백령도 해안에 좌초한 아기 점박이물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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백령도 해안에 좌초한 아기 점박이물범
  • 박정운
  • 승인 2022.02.28 13:21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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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백령도 물범지킴이의 생태일기]
(11) 서해연안 2건의 아기물범 좌초 사건

 

국내 서해연안에서 아기 점박이물범이 관찰되다

2022년 2월 16일 오전 8시 경, 태어난지 1개월 내외의 하얀 배내털이 덮힌 아기 점박이물범이 백령도 북쪽 해안가에서 죽은 채 발견되었다. 밀물 때에 해안으로 떠밀려 온 것으로 보인다. 현장에서 조사한 아기 점박이물범은 몸길이 95cm, 둘레 20cm로 배내털이 온전한 상태였다. 보통 갓 태어난 점박이물범은 몸길이 80cm에 체중이 약 5~10kg 정도로 알려져 있다. 커다란 성체의 점박이물범이 좌초된 것을 생각하고 도착한 해안에 하얀 배내털이 온전한 조그마한 아기 점박이물범이 누워있었다.

백령도에서 발견된 아기 점박이물범 사체(2022.2.16. 황해물범시민사업단)
백령도에서 발견된 아기 점박이물범 사체(2022.2.16. 황해물범시민사업단)
태안군 마검포항에서 발견된 아기 점박이물범(2021.3.25. 태안해경)
백령도에서 발견된 아기 점박이물범 사체
태안군 마검포항에서 발견된 아기 점박이물범(2021.3.25. 태안해경)
태안군 마검포항에서 발견된 아기 점박이물범(2021.3.25. 태안해경)

2021년 3월 25일 태안군 마검포항(가로림만)에서도 배내털이 덮혀있는 살아있는 상태의 점박이물범 1개체가 관찰된 기록이 있다. ‘점박이물범 서식현황 조사 보고서(2021.12. 국립수산과학원 고래연구센터)’에 의하면, 당시 독립적인 생존이 어려울 것이라는 판단으로 구조를 위해 해양동물 구조·치료기관이 출동했으나, 해당 개체가 물속으로 회피하여 구조가 어려웠고 이후에 재발견되지 않았다고 한다.

2022년 2월 15일 오전 10시경 중국 랴오둥만 북부의 瓦房店市仙浴湾镇仙浴湾村附近的(Xianyuwan Village, Xianyuwan Town, Wafangdian City) 인근 해안에서는 좌초된 아기 점박이물범을 구조한 소식이 있었다. 반도아침뉴스(半岛晨报官方账号) 2월 15일자 기사에 따르면, 해안에서 약 15m 떨어진 곳에서 발견된 아기 점박이물범은 배내털 갈이를 하지 않은 태어난 지 10일 이내로 추정되었다. 구조대원들은 아기 점박이물범이 얼음 위에서 태어났으나 해수면 온도 상승으로 누워 있던 얼음이 녹으면서 어미와 분리됐을 것으로 추정했다. 이 아기 점박이물범은 다행히 외상이 없었고, 태어난 지 얼마 되지 않은 상태였기 때문에 구조하여 보살핀 후 바다로 되돌려 보낼 예정이라고 했다.

 

도대체 무슨 일이 일어난 것 인가!

지금까지 알려진 바에 따르면, 점박이물범은 번식 및 출산을 위해 중국 랴오둥만으로 11월 말부터 북상하는 회유특성을 갖는다. 1월부터 2월까지 암컷은 랴오둥만의 빙원(얼음이 덮혀 있는 넓은 지역)에서 하얀 배내털을 갖는 새끼를 낳고, 3월에 해안의 얼음과 눈이 녹은 후, 인근 바다와 해안에서 먹이를 찾으며 강 하구 지역의 갯벌에 머무는 동안 털갈이를 한다.

아기 점박이물범의 배내털은 젖을 뗀 후 물고기와 새우를 먹기 시작하고 바다로 갈 수 있을 때까지 떨어지지 않는다. 배내털 갈이를 하기 전까지는 물 속 생활이 어렵기 때문에, 어미 점박이물범이 보호하고 모유를 먹여야 한다. 젖을 떼지 않은 상태에서 어미의 보살핌이 없으면 죽을 가능성이 크기 때문이다. 그렇게 아기 점박이물범은 5월까지 머물다가 랴오둥만 지역을 떠나 백령도로 이동하는 것으로 알려져 왔다.

