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천 유나이티드, 성남과 4번째 맞대결서 '2대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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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천 유나이티드, 성남과 4번째 맞대결서 '2대2'
  • 김동환
  • 승인 2011.07.11 10:44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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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대오일뱅크 K리그 2011] 17라운드 리뷰

 
[사진제공 = UTD기자단 남궁경상]

‘2대2 무승부’, 이로써 인천과 성남은 ‘1승 2무 1패’라는 사이좋은 상대전적을 갖게 됐다.

‘현대오일뱅크 K리그 2011’ 성남과 인천의 17라운드 경기가 열린 탄천종합운동장. 올 시즌에만 벌써 3번이나 만났던 두 팀은 마지막 격돌에서 승점뿐만 아니라 자존심을 회복하기 위해 쉴 새 없는 경기를 펼쳤다. 양 팀 주장의 자책골로 인해 ‘1대1’ 팽팽한 승부의 균형을 유지하던 두 팀 중 먼저 웃은 쪽은 인천이었다. 후반에 교체 투입된 카파제가 골을 터뜨리며 2대1로 앞서나간 것이다. 하지만 기쁨도 잠시. 역시 후반에 교체 투입된 성남의 송호영이 다시 동점골을 터뜨리며 포효했다. 승부의 균형을 깨기 위해 양 팀은 남은시간 맹공을 퍼부었지만 추가 득점 없이 무승부로 경기를 마쳤다.

종료 휘슬이 울리자마자 그라운드에 바로 누워버릴 정도로 인천과 성남 모두 치열한 경기를 펼쳤다. 현재 승부조작수사가 K리그를 휩쓸고 있는 상황에서 보여준 인천과 성남의 열정은 ‘축구의 순수함’을 증명하기에 전혀 부족함이 없었다. 비록 성남까지 찾아와 응원을 펼친 인천 서포터들은 ‘9무’라는 허탈함과 함께 발걸음을 돌려야 했지만 말이다.

K리그…모두의 ‘시선집중’

이런 말을 하기에는 조금 씁쓸하지만 지금 만큼 K리그에 시선이 집중된 적은 없었던 것 같다. 현재 K리그에 쏠린 시선은 마치 월드컵이 끝난 이후의 여운을 달래려고 하는 때와 비슷하다. K리그에 대해 잘 모르는 사람들까지도 관심을 가지고 있으니 말이다. 물론 관심의 이유가 좋은 것이라면 두 손 들어 환영할 만하지만 그렇지 않다는 점이 아쉽다.

그동안 눈에 보이지 않는 곳에서 움찔움찔하던 승부조작의 어둠이 터진지 벌써 두 달이나 됐다. 그 이후에 많은 선수들이 수사의 대상이 되고 조사를 받으면서 ‘맞다 아니다’에 대한 말이 수없이 터져 나왔다. 연일 보도되는 축구에 대한 뉴스 또한 ‘승부 조작 수사’에 초점이 맞춰져 있었다.

상황이 이렇게 되니 경기에 뛰는 선수들을 향한 시선이 전보다 고울 리가 없었다. 조금만 실수를 하거나 어딘가가 미심쩍은 움직임을 보이면 바로 선수들을 의심할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그래도 아직 K리그는 죽지 않았다. 많은 사람들이 경기장을 찾고 있으며 선수들을 응원하는 팬들의 목소리는 더욱 커졌다. 선수들은 매 경기 시작 전마다 선서를 통해 깨끗한 경기를 할 것임을 팬들과 약속하고 팬들도 선수들을 믿으며 K리그는 자체 정화되어가고 있다. 이것이 K리그가 아직은 희망으로 가득 차 있으며 축구는 무엇보다 순수하다고 말할 수 있는 이유이기도 하다.
 

 
‘1승 1무 1패’… 이제는 균형을 깰 때

잠시 외적인 면에 대해 말을 했으니 다시 경기로 되돌아 가보자. ‘1승 1무 1패’ 현재 인천과 성남의 2011시즌 상대전적이다. 10일 경기가 열리기 전까지 양 팀 통산전적에서 성남이 8승 9무 4패로 앞서 있었다는 점을 보면 올 시즌에는 인천이 성남에 크게 밀리지 않았음을 알 수 있다.

