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평중고교의 가족 연날리기 대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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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평중고교의 가족 연날리기 대회
  • 연평도= 김정형 시민기자
  • 승인 2021.12.30 16:44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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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해를 마감하며 연 날리는 연평 가족들

29일 연평중고 운동장 에서 연날리기 대회가 열렸다.

방학이 얼마 남지 않은 학생들을 위하여 연평중고등학교 진로진학부에서 기획한 행사다. 행사 담당자인 정준교 선생님은 "작고 답답한 섬에서 성장을 하는 아이들을 위하여 전통 방식의 놀이를 알려주고 싶다"며 "자신의 꿈과 희망을 적어 하늘에 날리며 그들의 가슴 속에 응어리를 풀어주고 싶다"고 말했다.

 

 

대회는 연 만들기부터 시작되었다. 가오리연과 방패연으로 학급에서 나누어 만들기를 실시했다. 가오리연은 만들기가 비교적 간단하고 쉬운 편이다. 연의 한 가운데 대나무 살을 붙인다. 다음 중간을 가로 지르는 살을 활처럼 휘게 하여 고정을 시켜 준다. 이후 꼬리를 붙여준 후 연실을 연결하면 날릴 수 있다.

그러나 방패연은 만만치 않다. 댓살도 크기가 다른 것이 5개나 되고 각각 풀을 발라 정확하게 대주어야 한다. 그 위에 종이에 또 풀을 발라 덧대기로 마감 해야 한다. 그후 실을 바늘에 꿰어 구멍을 뚫고 댓가지를 몇 번 돌려 연 끝이 휘어지게 연결 해야 한다. 그렇게 연결한 연실을 또 중간에 구멍을 뚫어 전체 무게에 3분의 1 부분에 연결하여 중심을 잡는다. 양 끝에는 꼬리를 동일하게 달아 중심을 잃지 않게 해야 한다.

 

 

이렇게 만들어진 연을 가지고 운동장에 나갔다. 교실에서 바느질하듯이 정밀하게 만든 연을 들고 나가니 춥긴 하지만 모두가 상쾌한 기분이다. 이제 잘 날리기만 하면 된다. 하지만 사실 날리는 것도 처음 해보는 아이들이다. 선생님의 시범으로 두 아이가 한 조가 되어 잡아주고 날린다. 그런데 이번엔 하늘에 바람이 없다. 섬에서 모처럼 나가려고 할 때는 바람이 많아 배가 뜨질 못했는데, 오늘은 모처럼 연을 날리려 하니 바람이 없어 연을 날리기가 쉽지 않다. 머피의 법칙이 작용하고 있다.

 

 

연을 만들며 연에 쓴 사연도 여러 가지이다. 한 해의 소망을 담아 연에 그려 넣은 학생도 있고, 하지 못한 일에 대한 아쉬움을 적은 글도 있다.

김현숙 보건 선생님은 코로나 형상을 한 연을 만들어 왔다. 코로나를 멀리 띄워 소멸시키고 싶단다. 보건선생님 다운 발상이다. 결국 코로나연은 멀리 올라갔다가 떨어지며 살이 부러지고 말았다. 코로나를 망가뜨리는 일에 성공한 것이다.

 

연에 그려진 그림이 코로나 바이러스 균
연에 그려진 그림이 코로나 바이러스 균

 

그래도 청춘은 좋다. 오르지 않는 연을 올리려 아이들이 뛰기 시작한다. 잘하는 아이들은 하늘 높이 연을 날리고 있다. 벌써 2년째 함께하는 코로나 세상에서 살고 있는 아이들은 얼마나 답답했을까?

연평도는 코로나 환자가 없는 편이다. 그러던 중, 청정섬 연평도를 벗어나 잠시 인천 바람을 쐬고 온 아이가 있었다. 불행히도 그 아이는 코로나에 감염되어 모든 섬 사람들이 긴장하였다. 그 후 코로나는 물러 갔지만, 연평도의 모든 이들이 서로 더 조심하는 생활을 하다 보니 유배 생활하는 사람들처럼 갇혀있는 마음으로 지낸다.

지난해의 답답함을 연실에 띄워 보내고 새해에는 좋은 일로 함박웃음을 짓는 해가 되었으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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