어미 점박이물범의 보살핌을 받고 있는 모습
중국 랴오둥만 북부 해안에서 구조된 아기 점박이물범과 구조 장면(2022.2.15. 半岛晨报官方账号)

한편, 번식지인 중국 랴오둥만 일대에서는 번식시기인 1~3월에 밀렵 등으로 어미 점박이물범과 헤어지거나 얼음상태의 문제 등으로 아기 점박이물범이 좌초되어 구조되는 일들은 종종 발생해 왔다. 그런데, 번식시기에 우리나라 서해의 집단서식지인 백령도와 가로림만에서 지난해와 올해 연달아 아기 점박이물범이 발견된 것이다.

도대체 무슨 일이 일어난 것 인가!

황해 점박이물범의 이동경로(번식지, 서식지)
황해 점박이물범의 이동경로(번식지, 서식지)
중국 번식지 랴오둥만의 얼음 분포지역(녹색연합)
중국 번식지 랴오둥만의 얼음 분포지역(녹색연합)
백령도 서식지 물범바위 모습(황해물범시민사업단)
백령도 서식지 물범바위 모습(황해물범시민사업단)

 

(1) 국내 연안에서의 점박이물범 좌초 현황

점박이물범은 주요 서식지인 백령도 및 가로림만 이 외에도 국내 전 해역에서 발견되고 있으며, 혼획 또는 좌초된 폐사체도 매년 발견되고 있다. 2021 점박이물범 조사 보고서(고래연구센터)에 따르면, 2001년부터 2021년까지 점박이물범의 발견 기록은 총 46건, 49개체인 것으로 나타났다. 혼획 및 좌초로 폐사한 점박이물범의 경우는, 2011년부터 2021년까지 총 90건 90개체였으며, 혼획 31건, 좌초 59건이었다.

특히 동해에서 65건(좌초 44건, 혼획 21건)으로 가장 많은 혼획 및 좌초가 보고되었고, 서해 20건(좌초 11건, 혼획 9건), 남해 5건(좌초 4건, 혼획 1건)이 보고되었다. 지역별로 강원도가 36건으로 가장 많았고, 경북 20건, 울산 7건이었으며, 점박이물범 주요 서식지인 백령도와 가로림만이 속한 인천과 충남 지역에서 각각 6건, 부산 지역에서 5건, 경기 지역과 전남 지역에서 각각 3건, 전북 지역에서 2건이 있었다.

집단서식지인 백령도나 가로림만의 경우와 달리, 많은 개체가 동해에서 발견되고 폐사 된 것을 볼 수 있는데, 대부분 미성숙 개체인 것으로 알려졌다. 동해 지역에서 발견된 점박이물범들의 경우는 황해지역 개체군이 아닌, 일본 북해도나 연해주에 서식하는 개체들이 서식지 경쟁에 밀려나 휴식 또는 먹이 사냥을 위해 동해로 유입되었을 가능성이 있다고 한다. 동해는 단조로운 해안선을 따라 대륙붕이 좁게 형성되어 있으며, 연안에 집중적으로 어구가 밀집되어 있어 먹이를 따라 정치망 등 어구에 갇힌 뒤 빠져나가지 못해 질식사하게 된 것으로 보고 있다.

국내 연안에서 좌초된 점박이물범 현황(고래연구센터)
국내 연안에서 좌초된 점박이물범 현황(고래연구센터)

 

(2) 백령도와 가로림만 등 국내 연안 지역에서의 점박이물범이 출산했을 가능성?

이처럼 국내 전 해역에서 점박이물범이 발견되고 혼획 및 좌초된 폐사체도 매년 발견됐지만, 배내털이 온전한 상태의 아기 점박이물범 발견 사례는 그동안 없었다. 때문에 2021년 3월 25일 태안군 마검포항(가로림만)과 2022년 2월 16일 백령도에서의 아기 점박이물범 발견 사례는 매우 이례적인 경우이다. 그 동안 전혀 조사되거나 연구된 바가 없기 때문에 더욱 이상한 일이었다.

