)들 뿐으로, 관성 아니면 비약뿐이다. 이제는 어떤 정체성을 창조하느냐의 질문이 시민에게 필요한 때이다. 역사의 궤적(인천의 지명 변천사는 길고, 인천 스스로 정명[正名]을 결정한 적은 없다)은 기억해야 하지만, 앞으로의 궤적은 스스로 설계할 때이다. 그런 의미에서 지역극장이라는 건물 중심에서 지역의 미디어문화로의 확장이 필요하다. 그러기 위해서는 지방분권은 좋은 것이고 중앙집권은 나쁜 것이라는 적대적 관점을 경계해야 하고, 지방자치를 성장주의와 개발주의로 왜곡하는 것도 비판해야 한다. 그러기 위해서는 무엇보다 지역의 시각과 언어가 필요하다.

‘인천, 영화로 읽다’는 영화비평과 문화이론보다 영화에 투영된 인천의 모습을 분석하여 지역의 시각과 언어를 풍부하게 하는 것이 목적이다. 무엇보다 권위주의적인 가부장제, 냉전논리의 반공주의, 공동체를 분열시키는 신자유주의를 직시하고, 문화도시는 문화로 치장한 건물보다 성찰과 주체성이 우선해야 한다는 메시지를 전한다. 기고 순서는 아래와 같다.

 

들어가는 말 : 인천 없는 인천영화제

② 북경반점 : 가부장을 위한 디즈니랜드

③ 파이란 : 인천바다의 탁함과 동해바다의 색조

④ 고양이를 부탁해 : 인천여상 소녀들의 표류기

⑤ 슈퍼스타 감사용 : 함께 시작할 줄 아는 용기

⑥ 천하장사 마돈나 : 프로씨름단 해체기와 노동자 아버지의 소멸

⑦ 차이나타운 : 신자유주의 속 가족의 재편

⑧ 인천상륙작전 : 반공주의의 (재)생산기지 인천

⑨ 오늘도 평화로운 : 장소의 재발견과 일상의 재미

⑩ 맺음말 : 인천, 영화롭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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