끝난 뒤를 생각하는 잔치 준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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끝난 뒤를 생각하는 잔치 준비
  • 박병상
  • 승인 2011.07.14 16:0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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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천in 칼럼] 박병상 / 인천도시생태·환경연구소 소장


이제 어찌되었거나 2018년 동계올림픽을 내 나라에서 열리게 되었다. 개최가 결정된 시각, 남아프리카공화국의 더반은 물론 텔레비전 화면을 주시하던 강원도 평창을 비롯해 전국에서 일제히 환호의 목소리가 터져나왔고, 그 점에서 인천도 예외가 아니었다. 새삼 4년 전 4월 17일이 생각났다. 그날 오후 10시 10분 경, 인천시청 특설 야외무대는 모여든 시민들의 환호와 불꽃놀이로 한동안 좋았는데, 지금은 걱정이 앞선다.

2014년 아시안게임으로 챙길 생산유발 효과는 12조9천300억원, 고용유발 효과를 26만8천명으로 추산한 인천시 당국은 "국제도시 인천의 '브랜드 가치'가 크게 오르고 인천시의 핵심사업인 경제자유구역 해외투자 유치에도 크게 도움이 될 것으로 기대"했고 그 기대는 현재진행형이겠으나 현 시점에서 전망은 그리 밝지 않다. 쌓인 외화를 어떻게든 처리해야 했던 중국과 처지가 너무도 다른 우리 상황에서 부채가 눈덩이처럼 늘어난 인천은 당장 고민이 많을 수밖에 없다. 남은 기간이 빠듯한 만큼 중앙정부의 지원이 시급한데, 중앙정부의 예산은 여전히 장마로 휩쓸려가는 '4대강 사업'에 퍼부어질 뿐이다. 게다가, 한 달 앞인 대구 세계육상선수권대회에 별 관심을 보이지 않는 중앙언론은 인천 아시안게임 따위에 관심 밖이다.

그래도 아시안게임과 동계올림픽을 우리는 성공적으로 개최할 것이다. 지금도 적자 운영에 허덕이는 문학경기장보다 훨씬 큰 메인스타디움을 서구에 짓고, 10여 경기장을 추가할 인천에 필요한 예산은 인천시민이 도저히 감당할 수 없다. 국내 이용인구가 지극히 드문 경기장이 속속 만들어지는 평창도 그 정도가 더하다. 인구 5만의 도시에서 경기장 신설은 물론 운영자금을 감당할 수 없지 않은가. 하지만 대회 자체는 성황리에 마무리될 것으로 당연히 예상한다. 실패했다는 프로파겐다는 감히 표출할 수 없지 않은가. 1988년 서울올림픽은 물론이고 적자가 분명했던 1993년 대전국제엑스포와 2002년 부산아시안게임도 겉보기 눈부셨다. 곧 열린 대구 국제육상대회도, 내년에 열릴 여수세계박람회도 마찬가지겠지.

부정할 수 없는 작금의 사실! 숭의 축구전용경기장에 거대 쇼핑몰이 들어서는 것이 확정되어야 장차 운영 수지 뿐 아니라 당장 들어가는 막대한 건설비를 충당할 수밖에 없는 처지다. 따라서 대형 마트 입점을 반대하는 지역 자영업자들의 하소연과 반대행동은 무시되거나 억압될 텐데, 프로축구 시합이 숭의동의 그 경기장으로 옮겨지면 문학경기장의 누적되는 적자는 시민의 부담을 가중시킬 것이다. 숭의 축구전용경기장에 들어설 대형 마트보다 큰 쇼핑몰이 버젓하게 서구 지역 상권을 초토화시키지 않는 한, 신축할 종합경기장의 내일은 창창할 리 만무하다. 중앙정부가 마음 돌이키고 경기장 건설비를 만족스럽게 지원한다 해도 결과는 그리 다르지 않을 것이다. 300만 인구를 바라보는 인천의 사정이 그럴진데, 거의 전액을 중앙정부와 강원도가 지원할 평창은 사정이 나을까.

당장 유치에 마음이 급해 그랬는지, 개막식과 폐막식이 예정된 스키점프경기장에 6만 관중석을 마련하겠다고 유치위원회는 올림픽위원회에 약속했다. 조립식이 아니라면 그 관중석은 상당한 유지관리비용을 해마다 요구할 텐데, 우리나라에 스키점프경기가 7년 뒤 성황을 이룰 수 있을까. 열기가 고조된 프로야구도 3만 관중을 넘기기 어려운 게 현실인데, 우리에게 생소한 봅슬레이나 바이애슬론은 얼마나 많은 인파를 평창에 모여들게 할 것인가. 20일도 못 되는 대회 기간에 세계에서 몰려들 인파가 흥청거릴 돈으로 건설과 향후 관리비용을 감당할 수 있을까. 그 기간을 위해 국가가 편성해야 하는 예산은 얼마나 될까. 그뿐이 아니다. 유치위원회는 인천공항에서 평창까지 한 시간에 주파할 초고속전철 마련을 약속했으니 반드시 지켜야 한다고 한다. 그런데 문제들은 정작 흥청망청했던 대회가 끝난 뒤에 발생할 것이다.