인천이 성남에 기록한 골이 박준태와 김재웅의 신인 콤비로부터 나왔다는 점도 고무적이다. 성남으로서는 마지막 격돌에서 긴장을 늦출 수 없는 이유가 바로 여기에 있다. 게다가 순위싸움에서도 인천에 밀리고 있는 상황이기 때문에 나름 ‘전통강호’ 성남은 인천에 밀리지 않겠다는 각오를 다질 수밖에 없었다. 인천도 올 시즌의 절반을 무승부로 채우며 아슬아슬한 줄타기를 하고 있기 때문에 성남만큼이나 승점 3점이 절실한 상황이었다.

‘균형을 깨고 자존심을 회복해야 한다.’ 성남과 인천의 17라운드 경기는 이 한마디로 압축해도 충분했다.

유럽무대 경험…권정혁 선발

국내최초로 유럽 무대에 진출했던 골키퍼 권정혁이 7월 인천에 합류했다. 권정혁은 1978년생으로 부평동중-부평고-고려대를 거쳐 2001년 울산에서 K리그에 데뷔했다. 그 이후에 상무, 포항, 서울에서 뛰었으며 2009년에 핀란드 RoPS에 입단했다. 다음 해 RoPS가 강등되자 같은 리그인 VPS로 이적하여 총 2시즌 동안 활약했다.

권정혁은 인천에 합류하자마자 곧바로 성남전에 투입됐다. 경기 시작 전, 승점 1점차이로 순위가 뒤바뀌는 아슬아슬한 상황에서 새로 합류한 선수가 설마 바로 선발로 출전하겠냐는 말이 오갔지만 허정무 감독은 망설임 없이 권정혁을 경기에 뛰게 했다. 위험부담이 컸지만 권정혁의 경험이 풍부하다는 점을 믿은 듯 했다.

큰 무리 없이 수비 조율에서도 좋은 모습을 보여주며 적응을 마친 권정혁은 전반전을 무실점으로 잘 지켜냈다. 큰 키를 이용해 공중볼도 안정적으로 따냈고, 멀리 던지는 스로인 능력은 인천이 수비에서 빠르게 공격으로 전환하는데 큰 힘이 되었다.

일단 권정혁은 첫 경기에서 합격점을 받은 듯하다. 배효성의 자책골과 송호영의 동점골을 막아내지 못했지만 처음 뛴 경기라는 점에서 안정적인 운영을 보여줬다는 평가를 받았다.

허정무 감독 역시 “실점 상황은 어쩔 수 없었지만 경기 전반적인 판단력에 있어서는 나쁘지 않았다”며 앞으로 권정혁을 중용할 것임을 시사했다. 백업 골키퍼 부재의 문제에 시달린 인천으로서는 한숨을 돌리게 되었지만 그동안 경기에 지속적으로 투입되어온 송유걸에게 권정혁의 합류는 앞으로 큰 숙제가 될 전망이다.
 

 

자책골…양 팀 주장의 한숨


전반전동안 기나 긴 탐색전을 마친 양 팀은 후반 시작 전 서로 승부의 균형을 깨자는 파이팅을 외쳤다.

하지만 그런 파이팅을 무색케 하는 일이 벌어졌다. 인천의 장원석이 앞으로 길게 찔러준 공을 성남의 사샤가 걷어내려던 것이 잘못 맞아 크게 포물선을 그리며 성남의 골문으로 들어가 버린 것이다. 후반전이 시작된 지 채 1분도 지나지 않은 시점에서 터진 성남의 자책골로 경기장은 순간 정적이 감돌았다.

행운의 득점을 얻은 인천은 기세를 타고 성남을 몰아치기 시작했다. 뜻밖의 실점을 한 성남은 제대로 경기를 펼치지 못했고 인천의 공격을 막아내기에 급급했다.

인천은 이재권을 공격의 시작점으로 삼고 장원석과 박준태가 측면을 흔들며 공격을 진행했다. 이 후 인천은 몇 차례 결정적인 기회를 맞이했다. 후반 5분, 유병수가 성남의 수비를 속이며 장원석에 공을 내줬고 이를 이어받은 장원석이 날카로운 슈팅을 했으나 아쉽게 골대 위로 살짝 빗나갔다. 이어진 후반 9분에는 박준태가 오른쪽 측면에서 중앙으로 돌파해 기습 슈팅으로 연결시켰으나 하강진에 막히고 말았다.

