너무 아픈 사랑은 사랑이 아니라는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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너무 아픈 사랑은 사랑이 아니라는데
  • 심현빈
  • 승인 2022.02.15 07: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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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공주에서 예술영화 한편]
청춘적니(靑春的你: Love will tear us apart) / 사모이 감독

 

 

첫 눈에 반한 17세 소년의 사랑이 시작된 날로부터 3560일간의 일기이다. 사고뭉치 뤼친양(굴초소)과 달리 공부 잘하는 17살 소녀 링이야오(장정의)는 커튼을 사이에 두고 처음으로 만나 첫사랑을 시작한다. 졸업 후 뤼친양은 건설현장 노동자로 사회생활을 시작하고 링이야오는 대학을 다니면서 서로 다른 삶을 살게 되지만 이들의 초라한 사랑은 그냥 풋풋한 아름다운 일이다.

그냥 사랑하게만 해 달라는 뤼친양과 링이야오의 사랑은 일기장이 넘어가면서 달달함이 절절함으로 채워진다. 결혼을 하기 위해 열심히 일하고 있으나 현실은 너무 나 냉혹하여 건설현장의 부퍠를 따지다 해고되고, 친한 친구와 사업하려다가 사기당하면서 빚에 쫓기던 뤼친양은 더 이상 링이야오를 불행하게 할 수 없어 멀고 먼 오지 신장자치구의 건설현장으로 떠난다. 3년 후 청혼을 하러 링이야오가 기차역에서 기다리고 있다. 마지막 측량을 마치고 그녀에게 달려가려는데 드넓은 신장자치구의 허허벌판에 눈보라가 몰아친다. 한번 내리기 시작한 눈은 순식간에 벌판을 하얗게 채우고 뤼친양은 길을 잃는다. 그가 손에 잡고 있는 것은 통신이 끊겨 보내지지 않은 문자를 간직한 손전화기와 하루 하루로 시작해서 10년 동안을 지켜온 순애보적 사랑 일기장이 눈바람에 한 장씩 넘겨지고 있다.

2010년이면 중국이 경제성장을 이루기 위해 건설경기를 부흥하던 때이다. 부정부퍠가 만연했던 시대적 상황과 거대 대륙의 변화무쌍한 자연환경이 어떻게 인간의 사랑에 개입하는지를 단적으로 보여주고 있다. 그리고 부모가 원하는 학벌, 사회적 지위, 재력이 사랑이란 대서사에 미치는 영향력에 비하면 사랑이 얼마나 나약한 무기인가를 생각하게 한다.

그렇게 영화는 영화의 시대적 배경이 된 2010년대 중국의 사회현상과 청춘들의 삶을 현실감 있게 볼 수 있다. 링이야오가 간식으로 닭다리를 건네주는 것을 보면서 그 당시 중국 여행 중 버스 승객들이 먹는 음식이 포장된 오리발, 닭발, 닭다리, 오징어, 육포, 각종야채 등의 절임 졸임식품이었던 것이 생각났다. 땅덩어리가 큰 중국의 지역적 특성으로 도시 간 이동이 아무리 짧아도 보통 5-6시간이다 보니 그들의 간식문화가 간편하고 영양가 있는 포장절임식품이었나 보다.

<청춘적니>라는 아픈 사랑 이야기는 2021년 중국최고의 로맨스영화로 흥행 돌풍을 일으키면서 우리가 좋아했던 <중경삼림> <화양연화> <청설> <말 할 수 없는 비밀> 등의 중국, 대만, 홍콩의 중화권 로맨스 영화의 계보를 잇는 영화로 기대되고 있다. 영화의 원제목은 아요아문재일기(我要我們在日起 : 나는 우리가 함께 있기를 원한다)이며 2013년에 연재된 웹 소설 ’10년을 함께한 여자친구가 내일 결혼한데요‘가 원작이다. 소설의 출간과 함께 영화제작이 결정되었고 로맨스 영화의 거장 사모이 감독의 연출과 함께 가슴시린 10년의 사랑을 예쁘고 사랑스럽게 보여준 굴초소, 장정의라는 라이징스타의 열연이 매우 돋보이는 영화다..

<청춘적니>는 우리가 사랑했던 그때를 한번 떠올리면서 사랑을 이루었으면 그 달달함을, 사랑을 잃었으면 그 절절함으로 가슴이 아련해지는 여운을 느끼게 할 것이다.

*** 영화공간주안은 2월3일부터 재개관을 하였으며 많은 관객들의 호평과 함께 <청춘적니>를 상영하고 있습니다. 자세한 상영시간은 영화공간주안 홈페이지를 참고해 주시면 감사하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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