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학에 관심 가진 윤동규... 서찰·유집초 번역되면 선명히 드러날 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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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학에 관심 가진 윤동규... 서찰·유집초 번역되면 선명히 드러날 것”
  • 김민지 인턴기자
  • 승인 2021.10.26 14:53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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실학박물관, 남동문화원 '소남 윤동규의 학문과 사상’ 학술회의 개최
"소남 현양 사업 단계적으로 추진해야”

 

인천의 잊혀진 실학자 소남 윤동규 선생의 업적을 조망하고 현양하기 위한 학술회의가 열렸다.

인천시 남동문화원과 실학박물관은 ‘인천의 잊혀진 실학자 소남 윤동규의 학문과 사상’ 학술회의를 25일 오후 1시 30분 실학박물관(남양주시 조안면 다산로747번길 16) 열수홀에서 공동주최했다.

학술회의는 개회, 기조발제, 주제발표, 토론 순으로 진행됐다.

기조발제는 김시업 성균관대 명예교수가 맡았으며 주제발표는 허경진 연세대 명예교수·박혜민 신경대 강사, 송성섭 남동문화원 향토사료연구소 소장, 전성건 안동대 동양철학과 교수, 강진갑 역사문화콘텐츠 연구원 원장 등 5명이 진행했다.

김시업 명예교수는 기조발제에서 ‘윤동규의 유고 현황과 그 위상’을 주제로 발표했다. ‘소남유고’와 ‘소남선생유집초’를 분석했다. 문집 3종 체제(편차)와 필사 서지사항을 집중적으로 비교했다.

김 명예교수는 “‘유집초’와 ‘유고’는 같은 판형을 지향한다. 첫 장이 거의 같다”며 “큰제목, 중간제목, 작은제목이 한 자씩 낮아지는 배치고 판면이 12행 × 24자로 동일한 배열이다. 또한, 정서할 것을 염두에 둔 메모가 있다”고 분석했다.

주제발표는 4가지 주제로 진행됐다.

허경진 명예교수와 박혜민 강사는 ‘곤여도설의 동아시아 유통과 영향’을 주제로 발표했다. 곤여도설은 17세기 예수회의 수사 페르비스트가 북경에서 간행한 세계 지리서다. 윤동규 선생이 필사해 연구했었다.

박 강사는 “성호학파는 서학에도 관심을 가졌다는 점이 노론 학자들과 가장 큰 차이점”이라며 “성호가 긍정적으로 천주교를 비롯한 서양 서적에 관심을 가지자 제자들도 관심을 가졌고 소남도 천주교를 비교적 긍정적으로 받아들였다”고 말했다.

또한 “소남이 ‘직방외기’를 보고 성호에게 밀물에 관해 질문하자 성호는 그보다 진전된 ‘곤여도설’의 내용을 들어 설명했다”고 덧붙였다.

그는 소남이 성호와 주고받은 간찰과 '소남선생유집초'가 다 번역되면 '곤여도설'을 비롯한 그의 서학관(西學觀)이 선명하게 드러날 것이라고 강조했다.

 

 

송성섭 소장은 ‘소남 윤동규의 음악 논설에 관한 연구’를 주제로 발표했다. 윤동규 선생이 음악에 관해 논설한 것이 있다. ‘종합변의’, ‘종률변’, ‘선궁구병동이변’ 총 3편이다.

송 소장은 “소남의 음악논설에 따르면 합악을 할 때, 12율이 모두 각각 오성으로 꾸미게 되면 60성이 되고, 이 60성이 음양으로 각각 30이 되어 소리가 조화롭게 된다”며 “분악이란 음악을 나누어, 천신과 지기, 사망과 산천, 그리고 선비 및 선조에게 제사하는 것을 뜻하는데 노래와 연주에 두 가지 율을 사용하면, 합해 10성이 되어 음양이 조화롭게 된다. 변악의 경우 궁·상·각·치·우의 오성을 사용하게 되면, 조화가 깨지므로, 상조를 사용하지 않고 궁우와 각치의 네 가지 조만 사용한다”고 설명했다.

이어 “윤동규 선생의 음악 논설은 관련된 서적을 충분히 접할 수 없는 상황에서 홀로 진행한 논설이라는 점을 눈여겨 봐야 한다”고 밝혔다.

전성건 교수는 ‘소남 윤동규의 학문과 사서학의 의미’를 주제로 발표했다. 소남에 대한 연구는 주로 ‘성호집’과 ‘순암집’에 근거해 이루어졌다. 특히 ‘순암집’은 연구의 집적적 인용 대상으로 사용됐다.

전 교수는 “소남 윤선생 유집초의 사서학 내용을 보면 회암 주희의 집주와 장구를 신뢰했으며 퇴계의 사상과 성호의 학문은 물론 성호학파 제우들의 학문적 성과를 활용했다”며 “퇴계와 소남의 연관성을 찾아 소남의 퇴계와 퇴계 학술에 대한 연구가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마지막으로 강진갑 원장은 ‘소남 사상의 문화컨텐츠 개발 방향’을 주제로 발표했다. 강 원장은 소남 윤동규 선생을 인천의 역사적 인물로 내세우기 위한 남동문화원의 계획을 분석해 어떻게 나아가야 하는지 설명했다.

강 원장은 “역사적 인물을 현양할 때 열정만 가지고 비체계적으로 사업을 추진하거나 시민의 호응을 받지 못해 유명무실해지는 경우가 많다”고 문제점을 지적했다.

이어 “인물 현양 사업은 단계적으로 추진해야 한다”며 “1단계 역사인물 발굴, 2단계 역사적 인물의 연구, 3단계 역사적 인물 스토리 구성과 문화콘텐츠 개발, 4단계 역사 인물 현양 사업을 시민과 함께 하는 순서로 진행되어야 한다”고 첨언했다.

마지막 종합토론에서는 안병걸 안동대 명예교수가 좌장을 맡았다. 원재연 인천대 인천학연구원, 윤석호 강진다산실학연구원 연구교수, 김민재 한국교원대 교수, 태지호 안동대 교수가 질의했고 이에 발표자들이 답하는 시간을 가졌다.

2차 학술회의는 12월 30일 인천시 남동구에 위치한 남동소래아트홀에서 열릴 예정이다.

소남 윤동규(1695~1773) 선생은 인천을 대표하는 조선 후기 실학자다. 성호 이익(李瀷)의 수제자로 성리학에 능통했으며 역법·천문·지리 등 실용학문의 수립을 주장했다.

또한, 인천시 소성현 도남촌(현 남동구 도림동)에서 대부분의 생을 보냈다. 본인의 호 소남도 소성과 도남촌을 합한 것이다. 윤동규 선생은 인천인이라는 것에 자부심을 가졌던 인물로 인천을 대표하는 학자로 적합하다는 평이 이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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