손님을 부르는 특색 있는 장사 노하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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손님을 부르는 특색 있는 장사 노하우
  • 전갑남 시민기자
  • 승인 2021.12.12 10:49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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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동구 운연동에는 추어탕의 원조 '금메달집'이 있다

'코로나19'가 기승을 넘어 공포입니다. 하루 확진자가 7,000명을 넘나들고 이제 10,000명까지 넘볼 거란 예상을 하네요. 내남없이 걱정이 많습니다.

인천대공원을 한 시간 남짓 산책하였습니다. 걷기에 좋은 날씨에다 낙엽이 나뒹구는 공원길에서 초겨울의 정취가 물씬 묻어납니다.

어느새 12. 이른 아침을 먹어서 그런지 배가 출출합니다.

마침 일행이 추어탕 이야기를 꺼냅니다.

"요맘땐 말이야, 얼큰한 국물이 있는 추어탕만 한 음식이 없지! 운동하고 먹으면 더 맛있을 거야. 여기서 조금만 더 걸으면 '추어마을'이 있어. 내 그곳으로 안내할게!"

 

인천 남동구 운연동에 있는 추어탕 맛집 골목을 안내하는 표지석입니다.

엄지척입니다. 우리는 인천대공원 동문으로 나와 연락골 '추어마을'로 향했습니다. 이곳 운연동은 추어탕으로 이름난 맛집들이 즐비합니다. 먹자골목을 안내하는 커다란 비석이 우릴 반깁니다.

"기왕이면 원조집이 낫겠지?"
"원조집은 사람이 붐벼 많이 기다려야 하잖아!"
"하긴 그래! 거리 두기도 좀 그렇고!"
"일단 가보자고!"
 
'추어마을'에서 추어탕의 원조 '금메달집'. 늘 손님이 붐비는 맛집으로 소문이 자자합니다.

 

맛집은 거기가 거기다 싶지만, 사람들은 기왕이면 원조집을 많이 찾습니다. 맛집 골목에서 원조집은 자기들만의 고집으로 오래 지켜온 맛을 내세우려는 뭔가가 있을 거란 기대 때문입니다.

폭발적으로 늘어나는 코로나의 영향인가? 추어마을에도 손님이 예전만 못한 것 같습니다. 원조집이라 하는 '금메달추어탕' 집에서도 쉽게 자리를 차지할 수 있었습니다. 이곳은 늘 손님들로 붐비는지라 줄을 서서 대기하는 경우가 허다했습니다.

 

출입자를 체크하려는 주인장의 배짱이 담긴 안내문.

주인장이 발열 체크를 하며 출입자를 꼼꼼히 살핍니다. 출입문에 매직으로 쓴 문구가 생뚱맞습니다.

'입장시 080 전화 확인. 싫으면 다른 곳을 이용해 주세요!'

귀찮다면 다른 집으로 가라? 무슨 배짱일까요. 그런데, 방역수칙을 철저히 지키고 있는 주인장 태도가 밉지가 않네요. 배짱으로 장사를 하는 것 같지만, 음식도 맛나고 손님을 대할 때는 아주 친절합니다.

정갈한 밑반찬 하나하나에도 정성이 들어갔습니다. 특히 된장으로 버무린 열무나물과 새콤한 맛의 미역무침에 손이 많이 갔습니다.

 

추어탕 전문음식점답게 메뉴도 단출합니다. 

메뉴판에 걸린 안내문을 보니 좀 기다려야 할 것 같습니다.

'저희 집은 주문이 들어오면 음식을 만들기 시작합니다. 미리 만들어 놓지 않기 때문에 조리에 다소 시간이 걸립니다. 양해 바랍니다.'

기다리는 동안 도토리묵 안주에 막걸리 생각이 났습니다. 그런데 웬걸! 병 막걸리가 나올 줄 알았는데, 엉뚱하게도 플라스틱 바가지에 담겨 나온 게 아닌가! 딱 석 잔이 나옵니다. 값도 1000원으로 착하네요. 바가지에서 따라 먹는 재미가 이색적입니다.

 

플라스틱 바가지에다 막걸리를 담아 내놓아 이색적입니다.

목이 칼칼하던 참에 시원한 막걸리가 기가 막히게 넘어갑니다. 막걸리 한 바가지로는 아쉽습니다. 다시 한 바가지! 셋이 먹으니 적당합니다.

솥에 전골식으로 끓인 추어탕. 민물매운탕과 비슷한 요리인데 맛이 참 좋았습니다.
깔끔한 맛이 있는 밑반찬입니다.
솥밭에 지은 밥. 고슬고슬 맛이 있습니다.

막걸리를 마시는 사이에 솥단지에 담긴 추어탕과 솥밥이 나왔습니다. 이곳 추어탕은 미꾸라지를 갈아서 육수에 고추장을 풀고 소면, 수제비를 끓여 먹는 전골 방식입니다. 채소는 시래기 대신 감자와 애호박, , 편마늘이 듬뿍 들었네요. 민물고기 매운탕이 연상되는 독특한 추어탕인데, 텁텁하지 않으면서 얼큰하고 시원합니다. 금방 지은 서리태콩 솥밥은 찰지고 윤기가 자르르 흐릅니다.

전골 국물이 줄어 육수를 부탁하자 얇게 뜬 수제비까지 리필이 푸짐합니다. 쫀득쫀득한 수제비 맛, 정말 일품입니다. 솥에 누룽지 숭늉까지 싹싹 비우니 배가 든든합니다.

추어탕에 들어간 수제비와 소면. 수제비가 쫀득쫀득했습니다.

추어탕은 호불호가 갈리는 음식이지만, 불포화지방산과 양질의 단백질이 풍부하여 기력회복에 좋다고 알려졌습니다. 특히, 뼈까지 통째로 갈아서 다량의 칼슘을 섭취하게 되어 뼈 건강에 좋고 골다공증 예방에 효능이 있습니다. 또한 '콘드로이틴'이라는 미꾸라지 점액질은 피부와 혈관, 내장에 생기를 주어 젊음을 유지시켜 준다는 이야기가 있습니다.

계산을 마치고 나오는데, 검정 봉지 하나씩을 들려줍니다.

"이게 풀빵인데 밖 대기석에서 드셔보세요. 눈깔사탕도 들었어요."

따끈따끈한 풀빵까지 후식으로 먹으면 과식할 것 같습니다. 알사탕까지 주는 주인장의 센스! '발열 체크가 싫으면 다른 데 이용하라!'라는 진심이 담긴 배짱이 나올만합니다. 맛과 친절로 승부하고, 이색적인 장사 노하우가 손님을 부르고도 남을 것 같습니다.

후식으로 서비스한 풀빵과 눈깔사탕입니다.

1인분에 10000원으로 모처럼 기분 좋은 식사를 했습니다. 추억의 시골 맛을 즐겼습니다.

그나저나 코로나 확산이 빨리 수그러들어 소상인들이 예전처럼 신나게 장사하고, 소중한 일상이 회복되었으면 참 좋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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