간선도로·주거지 많은 미추홀… 녹지 확보 노력해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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간선도로·주거지 많은 미추홀… 녹지 확보 노력해야
  • 김민지 인턴기자
  • 승인 2021.11.10 21:25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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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추홀 시민로드(하) - 문화가 있는 도시]
(4) 메마른 도시, 미추홀 - 장정구 / 인천 환경특별시 추진단장

인천in은 올 상반기 이어 11월2일부터 학산문화원이 진행하는 지역인문강좌 ‘미추홀 시민로드 – 문화가 있는 도시를 꿈꾸다’ 중 <미학>과 <생태자원>편을 각각 4회씩 8회에 걸쳐 요약해 싣습니다. ‘문화시민을 위한 미학’은 ‘천하의 잡것이 되어라’를 주제로 임지연 생명정치재단 상임이사가, ‘문화와 생태자원의 회복’은 ‘학익천맹꽁이의 회복’을 주제로 장정구 인천 환경특별시 추진단장이 진행합니다. 11월 매주 화요일과 수요일 오전 각각 강좌를 열고 오후에 인천in에 게재됩니다.

 

간선도로에 단절된 미추홀구

2020년 미추홀구를 찍은 위성사진을 보면 수봉공원, 석바위공원, 승학산, 문학산, 용현갯골수로를 제외한 지역은 회색빛이다. 회색으로 덮인 지역은 불투수층으로 빗물이 땅에 흡수될 수 없는 공간이다.

미추홀구에는 현재 인천대로가 된 우리나라 최초의 고속도로 제1경인고속도로가 한복판을 관통하고 있으며 문학산 자락을 지나는 제2경인고속도로와 인주대로, 미추홀대로, 경인로 등 주요도로가 있다. 또한, 경인철과 수인선, 인천지하철 1, 2호선이 지나는 교통의 요지다.

고속도로는 성장과 발전의 상징이자 환경피해와 분단의 상징이다. 분진과 소음, 매연이 생기며 단차와 방음벽으로 분단이 일어나기 때문이다. 주요도로나 고속도로는 4~8차선이다. 도로가 넓을수록 공동체가 멀어진다는 연구 결과가 있다. 사람들은 횡단보도를 통해 정해진 시간에 걸어가거나 육교를 통해 넘어간다. 고속도로나 단차 있는 도로라면 더욱 건너편으로 이동하기 쉽지 않아 단절될 수밖에 없는 상황에 놓인다.

 

2020년 미추홀 위성사진

 

방음벽, 주차장된 빈 공간에도 녹지확보 방안을

도시에는 소음 문제 때문에 방음벽이 설치된다. 답답한 방음벽 대신 나무를 심는다면 좋겠지만, 이는 쉽지 않은 결정이다. 일단 소음이 가장 큰 문제다. 어느 정도 나무가 소음을 흡수해주지만, 온전히 사라지지 않아 자동차의 속도를 줄여야 하기 때문이다. 방음벽을 설치해도 눈이 피로하지 않도록 넝쿨 식물 등을 심는 방법도 있다.

도시의 빈 곳은 자동차를 위한 공간이 되어버린다. 방음벽 안에는 고속도로가 형성되고 바깥에는 주차 공간이 된 모습을 쉽게 볼 수 있다. 생태 도시로 탈바꿈하기 위해서는 자동차에 대한 고민이 이루어져야 한다. 자동차에 대한 문제를 해결한다면 녹지 공간을 확보할 수 있다.

서울외곽선 방음벽은 투명하게 설계해 주민들의 조망권을 확보하고 고속도로 경관을 개선했다. 또한, 하부에 녹지를 확보해 투수층을 만들었다. 미추홀은 방음벽 옆에 주차를 못하게끔 방지하는 수준이지만, 한 걸음 나아가 서울외곽선 방음벽처럼 녹지를 확보한다면 미세먼지 저감과 투수층 생성, 경관 개선이 이루어질 것이다.

단차가 높은 곳은 아예 막는 것이 아닌 교각으로 해결할 수 있다. 교각 사이는 맹꽁이와 식물들이 자라나는 생태 공간이 될 수 있다.

 

 

주거지 높은 비중 차지, 점차 높은 건물이 들어서는데...

용도지역이란 토지의 이용과 건축물의 용도 등을 제한해 경제적, 효율적으로 이용하고 도시관리계획으로 결정하는 지역을 말한다. 국토계획법에 따라 도시지역, 관리지역, 농림지역, 자연환경보전지역 4종류로 나뉘며 이중 도시지역은 주거, 상업, 공업, 녹지로 구성된다.

미추홀을 용도지역으로 구분한 지도를 보면 주거지가 상당한 부분을 차지하고 있다. 문학산이 있는 남쪽이 녹지로 눈에 띈다. 미추홀은 과거 낮은 건물이 주를 이뤘지만, 점차 높은 건물이 들어서기 시작했다. 이는 부정적으로만 볼 수 없다. 저층 주택이 있을 때보다 넓은 사이 공간을 확보할 수 있어 생태적으로 긍정적일 수 있기 때문이다.

