핵발전은 기후위기 대안이 아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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핵발전은 기후위기 대안이 아니다
  • 박병상
  • 승인 2022.01.12 07: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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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태칼럼] 박병상 / 인천도시생태·환경연구소장

대선 정국에 한 후보가 들고나오는 위험한 약속을 들을 때마다 가슴이 사뭇 답답해진다. 핵발전 약속이다. 그런 약속을 한 후보와 생각을 공유하는 유권자가 화력발전소 전력이 넘치는 인천에 혹 있을지 모르니, 다소 지겹더라도, 굴업도 핵폐기장 반대운동이 뜨거웠을 때 제기하던 문제를 다시 꺼내고자 한다. 일본이 후쿠시마 핵발전소 오염수를 방류하겠다고 으름장을 놓는 즈음, 인천으로 다가올 핵발전의 위험이 조금도 줄지 않았다. 또한 굴업도 핵폐기장 반대 운동의 소용돌이를 헤아릴 기회가 없던 시민도 있으니, 반복할 의미가 있겠다.

핵발전소로 전기를 생산하면 온실가스가 발생하지 않을까? 그렇게 믿는 사람이 많은데, 깊이 생각해보자. 그리고 한 가지를 더 생각해보자. 사람들은 무심코 원자력이라고 말하지만, 원자력이 아니라 핵이다. 원자 에너지로 전기를 생산하지 못한다. 특정한 금속, 주로 ‘우라늄을 사용하는데, 우라늄의 원자가 아니라 핵이 재료가 된다. 광산에서 조심스레 채굴한 뒤 엄격한 조건에서 추출한 우라늄 원소의 핵을 안전한 환경에서 파괴하며 막대한 에너지를 얻고, 그 에너지로 전기를 생산한다. 그러므로 핵발전소라고 해야 옳은데, 원자력이라고 말한다. 핵폭탄 혼란을 피하려는 의도일까? 핵발전 위험을 숨기려는 속셈이겠지.

전기를 생산하기 전부터 살펴보자. 발전소를 지을 때 화력보다 핵일 때 비용과 에너지를 많이 부담해야 한다. 온실가스 발생이 그만큼 많다는 뜻인데, 안전 설비를 추가하기 때문이다. 화력발전소의 연료를 채굴해서 발전소까지 운송하는 과정은 그리 복잡하지 않고 들어가는 에너지는 핵과 비교할 수 없게 작다. 핵에서 방사능이 치명적으로 나올 수 있는 탓이다.

핵발전소를 화력발전을 포기하는 만큼 늘리면 기후위기를 극복할 수 있을까? 희망이 지나치다. 우리가 사용하는 에너지 중에서 전기는 우리를 포함해 어느 국가나 10% 전후에 불과하다. 핵발전소가 생산하는 전기는 우리나라가 30% 정도를 차지하고 프랑스는 70% 전후였지만, 후쿠시마 사고 이후 절반 이하로 줄이려고 노력한다.

사실 핵발전소 전기가 30% 이상 차지하는 국가는 두 나라 말고 없다. 핵발전소가 없는 나라가 훨씬 많다. 안전하게 유지하는 비용이 늘어나면서 포기하는 나라가 점점 늘어난다. 17기를 가동했던 독일은 머지않아 모두 폐기할 예정이다. 세계 대부분의 전기를 핵으로 생산한다는 가망은 없다. 위험과 비용을 감당할 수 없지만, 충당할 재원도 턱없이 부족하지만, 채굴할 우라늄도 많지 않을 것이다.

복잡할수록 고장이 많다. 만일의 사고가 걷잡을 수 없는 재난으로 이어진다면 사용하지 않아야 정상이다. 어쩔 수 없다면 안전을 철저히 감시하는 상황에서 한시적이어야 한다. 연료 채굴부터 위험을 수반하는 핵발전소는 고장이 많은데, 반대 목소리를 의식하기 때문인지 관리가 불투명하다. 이따금 사고 소식이 들리는데, 숨기다 발각되는 경우가 다반사다. 문제는 사소한 부주의가 끔찍한 재난으로 이어진다는 사실이다. 미국은 관리상 사소한 부주의, 구소련은 연구자의 과도한 의욕, 일본은 예상치 않은 자연재해가 원인이었다. 비슷한 원인은 우리나라도 많았지만, 단지 운이 좋았다.

