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를 열어야 한다’ - 물 흐르고 물고기가 오갈 수 있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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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를 열어야 한다’ - 물 흐르고 물고기가 오갈 수 있게
  • 장정구
  • 승인 2022.02.18 18: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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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정구의 인천 하천이야기]
(47) 보(洑)와 문(門), 물길과 자연
아라천(경인아라뱃길) 갑문과 수문

‘대한민국 최초, 아시아 최대, 세계 5위’
인천항 갑문 이야기다. 밀물과 썰물, 인천앞바다 조석간만의 차는 9미터에 이른다. 배가 부두에 안전하게 접안해서 물건을 싣고 내리는 데 불리한 조건이다. 이를 극복하기 위해 바닷물을 가둬 일정 수위를 유지하도록 인공호수를 만들었다. 이렇게 만들어진 항구가 인천 내항이다. 인천은 조수간만의 차가 큼에도 불구하고 인천내항을 통해 수출입 물류를 안정적으로 감당할 수 있었다. 선박이 내항을 드나들기 위해서는 문을 통과해야 한다. 갑문(閘門, lock)이다.

물은 움직인다. 높은 곳에서 낮은 곳으로, 상류에서 하류로, 밀물과 썰물, 해류까지. 그런데 사람들은 필요에 의해 물길을 막고 물을 가두었다. 보와 댐이 그런 시설이다. 보와 댐은 물을 여러 목적으로 이용하기 위해 하천 등 물길을 가로질러 설치된다. 댐과 보는 하천의 유량을 조절하여 지체시킬 수 있느냐에 따라 구분한다. 홍수 시 하류 지역의 침수피해를 방지하기 위해 일시적으로 물을 가두는 것이 댐이다. 전력생산을 목적으로 물을 가두는 경우도 있다. 댐은 규모가 크다. 보는 농업용수나 생활용수 이용을 목적으로 설치되는데 높이가 보통 1m 내외이다.

김포대교 아래 신곡수중보
김포대교 아래 신곡수중보

한강 김포대교 아래 신곡수중보가 있다. 보의 남쪽 끝에는 신곡양배수장이 있다. 부평과 김포평야에 공급하는 농업용수가 이곳에서 공급된다. 일산에서부터 백마도까지는 고정식 수중보가 있고, 백마도와 김포고촌 사이에는 열고 닫을 수 있는 가동보가 있다. 한강물은 평소 고정보를 넘어서 흐른다. 잠실대교 아래에는 잠실보가 있다. 이곳에서는 인천시민 절반이 사용하는 생활용수를 취수한다. 더 상류에는 팔당댐이 있는데 홍수도 조절하고 전기도 생산한다. 또 인천시민 다른 절반이 사용하는 생활용수도 취수한다. 다목적댐이다. 인천에도 보가 설치된 하천들이 있다. 2017년 인천녹색연합이 한국농어촌공사 국가어도정보시스템 자료를 확인한 바에 따르면 인천 하천에는 16개의 보가 있다. 굴포천, 계양천, 운연천, 심곡천, 공촌천, 대포천, 삼동암천 등. 이 중 6개는 농업용 등으로 만들어졌고 나머지는 기능이 명시되어 있지 않다. 계곡으로 산사태 방지용 사방댐들도 있다.

물의 도시 인천에는 물과 관련된 인공시설들이 많다. 특히 경인아라뱃길은 인공수로답게 인공시설이 유독 많다. 호안이나 마리나 계류시설을 제외하고도 바다 쪽으로 갑문과 수문이, 한강 쪽으로도 갑문과 수문이, 굴포천과 사이에는 귤현보와 잠관이 있다. 수문(水門,floodgate)은 물의 역류방지, 배제, 각종 용도로 취수하기 위해 하천을 가로질러 설치한 구조물의 일부다. 수문은 물의 이동을 위한 시설이고 갑문은 배의 이동을 위한 시설이다. 조수간만의 차가 큰 인천의 하천들에는 밀물로 바닷물이 하천으로 역류하는 것을 막기 위해 바다와 만나는 곳에 어김없이 수문이 있다. 바다로 직접 흘러드는 하천 중 수문이 없는 하천은 장수천 정도이다. 장수천에도 있었는데 철거했다.

공촌천 보
공촌천 보

‘보를 열어야 한다’ 환경단체가 주장하는 4대강 재자연화의 핵심이다. 물을 흐르게 하고 물고기가 오가게 하자는 취지다. 인천에서도 농업용수를 위해 보를 만들고 바닷물 역류를 막기 위해 수문을 설치했지만 도시화되면서 하천의 물을 농업용수로 거의 사용하지 않는다. 인천의 하천과 수로에서 물고기 집단폐사가 종종 발생하고 있다. 유해물질 유입에 의한 것도 있겠지만 용존산소와 염분농도의 급격한 변화에 의한 것들 또한 적지 않다. 하천과 수로가 인공적으로 조성되어 수생태계가 불안정하기 때문이다. 이제는 선택적으로라도 수문을 철거하여 자연스럽게 바닷물이 도심까지 들어오는 것이 바람직하며 인천다울 수 있다. 

송도에서는 워터프론트사업이 추진 중이다. 북측수로 양쪽으로 수문이 있고 남측 또 동서로 수문이 더 생길 것이다. 인천에는 사람의 필요에 의해 물길을 만들고 또 물길을 막는 수문을 많이 만들었다. 여러 이유로 덮었던 하천을 불과 이삼십년만에 막대한 예산을 투입해 다시 뜯어내고 있다. 시대 상황과 가치관 변화에 따라 쓸모는 달라졌지만 자연(自然)은 늘 스스로 그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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