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는 왜 단식을 포기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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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는 왜 단식을 포기했을까?
  • 최원영
  • 승인 2022.02.16 08: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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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원영의 책갈피] 제39화

지난주에 우리는 수시로 변하는 마음의 장난에 속지 않는 방법으로 ‘중도적인 삶’의 태도를 알아보았습니다.

《마음을 가꾸어주는 작은 이야기》(이도환)에 중도적인 삶을 사는 사람이 일상에서 어떻게 살아가는지를 알 수 있는 좋은 사례가 나옵니다.

“깨달음을 얻기 위해 단 한 모금의 물도 입에 대지 않고 고통스럽게 단식을 하는 사람이 있었다.

그러나 그렇게 힘든 가운데서도 그에게는 별을 보는 즐거움이 있었다.

단식을 시작하면서부터 가까이 있는 산 위에는 매일 밤 아름다운 별 하나가 빛나기 시작했다.

그 별이 너무도 밝아 환한 대낮에도 모든 사람이 그 별을 보았다.

어느 날이었다.

그가 그 별을 가까이에서 보기 위해 길을 떠나려는데 마을의 어린 소녀 하나가 같이 가겠다며 따라나섰다. 그는 소녀와 함께 산을 오르기 시작했다. 날은 더웠고, 그들은 곧 심한 갈증에 시달렸다. 그래서 소녀에게 물 마실 것을 권했지만, 소녀는 이렇게 말하면서 고집을 부렸다.

‘아저씨를 두고 어떻게 저 혼자 마실 수 있겠어요? 저도 마시지 않겠어요.’

그는 단식을 중단하고 싶진 않았지만, 소녀를 위해 중대한 결심을 한다.

‘좋아. 내 고집만 피울 순 없지.’

둘은 물을 나눠마셨다.

그러나 정상에 오른 그는 감히 고개를 들어 하늘을 볼 엄두가 나지 않았다. 자신이 단식을 깨뜨렸으니까 어쩌면 산 위의 별이 사라져버리지는 않았을까, 하는 마음 때문이었다.

그런데 없을 것으로 여긴 산 위의 별이 하나가 아닌 둘이 되어 나란히 반짝이고 있었다.”

아름다운 동화지요?

단식하겠다는 원칙조차도 소녀를 위해 그 원칙을 깬 아저씨! 한 모금의 물이라도 마시고 싶은 소녀가 아저씨를 배려해 마시지 않겠다고 고집부린 소녀! 이 두 사람이 서로를 헤아리는 태도가 곧 중도적인 삶의 태도라고 할 수 있습니다.

저자는 이렇게 글을 마무리하고 있습니다.

“누구에게나 원칙이 있다. 그리고 평생 그걸 지키며 살아가려고 애쓴다. 그러나 다른 사람을 위해 그 원칙을 깨뜨렸을 때, 그건 실패가 아니라 더 아름다운 원칙으로 다시 태어나는 것이다.”

지난 몇 달간의 방송을 통해 우리는 시계추의 속성인 운동성과 양극성, 그리고 지향성이 삶의 속성과 유사하다는 이치를 배울 수 있었습니다.

즉, 삶은 늘 좌우로 움직이며 변화한다는 점을 알았고,

같은 것이 상반된 두 개로 나뉘어 있어 웃을 일도 있지만 울 일도 있음을 알았습니다.

그리고 한쪽 방향으로 올라가는 추는 그것이 영원히 계속될 것으로 착각한다고 했습니다.

이것이 삶의 속성이라면, 우리는 이 속성을 때로는 뒤집어볼 필요가 있습니다. 그렇지 않으면 늘 다툼이 일어나고 갈등이 깊어지며, 결국 같은 몸인데도 머리와 발이 싸우는 것과 같아질 테니까요.

뒤집어본다는 것은 늘 변한다는 것, 서로 상반된 것이 사실은 하나였다는 것을 이해하고 상대를 헤아려본다는 것을 뜻합니다. 이때 갈등이 치유되고 다툼이 그치게 됩니다. 그리고 다시 사랑의 관계로 회복됩니다.

친구나 연인이나 부부관계에서도 이 중도적인 태도가 꼭 필요할 겁니다.

누구나 자기만의 기준을 갖고 살아갑니다. 때로는 자신의 기준에 맞지 않는 상황에 맞닥뜨려지면 서운한 마음이 들고 화가 나기까지 합니다. 그러나 이젠 알 수 있습니다. 단식을 맹세한 아저씨가 어린 소녀를 위해 자신의 맹세를 어긴 것처럼, 너를 위해서라면 언제든지 나의 기준이나 계율을 즐겁게 그리고 기꺼이 어길 수 있는 것이 아름다운 사랑임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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