다만, 국내 점박이물범 조사 및 연구를 계속해 온 고래연구센터의 연구자들에 의하면, 배내털이 덮여있는 상태의 특히, 가로림만(태안군 마검포항)의 경우처럼 살아있는 상태의 아기 점박이물범이 관찰된 것으로 추정해 볼 때‘해당 개체의 어미는 중국 랴오둥만이 아닌 국내 태안군 인근 지역에서 출산했을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고 말한다. 마찬가지로 이번에 백령도 해안에서 좌초된 아기 점박이물범의 경우도 그럴 가능성을 고려해 봐야 한다는 의견이다.

국내 서식지인 백령도와 가로림만 일대에서의 번식 가능성에 대한 신중한 조사가 필요하다

백령도와 가로림만(태안군 마검포항)에서의 두 건의 아기 점박이물범 발견 사례가 어떻게 해석되고 전개될지에 따라 미칠 영향이 클 수 있다. 때문에 점박이물범의 국내 서식지인 백령도와 가로림만 일대에서의 번식가능성에 대한 신중한 조사가 우선 이루어 져야 할 것이다. 특히, 집단서식지인 백령도 지역의 경우는 인접한 북한의 해안지역까지 함께 고려해야 하기 때문에 남북한 공동 조사와 협력이 반드시 필요하다.

그 결과에 따라 그동안 점박이물범의 황해 개채군에 대한 번식 및 서식환경에 대한 새로운 사실이 추가 될 수 있을 것이다. 황해지역에서의 새로운 번식지역의 발견 및 점박이물범 최남단 번식지에 대한 추가, 황해지역 점박이물범 번식환경의 변화와 적응 등... 어쩌면 한중간의 황해 점박이물범 보호관리 정책을 새로 작성해야 할 일이 생길 수도 있을 것이다.

 

<에피소드>

현장에 함께 있던 해경은 서둘러 아기 점박이물범의 사체를 조사했고, 면사무소는 현장에서 인수를 받아 천연기념물 처리 절차에 따라 매립하기로 하고 매립 장소로 서둘러 이동을 준비했다. 풍랑주의보로 해상조차 통제됐던 이 날 아침의 북쪽 해안의 바닷바람은 너무 거칠고 추웠다. 모두들 급히 서두르느라 현장은 어수선했다. 올 겨울 들어 가장 추운 날씨였다.

해경이나 면사무소의 관계자들은 점박이물범의 특성에 대해 자세히 몰랐기 때문에, 이 상황이 얼마나 특수한 상황인지 잘 몰랐던 것 같다. 서둘러 들것에 실어 이동하려는 것을 잠시 멈추게 했다. 국립수산과학원 고래연구센터의 백령도 점박이물범 조사 책임연구자에게 급히 전화를 걸어 배내털의 아기 점박이물범 사체가 발견된 상황을 공유하고, 매립 중지와 부검 등의 자세한 조사를 위한 문화재청 형질변경 절차를 시급히 추진할 것을 논의했다. 너무 놀란 마음과 너무 추운 날씨에 몸을 벌벌 떨면서 통화를 했던 것 같다.

그 현장에 환경단체 활동가인 필자가 함께 있어 다행이었다. 백령도에서 천연기념물과 해양보호동물인 점박이물범이나 상괭이 등이 발견되면 해경-면사무소-환경단체가 함께 현장 조사를 하는 시스템을 2021년에 구축했기 때문에 가능했다. 그렇지 않았다면 매립처리 됐을 뻔한 사건이었다.

 

<참고자료>
*점박이물범 한반도 번식 가능성 여부 조사가 필요하다.(인천녹색연합 보도자료, 2022.2.17.)
*2021 점박이물범 조사 보고서(국립수산과학원 고래연구센터)
*반도아침뉴스(2022.2.15, https://xw.qq.com/cmsid/20220215A08H8700?fbclid=IwAR1y-O1GDLsKsM1_E8I8nWf2DjDi3A2p7hqDGtolXHU1zifvEPXLtkZGQX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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