그러나 후반 11분, 인천 골문을 향해 돌파하던 송호영의 패스를 배효성이 걷어낸다는 것이 그대로 골문으로 빨려 들어가며 인천도 뜻밖의 실점을 당하고 말았다.

이날 양 팀은 자책골로 인해 두 가지 기록을 세웠다. 먼저, 각 팀의 중앙수비수이면서 주장인 선수가 자책골을 넣었다는 점이다. 사샤와 배효성은 성남과 인천의 든든한 중앙수비수로 활약해왔다. 하지만 뜻밖에 서로 한 골씩 주고받으며 각 팀의 팬들을 기쁘게 하는 훈훈한(?)모습을 보여줬다.

두 번째로는 양 팀의 자책골 기록이 역대 두 번째라는 점이다. 연맹의 보도자료에 따르면 2003년 5월 21일에 치러진 광주상무(現 상주상무)와 안양LG(現 FC서울)의 경기에서도 이런 모습이 벌어졌다고 한다. 그 경기에서는 안양의 김치곤이 전반 3분, 광주의 박준홍이 후반 32분에 자책골을 기록했다. 물론 이 때 경기는 안양이 자기 선수의 자책골에 상관없이 광주에 4대1로 크게 승리했다. 그러나 성남과 인천이 이날 경기에서 무승부를 거뒀다는 점 때문에 양 팀 주장은 경기 종료 후 한숨을 내쉴 수밖에 없었을 것이다.

후반 교체 투입의 승부수를 띄운 양 팀…카파제와 송호영

양 팀의 자책골로 1대1 승부가 이어지던 후반 16분, 허정무 감독은 한교원을 빼고 카파제를 투입했다. 수중전에서 체력이 빨리 떨어진 한교원을 빼고 중앙에서 공격을 강화하겠다는 움직임인 것 같았다. 물론 공격을 해도 모자랄 시점에 공격수를 빼고 미드필더를 넣었다는 점이 팬들을 의아하게 만들었을지도 모른다. 하지만 카파제는 자신의 원래 위치뿐 아니라 전방에서도 공격적인 움직임을 보여줬다. 그리고 이재권이 중앙에서 안정적인 시작점 역할을 했기 때문에 카파제는 측면에서 공격과 수비에도 가담했다.

카파제를 투입한 효과가 드디어 나타났다. 후반 37분, 인천의 공격상황에서 이재권이 360° 회전하는 환상의 컨트롤을 보여주며 오른쪽으로 달려 들어가는 카파제에게 멋진 패스를 찔러줬다. 공을 이어받은 카파제는 순식간에 골문으로 침투했고 달려 나온 하강진을 넘기는 로빙슈팅을 날리며 역전골을 이끌어냈다.
 

[툭 찍어 차도 골] 인천의 카파제가 하강진을 넘기는 슈팅으로 역전골을 이끌어 냈다

그래도 여전히 인천 서포터들은 불안했다. 계속해서 무승부를 거둬왔다는 점도 이유지만 이전의 광주전에서도 2대1로 앞서다 동점골을 내줘 2대2로 비겼기 때문이다.

불안한 예감은 다시 적중했다. 승리의 기운이 인천 쪽으로 기울어지던 후반 41분, 골문 앞 혼전상황에서 흘러나온 공을 후반에 교체 투입된 송호영이 그대로 슈팅으로 연결시켰고 동점골을 기록했다. 순식간에 벌어진 상황에 권정혁은 손쓸 틈조차 없었고, 설마 하던 인천 서포터들은 다시 한 번 허탈해할 수밖에 없었다.

추가 시간까지 남은 시간동안 양 팀은 지금까지 한 것보다 더 거세게 맹공을 퍼부었지만 결국 더 이상의 득점 없이 2대2 무승부로 경기를 마치며, ‘1승 2무 1패’의 상대전적을 기록하게 되었다.
 

[어~ 어? 어!] 후반 추가 시간, 공이 박준태를 비껴가 인천이 아깝게 역전골 기회를 놓치고 말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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