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리태콩 한 되는 몇 kg이예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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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리태콩 한 되는 몇 kg이예요?"
  • 전갑남
  • 승인 2022.02.05 10:5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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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자칼럼] 전갑남 / 전 인천당하중학교 교장
강화풍물시장 오일장이 서면 지역에서 생산한 각종 곡물과 야채 등을 농민들이 직접 판매합니다.
강화풍물시장. 상설시장이지만 날짜 끝자리 2일과 7일에는 오일장이 섭니다.

강화에는 큰 전통시장이 있습니다. 강화풍물시장이 그곳입니다. 지역 주민뿐만 아니라 강화를 찾는 관광객들이 많이 찾습니다.

강화풍물시장은 상설시장이면서 날짜 끝자리 2일과 7일에는 오일장으로 난장이 서기도 합니다. 장날은 강화 읍내가 심한 교통혼잡을 빚을 만큼 사람들로 붐빕니다.

작년에 사업비 70여억 원을 투입해 에스컬레이터 등의 편의시설을 설치하고, 내부 시설을 증·개축하여 도회지 대형 마트와 같이 깨끗하게 단장하였습니다. 장을 찾는 사람들이 더 편리하게 이용할 수 있을 것 같습니다.

 

강화풍물시장. 상설시장이지만 날짜 끝자리 2일과 7일에는 오일장이 섭니다.
오일장이 서는 날이면 지역에서 생산한 각종 농산물이 직거래가 이뤄집니다.

지난 설 대목 장날, 떠들썩한 난장에서 상인과 외지에서 온 듯한 한 아주머니가 까만콩 서리태를 두고 흥정하는 모습이 눈에 띄었습니다.

"할머니, 이 서리태 강화도에서 난 거죠?"
"그럼, 내가 농사지었어. 여기 있는 거 죄다."
"1kg에 얼마예요?"
"난 됫박으로 파는데."
"그럼 1되는 몇 kg인데요?"
"1되는 몇 키로이라더라? 금방 듣고도 맨날 잊어먹어. 저기 간판이 있어."
 
할머니가 '계량 단위 사용 안내'라는 입갑판을 가리킵니다. 아주머니는 안내 문구를 사진에 담고 다시 왔습니다.
 
"할머니, 콩 한 되에 1.4kg이라 하네요. 두 되면 2.8kg이니까 두 되를 사야겠네요."
"저울로 달까?"
"그냥 되로 두 되 주세요."
 
할머니는 됫박에 서리태 두 되를 넉넉히 담습니다. 그리고 운수라며 두어 주먹을 더 담아 건넵니다.

아주머니는 손으로 들어 무게를 가늠해보면서 할머니 인심에 셈을 치릅니다.

우리 사회는 아직 관습적으로 쓰는 계량 단위를 사용하여 혼선을 빚는 경우가 많습니다. 법정 단위인 kg로 계량해 상거래를 하면 좋으련만 오랜 관습을 버리지 못한 것 같습니다.

 

강화풍물시장에 안내한 계량 단위 환산을 안내한 입갑판. 곡물이나 채소 같은 비법정 계량단위에 대한 혼선을 방지하기 위한 문구가 있습니다.
강화풍물시장에서 안내한 계량 단위 환산을 안내한 간판

쌀과 보리 한 되는 몇kg 정도인지 아세요? 1.6kg이라네요. 그런데 곡물마다 한 되의 kg 중량이 각기 다릅니다. 참깨는 1.2kg, 들깨는 900g입니다. 콩은 1.4kg, 팥은 1.6kg. 곡물마다 한 되 1.8039에 담기는 무게가 다르기 때문입니다.

보통 쇠고기나 돼지고기 한 근은 600g인데, 채소는 400g으로 거래가 되기도 합니다. 그리고 지역마다 또 다릅니다.

아직도 우리는 예부터 내려온 비법정 계량 단위에 익숙해 있습니다. 건물이나 아파트 넓이를 나타내는 단위는 평(), ·은 귀금속 무게는 돈, 육류, 채소 등의 무게는 근(), 곡물은 되, 말로 쓰고 있습니다. 위와 같은 계랑 단위 사용은 법으로 금지하고 있습니다. (계량에 관한 법률 제6)

요즘은 마트 같은 데서는 단위 환산이 자동으로 계산되어 비법정 계량 단위가 사라지고 있습니다.

그런데, 아직도 정육점 같은 데 가서 "돼지고기 한 근만 주세요?"라는 말이 튀어나옵니다. 아파트 넓이 단위도 m2보다 평수로 가늠합니다. 오랜 관습은 쉽게 버리기 어려운가 봅니다.

이제는 그동안의 관습에서 벗어나 법정 계량 단위를 생활 속에서 습관화해야 할 때가 되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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