긴 꼬리 형태 꽃차례에 하얀 꽃
상태바
긴 꼬리 형태 꽃차례에 하얀 꽃
  • 정충화
  • 승인 2011.07.12 16:00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정충화의 식물과 친구하기] 6 - 큰까치수염


지난주 업무 때문에 일터와 가까운 곳에 자리잡은 북바위산엘 다녀왔다. 월악산 자락에 잇닿은 산답게 기암괴석이 즐비하고 빼어난 산세의 연봉들이 겹겹이 어깨를 둘러 실로 위용이 대단한 곳이었다.

지니고 갈 장비가 많아 일터에 인력지원을 요청했더니 올해 일흔네 살이나 잡수신 할아버지를 보내주셔서 뜻하지 않게 고령의 노인과 함께 산행을 해야만 했다. 그러나 걱정과 달리 노인께서는 험한 산봉우리를 나보다 더 잘 탔고 능선을 완주하며 노익장을 과시하였다.

어느 곳이건 처음 가는 곳에서는 또 어떤 식물을 만나게 될까 가슴이 콩닥거린다. 이날도 산행 초부터 잔뜩 기대를 하고 올랐는데 사실 그날 북바위산 일대에서 만난 식물을 내 기대에 한참 못 미쳤다. 무언가 새로운 식물을 만나게 될 것이라는 기대는 산행 내내 전혀 새로울 게 없는 식물만을 마주치는 동안 실망으로 바뀌었다. 비록 색다른 식물은 보지 못했어도 아름다운 능선과 기암절벽, 일대의 산봉우리를 조망하는 것으로 아쉬움을 달랬다.

초입부터 눈에 띄더니 등성이 곳곳에서 모습을 드러낸 큰까치수염의 소담한 꽃봉오리 때문에 산행길의 고단함을 적이 덜 수 있었다. 사실 큰까치수염은 최근 일터 뒷산에서 질리도록 보아온 식물이다. 또한 집이 있는 부천 일대에서도 심심치 않게 보아오던 식물이어서 별다른 감흥이 일지는 않았지만, ‘꿩 대신 닭’이라고 쉬 눈에 띄는 게 그나마 반가웠다.

큰까치수염은 원산지가 우리나라로 알려진 앵초과의 여러해살이풀이다. 전국에 고루 분포하며 습한 곳이나 풀밭에서 자생한다. 줄기는 높이 50-100cm 정도까지 자라며 원기둥 형태의 줄기 윗부분에 털이 나 있다. 폭이 좁고 끝이 뾰족하며 기다란 잎은 어긋나기로 달린다. 잎 가장자리는 밋밋하나 털이 나 있다. 꽃은 6~8월에 원줄기 끝에 달리는 긴 꼬리 형태의 꽃차례에 하얀 꽃들이 오밀조밀 핀다. 5장으로 이뤄진 별 모양의 개별 꽃잎이 다닥다닥 붙어 있다.

큰까치수염의 뿌리 또는 식물 전체를 진주채(珍珠菜)라 부르며 월경불순, 인후종통 등을 치료하는 약재로 쓴다고 알려졌다. 까치에게 수염이 있을 리 만무한데 명명자가 왜 ‘큰까치수염’이라는 이름을 붙였는지 의아할 따름이다. 속명 가운데 큰꽃꼬리풀이라는 예쁜 이름이 있으므로 개인적으로는 그 이름을 부르려 한다. 사촌격으로 까치수염이 있는데 큰까치수염에 비해 잎 폭이 좁고 털이 거의 없는 것으로 구별된다.

그날 산행 도중에 능선을 버리고 계곡 쪽으로 내려와야 했는데 길을 찾지 못해 졸지에 능선을 완주할 수밖에 없었다. 또한 차를 반대쪽에 둔 탓에 다시 계곡을 거슬러 올라가야만 했다. 땀범벅이 되어 오르다 만난 소에서는 옷을 훌훌 벗어 던지고 계곡물에 뛰어들어 잠시 즐거운 시간을 보내기도 했다. 계곡물이 그지없이 깨끗해 그대로 마셔도 됐지만, 오르는 계곡 곳곳에서 농익은 줄딸기를 따 먹으며 갈증을 해소하기도 했다.

내가 기거하는 수안보면은 충주 시내보다 기온이 다소 낮은 편이다. 하여 꽃 피는 시기도 일 주일여 정도가 늦는데 그곳 북바위산 일대는 기온이 더 낮은 듯했다. 다른 곳에서는 이미 끝나버린 줄딸기가 한창이었고, 굵은 오디도 주렁주렁 달려 있어 한참을 따먹었으니 말이다. 지난 주초 일터 뒷산에서 살펴본 바로는 이달 중순께쯤엔 복분자딸기가 익을 것으로 보인다. 복분자딸기가 익으면 따다가 술을 양껏 빚으려 작정하고 있는데 요사이 우기가 너무 길어지는 탓에 열매가 신통치 않겠다 싶어 걱정을 쌓고 있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

시민과 함께하는 인터넷 뉴스 월 5,000원으로 소통하는 자발적 후원독자 모집