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법 주·정차 몸살 … "차 댈 곳이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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불법 주·정차 몸살 … "차 댈 곳이 없다"
  • 배영수
  • 승인 2011.07.21 18: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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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천시내 주택가 주차장 확보율 낮아 - '거주자 우선 주차' 등 대책 시급
인천시청사 정문 쪽 주차장 모습.
더 이상 주차가 불가능할 정도로 차들이 빼곡히 들어서 있다.

취재 : 배영수 기자

서울 구로동 내 한 벤처기업체에 다니는 서울시민 주모(35)씨는 지난 11일 회사와 관련된 용무가 있어 인천시청의 한 부서를 찾았다. 별 생각 없이 차량을 운전하고 왔다가 주차하는 데에만 20분이 걸렸다. "도대체 댈 곳이 없더라"면서 고개를 절레절레 흔드는 그의 모습은 인천시내 주차난이 어떤 수준인지를 보여주는 대목이다.
 
지난 6월 말 기준으로 인천시내 차량등록대수는 94만3,262대. 지난해 이미 90만대를 넘었다. 2008년 87만대에서 2009년 89만6,000대로 늘어났다. 백분율로 환산했을 때 2%에서 2,9%, 3.3% 등으로 증가세를 보이고 있는 셈이다.

안준호 인천시 자동차관리담당관은 <인천in>과의 통화에서 "아시안게임 이후인 2015년이면 관내 차량등록대수가 100만대를 넘을 것"이라고 전망했다.
 
이렇게 차량이 늘면서 인천시내 곳곳이 '주차전쟁'을 벌이고 있다. 민원인이 몰리는 인천시청사를 비롯한 관공서들은  주차난으로 심한 몸살을 앓고 있다. 공영주차장과 재래시장, 또는 주차가 가능한 일부 공간에서도 아무런 짜증 없이 차를 대고 나오기는 그리 호락호락하지 않은 형편이다. 여기에 '주차 에티켓'이 없는 차량 주인을 발견하는 날에는 주차를 하려던 운전자 불쾌지수는 더 높아지기 마련이다.


신기시장 입구 주차장. 협소한 공간으로 인해 자동차를 동반한 장보기는 더 어렵다. 

남구 주안8동의 한 빌라에 사는 장모(43)씨는 "집 앞 차를 대는 공간에 누군가가 잠시 주차하는 것 정도는 넘어갈 수 있지만, 자기 하나 편하자고 아무렇게나 주차해 두 대가 댈 수 있는 공간을 한 대밖에 못 대도록 만드는 일부 차량을 보면 주차 에티켓을 비롯한 시민의식이 매우 아쉽다고 느낀다"면서 실제로 얼마 전 자기 집 근처에서 주차와 관련해 이웃끼리 싸웠다고 했다.
 
이처럼 주차난이 심하다 보니 곳곳에서 견인조치되는 것을 감수하고서라도 도로에 자동차를 무방비상태로 대놓고 있는 모습도 심심찮게 발견할 수 있다. 특히 6m 정도의 넓지 않은 도로에서 불법 주·정차를 하면 운전자들로서는 난감할 수밖에 없다.
 
연수구 연수동 함박마을(6m 도로)에서 4번 버스를 운행하는 (주)인천여객 관계자는 "한 달에 5건 이상 이곳에서만 차를 긁는 사고가 일어나는데, 많게는 하루에 4건의 접촉사고가 같은 장소에서 접수된 적도 있다"면서 "사실 폭 6m 정도면 대형차량도 운전을 아주 못하지 않는 한 쉽게 지날 수 있는데, 불법 주차 때문에 우리 같은 버스들은 물론 자가용들도 운행에 어려움이 있다"라고 강조했다.


4번 버스가 지나는 연수동 함박마을. 
4번 버스는 검은색 승합차가 뒤로 양보하면서 가까스로 지나갈 수 있었다.

아직 차량 100만대 시대에 진입하지 않았음에도 심각한 주차난을 겪고 있는 것은 전체 주차장 확보율에 비해 주택가 주차장 확보율이 턱없이 낮기 때문이다.
 
이와 관련해 신정만 인천시 교통관리과 주차시설팀장은 "인천시의 주차장 확보율은 89%인데 비해 주택가 주차장 확보율은 49%로 낮은 수준"이라며 "주택가 주변 학교나 사회복지시설 등에 협조를 구하고 있지만, 학교의 경우는 어려움이 있다"라고 고충을 밝혔다.
 
신 팀장은 "주택가에 가까운 곳에 위치한 계양공원에 주차시설을 확보하는 등 노력 중이지만 주차시설 설치와 함께 더욱 다양한 대책이 요구된다"면서 "서울시와 울산시 등이 시행중인 거주자 우선 주차제 실태 파악을 위해 최근 울산을 방문해 보니 주민 반발은 좀 있지만 불법 주·정차가 대부분 없어지는 등 효과가 좋아 우리 시도 긍정적으로 검토 중"이라고 덧붙였다.


오후 5시경 연수구 내 한 빌라촌. 직장인들의 퇴근시간 전이지만 빈 자리가 별로 없다.
본격적인 퇴근 시간과 주말에는 소위 '주차 지옥'으로 변모하는 곳이다.

그는 "버스노선도 인천 같은 경우 워낙 꼬불꼬불한 노선이 많아 시민들이 더 자가용을 많이 이용한다고 보는데, 이에 대한 개선도 있어야 자가용 통행량 감소에 따른 주차난 해결에 도움을 줄 수 있을 것 같다"라고 지적했다.
 
'너무 밀리고 주차할 곳도 없어서 붐비는 시간에는 자가용을 몰면 안 된다'는 속설은 1천만 인구를 훌쩍 넘은 서울에서만 통용되는 것으로 보였다.

그러나 최근 인천 역시 운전자들에게는 꽤나 '피곤한 도시'로 된 것도 사실이다. 출·퇴근길 교통정체 구간이 점점 늘어나는 건 물론이거니와 거의 모든 곳에서 일어나는 주차난은 운전자에게 '급피로감'을 안겨준다.
 
이런 저런 이유로 차량을 이용하는 게 일반화한 요즘, 일부 단체들이 실천중인 자전거 이용 캠페인 등은 사실상 주차난 해결에 결정적인 도움을 주지 못한다. 주차공간 확보에 대한 공직자들의 노력과 시민들의 주차 에티켓 향상이 동시에 요구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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