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등록금을 버는 게 너무나 힘들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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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등록금을 버는 게 너무나 힘들어"
  • 이혜정
  • 승인 2011.07.23 17: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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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학생 중 53.9% 등록금 때문에 아르바이트


취재 : 이혜정 기자

"여태껏 대학생활을 여유롭게 한 적이 없었습니다. 평소에도 공부를 하면서 아르바이트를 하고, 방학때도 학비를 벌기위해 일을 했지요. 이번에도 역시 방학을 시작하자마자 아르바이트를 시작했습니다. 그래서 공부나 스펙을 챙길 시간이 없어서 걱정이에요."

인천대 3학년 오모(26)씨의 방학은 학기때보다 더욱 바쁘다. 방학동안 학비를 벌기 위해 두 가지 아르바이트를 했기 때문이다. 낮에는 식당에서, 저녁에는 pc방에서 아르바이트를 한다.

낮에는 오전 9시부터 오후 4시까지 7시간 일을 하고, 오후에는 6시부터 새벽 2시까지 일을 한다. 그렇게 해서 버는 돈은 100만원 남짓.

오씨는 "그나마 인천대의 경우 학비가 240만원 가량이라 방학기간 열심히 일해서 쓰지 않고 모으면 어느 정도 벌 수 있기 때문에 사립대에 다니는 친구들보다는 나은 편"이라고 말했다. 사립대의 경우 등록금이 보통 한 학기에 500여 만원에 달해 더 어려운 형편이라고 한다.

한창 공부에 몰두해야 할 오씨는 아르바이트 때문에 자격증 준비나 학과 공부 등에 소홀할 수밖에 없다. 더군다나 집안이 어려워 입학을 늦게 하다 보니, 보통 동기 친구들보다 1년 반이 늦어 걱정이 많다.

"학교를 다니는 동안에도 늘 이것저것 아르바이트를 하면서 보내 성적도 그리 좋지 못해요. 1학년때부터 pc방, 레스토랑, 치킨배달 등 시간나는대로 아르바이트를 하느라 친구들도 사귀지 못했습니다. 그러다 보니 대학생활을 맘 편히 누리지 못했어요."

공부와 일을 병행하다 보니 쉬는 시간이면 몸을 가눌 힘조차 없다고 한다. 방학때에도 사정은 마찬가지다. 남들은 스펙을 쌓기 위해 자격증 공부를 하거나 해외연수, 여행 등 자기를 위한 시간을 갖지만 학비를 벌기 위해 그럴 만한 여유가 없다. 또 학자금 대출 '빚'에 고민하는 친구들을 볼 때면 아르바이트를 해서라도 등록금을 마련하는 게 낫다는 게 그의 생각이다.

그는 최근 전국적인 이슈인 '반값 등록금'과 관련해 의견을 밝혔다. "다른 학교에 비해 등록금이 비싼 건 아니지만, 그 등록금이 어디에 어떻게 쓰이는지 정확히 알 수가 없어요. 그만큼 서비스를 학교측에서 잘 받고 있는지도 모르겠고요."

이씨는 "가정이 어려워 타 학교에 비해 저렴한 학비 때문에 오는 친구들도 많은 편"이라며 "나처럼 이 학비마저 부담스러워 밤낮 가리지 않고 일을 하는 친구들을 위해서라도 등록금을 좀더 인하할 필요가 있다"라고 주장했다.

또 다른 3학년 대학생인 오모(26)씨는 학기 내내 했던 유통업계 아르바이트를 방학에도 계속하고 있다. 오전 7시부터 10시까지 한 달 60만원이다. '고수익'으로 공부도 병행할 수 있다. 방학때는 또 다른 아르바이트를 할 수 있어 며칠 전부터 호프집에서 오후 6시부터 새벽 2시까지 아르바이트를 하고 있다.

그는 인천시내 모 백화점에서 물건 박스를 나르거나 물건을 정리하는 일을 하고 있다. 오후에는 서빙을 하거나 가게청소 등을 한다. 두 가지 아르바이트를 하면서 버는 수익은 120만원 가량. 그나마 이렇게 '투 잡'을 뛰어야만 등록금을 간신히 감당할 수 있다.

이런 와중에도 남들과 경쟁에서 뒤쳐지지 않기 위해 짬이 나는 오후 2시에는 영어학원을 다니고 있다.

그가 처음부터 등록금을 직접 벌었던 건 아니었다. 군대를 갔다와서 복학하자마자 아버지 사업이 어려워지면서 지난 2009년부터 아르바이트를 하기 시작했다. 더군다나 여동생이 대학에 진학하면서 2명의 등록금을 한꺼번에 마련하기엔 집안 형편이 넉넉하지 않았다. 어쩔 수 없이 지난 2010년 자퇴를 하고 공장에서 일을 하기도 했다.

그래도 대학은 졸업해야겠다는 생각에 2011년 다시 3학년 1학기에 재입학해 첫 번째 방학을 맞이했다. 이번 방학 역시 일하기에 바쁜 하루를 보낸다.

그에겐 걱정이 많다. 지금까지 학자금 대출을 세 번이나 받았고, 이로 인해 졸업 후 갚아야 할 빚만 800만원이 넘는다. 매달 조금씩 나가는 대출금과 이자, 앞으로 내야 할 등록금을 생각하면 한숨이 절로 나온다고 한다.

도서관에서 맘 편히 공부하는 게 바람이라는 오씨는 "등록금 때문에 자퇴를 하거나 즐기고 싶은 대학생활도 맘껏 못한 게 마음에 걸린다"면서 "보통 대학생들처럼 생활고가 아닌 용돈벌이 아르바이트를 하고 싶다"라고 말했다.

"솔직히 반값 등록금도 비쌉니다." 오씨의 하소연이다.

등록금 벌기 위한 아르바이트 53.9%

아르바이트 전문 포털 알바천국이 최근 전국 대학생 2360명을 대상으로 조사한 결과, 전체의 53.9%가 등록금을 내기 위해 아르바이트를 한 적이 있다고 밝혔다.

전국 대학교 재학생과 휴학생을 대상으로 한 이번 조사에서는 등록금 때문에 휴학을 한 적이 있는 대학생들도 19.5%에 달했다.

조사결과는 '등록금을 마련하기 위해서'가 53%로 1위를 차지했고, '용돈마련' 40.1%, '다양한 사회경험' 10.6% 등 순이다.

알바천국이 다음 학기 등록금 충당 방법에 대해 조사를 한 결과에서는 '부모님+아르바이트'가 40.8%로 가장 높았고. '아르바이트로 마련' 12.2%, '장학금' 9.4%. '기타' 2.3% 등이었다.

알바천국 관계자는 "전에는 대부분 대학생들이 용돈벌이를 위해 아르바이트를 했으나, 최근에는 등록금을 마련하려고 어쩔 수 없이 일을 한다는 응답이 절반을 넘었다"면서 "등록금에 대한 학생들의 부담이 해소되지 않는 한 이런 현상은 지속될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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