 

용도지역을 구분한 미추홀 지도

 

미추홀구의 소중한 녹지

남동구의 구목은 은행나무로 지난 5일 장수동의 800년 된 은행나무가 천연기념물로 승격됐다. 미추홀구를 상징하는 나무는 아쉽게도 없는 상태다.

메마른 도시 미추홀구는 수봉공원, 문학산, 승학산, 석바위공원, 주인공원, 수인선 바람길숲 등 도심 곳곳에 녹지가 조성되어 있다. 미추홀을 기후 위기로부터 지켜내는 공간들이다.

수봉공원은 미추홀구 중심부에 위치하며 현충탑, 수봉문화회관, 인천예총, 인천체험형통일교육공간, 자유평화의탑, 상륙기념비, 수봉도서관 등이 있다. 녹지의 역할도 충실하지만, 없어서는 안 되는 많은 의미가 담긴 공간이다. 수봉공원의 별마루를 구경하기 위해 많은 주민이 방문하고 있다. 다만 늦게까지 불을 밝히는 것이기 때문에 식물과 동물의 생육에 영향을 줄 수 있어 자정까지만 운영하는 방안을 제언한다.

승학산은 관교공원이라는 이름으로 결정된 지 오래다. 공원이 조성되려면 인천시가 토지를 매입해야 하는데 그동안 지자체가 돈 쓸 일이 많아 공원 조성이 미뤄졌다. 민간특례사업으로 공원 조성을 계획했으나 공원의 20~30% 부지에 아파트가 세워질 수 있어 주민들의 반대로 무산됐다. 공간의 보존과 개발은 그 공간을 이용하는 주민들의 의견으로 결정된다.

미추홀구의 가장 넓은 녹지인 문학산은 다양한 생물이 살아가는 생태 공간이다. 나무가 울창하며 레포츠공원 옆에는 단차를 이용한 습지가 조성되어 산개구리가 알 낳는 공간이 마련됐다. 문학산에서 나무가 쓰러지면 한쪽에 모아둔다. 쓰러진 나무는 곤충들이 살아가는 생태 공간으로 탈바꿈된다. 칡으로 뒤덮인 곳에는 학산서원 터가 자리를 잡고 있다. 잊힌 공간이 되기 전 되살려야 할 필요가 있다.

문학산과 승학산을 연결할 수 있는 라인이 필요하다. 고립된 공간이 아닌 연결된 공간이 된다면 전보다 더 많은 사람이 방문할 것이다.

 

칡으로 뒤덮인 학산서원 터

 

산책로, 우레탄 보다 빗물 스며드는 포장을

석바위공원은 조선 후기 지도에도 표시될 정도로 중요한 지점이었다. 그러나 주변이 개발되며 고립되어버렸다. 울창한 나무들이 있는 산책로는 우레탄으로 덮여있는데 이보다는 빗물이 스며들 수 있는 재질로 포장하는 게 필요하다.

올해 조성된 수인선 바람길숲은 과거 땅 위를 지나다닌 수인선 철길을 그대로 유지했다. 전국이 주목한 공원 조성 사례다. 아파트 사이 숲을 조성해 미세먼지 저감과 이산화탄소 흡수원으로 기대된다. 아직 조성된 지 얼마 안 돼 나무가 울창하지 않지만, 몇 년 후 경의선숲길 같은 명소로 변할 것이다.

철길을 따라 공원을 만든 건 미추홀구에서 처음 있는 일이 아니다. 이미 1973년에 폐선된 주인선 철길을 따라 주인공원을 조성했다. 군산처럼 철길을 그대로 두고 관광지로 활용하는 선택지도 있었지만 이미 관광자원이 충분한 인천은 녹지로 조성하는 방안을 선택했다.

 

수인선 바람길숲

 

가느다란 가로수 - 과도한 가지치기 지양해야

미추홀구는 가로수에 더욱 관심을 가져야 할 필요가 있다. 다른 지역의 가로수는 빽빽하게 자라 숲과 같지만, 미추홀의 가로수는 유독 가늘다. 전선에 걸리거나 상가 간판을 가린다는 이유로 잘라버리기 때문이다. 과도한 가지치기로 ‘닭발 가로수’라는 논란도 생겼다. 미추홀에서는 생태적 감수성과 건강성을 회복하기 위해 고민해야 한다.

아직 없는 미추홀구의 구목을 정하는 것을 제안해본다. 행정에서 나서서 정할 수도 있지만, 시민들이 참여해 함께 선정하는 과정이 이루어진다면 메마른 도시에서 숲으로 변모할 수 있을 것이다.

 

가느다란 가로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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