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직장 내 괴롭힘' 예방을 위하여
상태바
'직장 내 괴롭힘' 예방을 위하여
  • 민현기
  • 승인 2022.02.10 05:30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노동칼럼]
민현기 / 민주노총 인천본부 공항노동법률상담소

 

[사례 1]

신입직원의 실수가 이어지자 노동자 A씨는 직원으로 하여금 그동안 했던 실수들을 하나씩 적도록 지시하였습니다. 반성문이나 경위서의 형식은 아니었고, 단순히 본인의 실수를 나열하는 내용이었습니다. 직원이 작성을 마치자 노동자 A씨는 “앞으로 실수하지 않도록 주의하자.”고 말하며 해당 문서는 본인 책상 서랍에 보관해두었습니다. 이후 노동자 A씨는 직장 내 괴롭힘 행위자로 지목되었습니다.

[사례 2]

야외에서 근무하던 여성 직원이 잠깐 사무실에 들어와 커피를 마시려고 하자 남성 팀장 B씨는 “그거 마시면 살찐다.”고 이야기하였습니다. 기분이 나빠진 직원은 뜯은 커피 믹스를 마시지 않고, 곧바로 쓰레기통에 버린 뒤 사무실을 빠져나왔습니다. 얼마 지나지 않아 팀장 B씨는 다시 한 번 코코아를 먹으려는 직원에게 “살찐다.”고 이야기를 하였고, 이와 같은 행동이 문제가 되어 직장 내 괴롭힘 행위자로 지목되었습니다.

위 두 사례는 모두 제가 실제로 받았던 상담 내용입니다. 어떻게 보면 사업장 내에서 흔히 발생할 수 있는 일들이지만, 직장 내 괴롭힘으로 인정된 사례이기도 합니다.

근로기준법 제76조의2는 사용자 또는 노동자가 직장에서의 지위 또는 관계 등의 우위를 이용하여 업무상 적정범위를 넘어 다른 근로자에게 신체적·정신적 고통을 주거나 근무환경을 악화시키는 행위를 직장 내 괴롭힘으로 정의하고 있습니다. 개념 요소별로 나누어 살펴보면 ① 직장에서의 지위 또는 관계 등의 우위를 이용해야 하고, ② 업무상 필요성이 전혀 없거나 적정범위를 넘어서 무리하게 ③ 다른 노동자에게 신체적·정신적 고통을 주는 경우가 직장 내 괴롭힘에 해당합니다.

첫 번째 사례는 노동자 A씨에게 그러한 문서를 받을 권한이 없다는 점이 문제가 되었습니다. ① 신입직원과의 관계에서 먼저 입사한 선임이라는 관계의 우위가 작용했고, ② 노동자 A씨에게 다른 노동자를 평가하거나 질책할 권한이 없어 업무상 필요성이 인정될 수 없는 행위였습니다. 노동자 A씨 입장에서는 반성문이나 경위서도 아니었고, 해당 직원을 징계하려는 목적이 아니라 단순히 본인을 직접 깨닫게 하기 위한 행동이었으나, 앞서 설명한 판단 기준에 비추어 보면 직장 내 괴롭힘에 해당함을 알 수 있습니다.

두 번째 사례 역시 업무상 필요성이 전혀 없는 과도한 발언이었다는 점에서 직장 내 괴롭힘으로 인정되었습니다. ① 팀장과 사원이라는 지위의 우위뿐만 아니라 남성과 여성이라는 관계의 우위도 고려되었으며, ② 근무기간 동안 친분관계가 전혀 있는 사이가 아니어서 업무상 필요성도 인정되지 않았습니다. 저런 말도 하지 못하면 회사 분위기가 너무 삭막해지는 것 아니냐고 생각할 수도 있지만, 당사자가 분명하게 반대 의사를 밝혔다면 그러한 언행은 주의해야 하는 게 맞습니다.

2019년 7월 16일 직장 내 괴롭힘 금지법이 시행된 이후 물리적 폭력이나 욕설과 같은 폭언 등은 많이 사라졌을지 모르지만, 위 사례들과 같은 경계에 있는 행동은 오히려 늘어난 것처럼 보이기도 합니다. 당장 노동인권 감수성을 향상한다는 것이 말처럼 쉬운 것은 아니더라도, 이 칼럼이 본인이 하는 말과 행동이 혹시 다른 노동자에게 상처가 되고 있는 것은 아닌지 살펴보는 계기가 되었으면 좋겠습니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

시민과 함께하는 인터넷 뉴스 월 5,000원으로 소통하는 자발적 후원독자 모집