이제까지 세계에서 6개의 핵발전소가 폭발했다. 이중 삼중으로 마련된 안전장치를 가동할 수 없이 급박했고, 국가 경제가 휘청일 정도로 피해 복구에 들어가는 비용과 시간이 어마어마했다. 현재 400기 넘는 핵발전소가 20여 국가에서 가동된다. 관리와 운영이 투명하다고 평가할 수 없는 중국은 앞으로 얼마나 많은 핵발전소를 추가할지 모른다. 현재 50기 넘는 핵발전소를 우리나라와 가까운 자국 동해안에 밀집시켰다. 우리의 2배가 넘는데, 반드시 안전해야 한다. 모든 국가가 핵발전소는 안전하게 다룰 수 있을까? 발전소를 닫아도 수십만 년 이상 안전하게 보관해야 하는 사용 후 핵연료가 남으므로 사고가 없으리라 확신하기 어렵다.

사고가 나지 않을 것으로 장담할 수 없어도, 핵발전소는 지구온난화를 예방할까? 온 세상의 화력을 모두 폐쇄하고 핵발전 전기만 사용할 수 있을까? 건물 대부분의 난방을 핵발전소 전기로 충분해야 한다. 트럭과 커다란 배도 전기로 움직이게 해야 할 텐데, 핵발전으로 가능할까? 연구하면 비행기를 핵발전 전기로 움직이게 할 수 있을까? 오대양과 육대주를 다니는 자동차와 배를 만드는데 들어가는 철강과 지하자원을 전부 핵발전 전기로 채굴해서 가공할 수 있을까? 물론 당장 가능하지 않다. 가능해지더라도 영악한 자본이 외면할 게 틀림없다. 화석연료로 쉽게 해결하는 길을 포기할 리 없지 않은가. 위험할 뿐 아니라 상상 초월하게 들어가는 비용을 흔쾌히 부담할 리 없다.

요즘 가정은 전기로 간단하게 물을 끓이지만, 전기를 모르던 시절, 나무나 석탄으로 물을 끓였다. 석탄으로 끓인 물과 전기로 끓인 같은 양의 물을 놓고 생각해보자. 전기는 석탄보다 훨씬 많은 에너지를 소비한다. 화력의 경우, 석탄으로 먼저 물을 끓여 수증기를 만들고, 그 수증기로 전기를 생산하는 복잡한 과정을 거치며 에너지 낭비가 생긴다. 모든 에너지는 전환하면 할수록 효율이 떨어지는데, 핵발전도 마찬가지다. 핵발전소는 생산하는 전기의 거의 10배 가까운 에너지를 허공으로 날리는 셈이라고 환경학자는 비판한다.

사실 사람이 사용하지 못할 뿐, 발전소에서 사라지는 에너지는 없다. 핵발전소는 방사능으로 생물을 위험하게 만들고, 화력발전소는 온실가스인 이산화탄소로 공기를 데우는데, 두 발전 모두 바다를 데운다. 우리나라가 특히 그렇다. 화석연료로 물을 끓이거나 핵연료로 물을 끓여서 고온 고압의 수증기를 막대하게 만든 다음, 그 수증기로 거대한 터빈을 돌려 전기를 생산하는데, 그 다음을 더 생각해보자, 거대한 터빈을 돌리고 나오는 수증기는 어마어마한 에너지를 가졌다. 버릴 수 없다. 식힌 뒤 다시 끓여야 터빈을 쉼 없이 돌릴 수 있는데, 수증기를 식히기 위해 막대한 바닷물을 동원한다.

수증기를 식히기 위해 동원하는 바닷물을 ’온배수‘라고 말한다. 수증기를 식힌 온배수는 바다로 내보내는데, 화력발전소는 섭씨 3도 정도 뜨거워진 온배수를 버린다. 수온이 갑자기 3도 상승하고, 주위 10㎢에 분포하던 수많은 플랑크톤이 죽고, 생태계가 무너진다. 어획량이 크게 위축될 텐데, 거기에서 그치지 않는다. 바다가 따뜻해지면서 온난화가 심해진다.

바닷물 온도가 섭씨 1도 오르면 태풍이 강력해지면서 두 배 정도 늘어난다고 기후학자는 주장하는데, 우리나라와 일본의 화력발전소와 핵발전소에서 쏟아내는 온배수의 양은 얼마나 될까? 두 나라를 훨씬 능가하는 중국이 바다로 쏟아내는 온배수가 최근 급증하면서 우리나라에 태풍이 늘었다고 주장하는 학자가 있다. 핵발전소는 화력보다 온배수가 2배가 많다. 위험천만한 핵발전소는 기후위기를 오히려 키운다. 

 

지난해 8월 한국YWCA연합회에서 열린 '기후위기 시대, 핵발전은 대안이 아니다! 탈핵 비상 선언'에서 참석자들이 손피켓을 들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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