일본 나가노에서 열린 1998년 동계올림픽은 10여년이 지난 지금까지 재정난을 벗어나지 못하게 발목을 붙잡고 작년의 캐나다 밴쿠버도 100억 달러 정도의 적자를 낸 것으로 알려진다. 들리는 소문은 경기장 신설을 최소로 줄인 1994년 노르웨이 릴리함메르 동계올림픽만이 적자를 면했다는데, 우리는 김칫국부터 마신다. 언제는 20조원이라더니, 평창 동계올림픽이 직간접적으로 64조9,000억원의 경제적 효과를 얻을 거라는 기대가 주조된다. 장밋빛 꿈이다. 동계스포츠의 묘미를 알아가는 아시아인들이 올림픽 이후 대거 운집하리라 기대하는 모양이지만, 덕분에 적자를 면할 납득할만한 근거는 제시하지 못한다. 다만 평창 동계올림픽 개최를 기정사실로 믿고 세운 알펜시아에 거액을 투자한 부자들은 한시름을 놓을지 모르겠다.

같은 대륙을 연속해서 올림픽 개최지로 선정하지 않는다는 올림픽위원회 원칙 때문에 2020년 하계 올림픽 유치에 나설 일본이 평창 동계올림픽 유치 결정에 떨떠름하다는 소문이 도는 가운데, 차기 올림픽을 원하는 다른 유럽 국가 IOC위원들의 외면을 원망했다는 독일은 평창의 끈질긴 노력을 거울삼아 재수에 나설 전망이라는 소식이 들린다. 그만큼 올림픽이 가져오는 긍정적인 효과가 적지 않은 모양인데, 사실 평창과 동계올림픽 유치를 경쟁했던 독일에선 반대여론이 의외로 컸다. 건설업자가 일방적으로 챙기는 투자 이익에 비해 지역과 납세자가 얻을 이익이 적고 경기장 건설과 운영에서 비롯될 환경파괴를 염려했기 때문이라는데, 경기장에 예정된 도시는 주민투표 결과 58퍼센트만이 유치를 찬성했다고 한다. 찬성이 90퍼센트로 압도적이었던 우리는 경제와 환경적 대책을 완벽하게 세웠을까.

외교부의 고위 공직자가 평창 동계올림픽 유치가 결정된 뒤, 벅찬 마음으로 트위터에 "2018 평창은 우리 국민 모두의 승리!"라고 선언하면서 "이걸 못마땅해 하는 사람은 우리 국민이 아니지요^^ 대한민국 국민 파이팅!" 하고 외쳐 구설수에 올랐다. 극우 성향을 가진 자라면 모를까, 정부를 대표하는 자리에 있는 고위 공직자의 그와 같은 공개 발언은 듣는 이를 으스스하게 했다. 전체주의를 느끼게 하는데, 불만 섞인 글이 오르자 그는 "누가 2018평창을 못마땅해 하는지 이번 기회에 잘 봐두세요!" 하며 한 술 더 떴다고 한다. 한데 뮌헨은 반대 목소리를 존중했고, 유치에 실패했어도 대안을 미리 논의할 수 있었다. 2000년 세계박람회를 개최한 독일의 하노버 시도 반대하는 목소리에 귀를 기울이고 환경을 앞세우는 대회를 성공적으로 열었다. 대회 이후 시민들은 대체로 만족한다. 스키 활강 경기장을 위해 가리왕산의 '산림유전자원 보호구역' 파괴 가능성이 벌써부터 논란되는 평창은 어떤 대안을 강구하려 할까.

동계올림픽을 개최한 지역이 대회가 끝나면서 안고 있는 경제적 부담을 인식하고 있는 언론은 '흑자 올림픽'을 위한 경제와 환경적 대책을 정부에 요구하고 나섰다. 유치에 성공했으니 이제 차분하게 올림픽 이후를 대비해야 한다는 목소리다. 거액의 투자자나 기업의 이익보다 지역을 먼저 고려해야 할 것이며 생태계 파괴를 최소화해야 하는 건 당연하다. 이미 세계의 추세가 그렇다. 올림픽 경기가 개최되는데 7년이 남았으니 대회 종료 이후에 덩그렇게 남은 경기장을 어떻게 활용해야 할지 분명한 대안을 제시하여 하며, 불가피하게 파괴될 수밖에 없는 생태계가 있다면 복원 대책도 철저하게 세워야 한다.

7년 뒤에 평창도 물론이지만 당장 3년 앞으로 다가온 인천이 더욱 걱정이다. 늦기 전에 세심한 대책을 세워야 한다. 재정 상태가 넉넉하지 않은 만큼 경기 종목과 규모를 변동해서라도 부담을 최대한 줄이고, 대회 이후 활용 가치가 낮은 경기장은 이웃 도시의 기존 시설을 빌려 이용해야 한다. 대회 전후에 미칠 시민들의 손실을 최대로 줄이기 위한 대책을 사전에 충분히 논의해야 한다. 그런데 평창 동계올림픽 유치에 덮어놓고 환호한 인천은 아시안게임 대책이 아직도 선명치 않다. 논의조차 제안하지 않는다. 그러니, 아시안게임 이후에도 인천에 남을 시민의 한 사람으로서 걱정하지 않을 수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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